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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

2014년도_입선_[경제학과]_이규상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5615

한 교수님의 과목을 이렇게 많이 수강한 적은 처음입니다. 전 이규상 교수님이 강의하시는 ‘경제 사상사’, ‘행동경제학’, ‘경제학의 철학적 논점들’을 수강했습니다. 이규상 교수님의 경우에는 언제나 학생의 입장에서 강의를 진행하셨습니다.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었지만 맹목적으로 커리큘럼에 맞춰서 진도 나가는 것을 고수하시기 보다는 매 강의마다 항상 학생의 의견을 물어보시고 학생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교수님께 질문하면 교수님은 학생에게 단순히 설명만을 하시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토론하듯이 말씀하시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곁들여 주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의견을 들으시면 ‘그 말도 맞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라고 말씀하시며 학생의 의견을 존중해주셨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매 학기 강의 노트를 업데이트하시고 보완하시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학원 일이나 과외를 해봤기에 강의 노트를 바꾸지 않아도 크게 수업을 하는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께서는 매 학기 강의노트를 보완하고 계십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시는 수준이 아니라 강의에 쓰이는 교재를 바꾸시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배나 친구들에게 기출 문제나 필기된 강의 노트 자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학생 본인의 공부가 절실하게 필요한 수업들입니다. 제 생각에는 교수님께서 학생들을 힘들게 공부하도록 하시려고 매번 강의 노트를 보완하시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께서 강의하시는 과목들이 경제학 분야 중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발전되기 시작한 분야의 학문들이기 때문에 교수님께서도 그때그때 최신 논문이나 새로운 내용들을 강의노트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경제학 과목들 중에서 일부 몇몇 과목의 경우에는 지인들이 제출했던 과제를 받아서 어느 정도 수정만을 한 뒤에 제출을 해도 될 정도로 과제의 내용들이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일부 과목의 경우에는 교수님께서 직접 기출문제를 풀어주시기도 할 정도로 기출 문제를 본다면 시험 준비를 하는데 있어서 크게 어려움이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왜냐면 대부분의 문제들이 함수를 만들거나 함수의 해를 구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규상 교수님의 과목들에서는 함수를 만들거나 함수의 해를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뿐더러 중요하지도 않습니다. 경제학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인문학 과목처럼 인간의 생각과 사고방식에 접근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출 문제나 정리 된 강의 노트를 받는 방법으로는 이규상 교수님의 수업을 따라 갈 수 없습니다. 즉, 이규상 교수님의 강의들은 그냥 단순히 암기만 해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을뿐더러 그 무엇도 얻을 수가 없습니다. 설령 학생이 강의 노트 모든 내용을 암기하려 한다고 하더라도 무엇에 대한 내용인지, 왜 이렇게 되는 것인지 깊게 생각을 해야만 암기가 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이규상 교수님께 가장 놀랐던 점은 학생에게 자율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하신다는 점입니다. 그 예로 과제 제출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규상 교수님께서는 과제 제출일 외에는 과제물의 분량이나 형식을 지정하시지 않습니다. 교수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읽는 건 너희가 읽는 거지. 제출하는 건 한글자만 써서 제출해도 돼. 상관없어.’라고 하십니다. 학생에게 한 없이 자율성을 부여해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제와 관련된 내용이 시험에 출제되기 때문에 학생의 입장에서는 과제를 제출해야만 한다는 책임감 또한 부여 됩니다. 또 한 예로는 출석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전자 출결 시스템이 도입 되면서 일부 학생들은 출석만 체크하고 강의는 듣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패널티를 부과하기 위해 몇몇 교수님들께서는 수업 시간에 별도로 출석을 부르시거나 불시에 강의 요약본을 제출하도록 하십니다. 하지만 이규상 교수님께서는 전혀 다른 방법을 사용하셨습니다. 이규상 교수님께서는 전자 출결을 그대로 사용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대학생이면 어린 나이도 아니고 출석만 체크하고 갈 정도로 중요한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단 수업 내용과 시험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지는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말그대로 학생에게 자율과 책임감을 부여하신 것입니다.

게다가 이규상 교수님의 과제 제출과 관련된 도서들은 경제학 도서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에게 국가와 정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이번 학기 강의에 사용 되는 도서였던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또한 자본과 인간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정말 좋은 책이었지만, 그동안 과제 제출을 위해 읽었던 도서들인 ‘정태인의 협동의 경제학’, 폴 크루그먼의 ‘새로운 미래를 말하다’도 정말 좋은 책들이었습니다. 경제와 정치가 발전하려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하는지, 그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어떤 진통을 겪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갔는지,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적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교수님께서는 원리 원칙을 중시하십니다. 일부 경우에는 취업 면접으로 인한 결석이나 취업 후의 결석을 교수님께서 대체 과제 제출을 전제 조건으로 묵인해주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간혹 일부 학생들은 성적 공고 기간에 교수님께 연락해서 장학금이나 취업을 이유로 성적 향상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규상 교수님께서는 강의 첫 시간에 ‘특히 4학년들 잘 들어. 나는 그 어떤 이유로도 결석을 출석으로 인정을 해주지도 않을 것이고 시험 보는 날 결석하면 무조건 F를 줄 거야. 그리고 이 과목 때문에 취업 학점 커트라인이 안 된다거나 장학금을 못 받는다거나 그런 이유로 나중에 성적 바꿔주고 그런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 과목 못 듣겠으면 수강 정정 기간에 다른 과목으로 변경해.’라고 말씀하시고 강의를 진행하십니다.

이규상 교수님의 과목들을 수강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학생들을 진정으로 대하는 태도가 무엇인지, 강의를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자율과 책임감이 무엇인지, 그리고 원리원칙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졸업한 후에도 이규상 교수님의 수업을 잊지 못할 것이며, 제 지인들에게도 이규상 교수님의 수업을 강력하게 추천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