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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

2014년도_입선_[문화콘텐츠학과]_주철환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6455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꿈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자신의 꿈과 관련된 직장에 대해 정확한

회사명까지 써서 제출해라.‘

1학기 전공과목인 문화콘텐츠 기획 입문 수업에서 처음으로 뵌 주철환 교수님의 첫 강의 과제였다. 그 수업 자리에서 기술해 제출해야 했는데, 술술 써내려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나는 펜만 굴리고 있었다.

저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입학사정관과 담당 교수님 앞에서 오랫동안 꿈꾸던 미래모습을 당당하게 말하던 고등학생 때와 달리 보는 것, 듣는 것이 많아진 대학생은 겁도 많아졌다. 내가 그 치열한 자리에 들어갈 수 있을까? 능력이 있기나 할까? 먹고 살 수 있을까? 가능성 있는 직업인가? 이리 재고 저리 재다가 도망간 꿈을 쫒기는커녕 학점 얻기에 연연하던 나는 넓은 흰 종이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정말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초등학교, 중학교 때는 교내에서 상도 몇 번 받았지만, 고등학교 때는 이렇다 할 상도 받지 못하고 글을 따로 쓰기보다

공부에 집중했으니 글 쓰는 직업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졌다. 특히 대학교에 오자 안정감 있는 직업, ‘현실성 있는’ 직업에 대한 생각이 더욱 많아졌다.

그렇다 보니 펜과 함께 전공과 관련이 있으면서, 글은 쓰고 싶고, 돈도 어느 정도 벌어야 하는 직업에 대한 머리도 굴러가기 시작했다. 수업 맞춤형 내 직업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내 자신도 한심했지만 억지로 짜내서 ‘카피라이터’ 하나, 그 당시 학부생 연구 사업에서 연구하던 이동통신 광고를 생각해서 ‘KT’ 하나, 답안을 채웠다. 강의실을 나오면서 잔잔했던 진로 문제에 돌을 던진 교수님이 괜히 미웠다. 해야 할 일을 미루고 미루다가 엄마한테 걸려 혼난 기분이었다. 다음 수업에서 교수님은 하나씩 다 읽으신 듯, 한 명 한 명 눈에 띄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계속 불러주면 진짜 그렇게 된다면서 벌써부터 피디가 꿈인 사람에겐 피디라고 아예 불러주기도 하였다. 또한 직업과 관련된 정보나 고민,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도 덧붙여 말하셨다. 좋은 기회였지만 막상 찾아가자니 망설여졌다.

나는 그 자리에서 생각해낸 직업인데다가 관련된 정보를 아무것도 모르는데, 막상 상담에 가면 무슨 말을 할까 싶었다. 찾아가서 현장의 이야기, 현실적인 조언을 듣고 싶고 관련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얻고 싶은데 꿈을 정하지 못해 자격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그때서야 오기가 생겨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정해서 부끄럽지 않게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당시 다른 수업에서 시나리오를 쓰면서 글을 쓰는데 흥미를 느꼈던 나는 어디서든 좋으니 정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막상 구체적인 진로를 정하자니 또 막막해서 어영부영 1학기를 보냈다.

그러던 중 2학기에 한 번 더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생겨 콘텐츠 소재개발 연습 수업을 신청해서 들었었다. 70명이 넘었던 1학기 수업과 달리 30~40명 정도 있는 수업이어서 교수님과 더 이야기 나눌 기회도 많아졌지만 용기가 부족해서 우물쭈물하며 수업을 들었다. 그러던 중

교수님께서 ‘나는 아직도 길을 걸으면서 보는 문구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는다. 왜 그렇게 썼는지, 더 좋은 표현 방법은 없는지, 끊임없이 생각해보고 바꿔보고 뭐가 더 나은지 생각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다. 또한 과제 역시 많은 콘텐츠를 접해보고 캐스팅과 제목을 바꿔보고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과제가 많았다. 이러한 작업을 하면서 창의성은 타고나는 사람도 있지만, 진짜 노력으로도 생길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무런 생각 없이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시청자의 역할에만 충실했었는데 직접 바꿔보고 시청자를 고려하는 창작자의 입장에 서보자 시야가 조금씩 넓어졌다. 특히 드라마 부분에서 어떻게 그 많은 드라마를 다 볼 수 있겠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투자하면 무슨 내용인지, 어떻게 흘러가는지, 최근 시청률 동향은 어떤지, 즉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또한 교수님께서 자신의 관심 분야와 맞는 사람들과 팀을 짜서 조 활동을 통해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찾아보고 비평도 해보라고 하셔서 친한 사람들과 에디터 팀을 만들었었다. 수업의 방식과 맞게 한 주의 가장 화제가 되거나 새로 시작한 드라마, 영화, 연극, 축제 등을 조사하고 금요일마다 토론을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비평 글을 이클래스에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쓰는 일을 했다. 그러다보니 비평을 하려면 콘텐츠를 봐야했고 그 중에서도 가장 흐름이 빠르고 말 할 거리가 많은 드라마에 집중하면서 점점 드라마 작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그렇게 조 활동을 하던 중 지금까지 쓴 내용과 과제들에 대해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조원들끼리 모여 교수님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과제에 한 이야기를 끝내고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하게 되었다. 교수님은 전망도 좋고 잘 쓰면 수입도 좋고 점점 젊은 드라마 작가의 활동이 많아지는 것을 보고 싶다고 응원해주셨고 글을 쓰게 되면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도 하셨다. 또한 만약 길이 막막하다면 여의도에 있는 한국 방송 작가 교육원에 찾아가서 글을 쓰는 것을 배워보라는 조언도 덧붙여 주셨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나니 드라마 작가가 되고 싶다는 것은 더 이상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계속 글을 써보고 예측도 해보고 비평도 해보고 정보들도 찾아보고 직접적으로 쓰는 것이 생기자 자신감이 생겼다. 뿐만 아니라 백일장을 열기도 하셨는데, 주제가 이클래스에 공지 되면 2시간 이내로 조건에 맞는 글을 써서 메일로 보내는 것이었다. 상금이 걸려있는 것을 떠나서 어떠한 결과물을 낸다는 것이 재미있어서 방학 중에 진행된 백일장도 참가해 글을 써서 내기도 하였다. 그에 대한 피드백도 즉각적으로 이루어졌었기 때문에 내가 어느 부분을 고쳐야했는지, 뭐가 단점인지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방학 중에 참여했던 백일장에서는 실제로 입상하여 상금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 교수님의 수업을 듣지 않는 동안에도 인생의 사관학교, 관찰, 관심, 관계, 관리를 다니라는 말을 기억하고 꾸준히 비평 글을 쓰며 꿈을 놓지 않고 있다. 이 글을 통해서 꿈에 대해 계속 기억에 남을 강의를 해주신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 또한 인생을 함께하고 싶은 교수님이라고 당당하게 소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