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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

2014년도_우수_[국어국문학과]_조광국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5361

학기가 끝나면 나는 진지하게 강의평가에 임하곤 한다. 나의 평가가 우리 학교 강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엄숙하고 진지한 자세로 코멘트란을 빼곡히 채워 넣는다. 이번 학기를 보내면서 <드라마콘텐츠론>을 강의하신 조광국 선생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선생님 덕분에 슬럼프에서 벗어나 이번 학기를 잘 보낼 수 있었기에 건의사항란에 감사한 마음을 담은 글을 적었다. 선생님께서 강의평가를 읽고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다.

선생님은 ‘학생들과 대화하는 교수’ 셨다. 수강생들의 상담을 의무화하여 지속으로 학생들과 대화하셨다. 처음에는 서툰 컴퓨터 실력을 가지고 계셨지만 블로그를 배우시더니 학기 중반부터 블로그를 통해 학생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셨다. 선생님의 연구실을 찾아가면 진로상담을 해주셨고 꿈이나 목표에 대한 따듯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실용적인 글을 쓰는 국문학도’가 될 것을 요구하셨다. 논문처럼 딱딱한 글을 쓰기 보다는 자신의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칼럼이나 영화 시놉시스, 일상생활을 재미있게 풀어내는 글을 쓰라고 하셨다. 자신의 글을 가장 쉽게 다수에게 선보일 수 있는 매체로 ‘블로그’를 선정하고 수강생들 모두 블로그를 사용하게 했다. 과제를 이클래스와 블로그에 동시에 올리도록 했고, 독창적이거나 공을 많이 들인 흔적이 있는 글들을 수업시간에 소개하기도 했다. 과제나 글을 블로그에 올리면 실시간으로 코멘트를 해주셨다.

선생님께서는 일주일에 두, 세 번 과제를 내실 정도로 열정적이셨다. 수많은 학생들의 글들을 꼼꼼히 살펴보시며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하셨다. 선생님은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한 글을 쓰는 것을 싫어하셨다. ‘국문학도들이 사회에서 통용되는 글을 쓰려면 참신하면서도 자유분방한 글을 연습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시며 ‘사람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적인 글’을 쓸 것을 학생들에게 요구하셨다.

조광국 선생님께서는 ‘상업적인 것이 나쁜 뭐가 나빠?’ 라는 말씀을 자주하셨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학문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개방적인 분이셨다. 나는 선생님의 영향으로 블로그를 시작하여 하루 방문객 1500명까지 도달한 만큼 블로그를 성장시켰다. 블로그 활동을 통해 나의 생각을 사이버 상에서 자유롭게 정리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했고 SNS를 활용하는 대외활동들에도 무리 없이 합격하여 활동하고 있다.

<드라마콘텐츠론> 수업에서는 다양한 드라마들의 애정관계를 중심으로 한 서사구도들이 등장했다. 서사구도들은 우리 애정관계의 많은 유형을 담고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이 서사구도들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사랑의 자세’라는 주제로 학생들과 의견을 공유하곤 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사람은 ‘중도를 지키는 사랑’이었다. 서로를 사랑하되 배려가 전제되어야 하며 격정

적인 사랑의 감정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상대를 생각할 때 아름다운 사랑이 가능하다고 말해주셨다. 선생님은 ‘첫눈이 올 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여유’를 강조하는 낭만적인 사랑을 이야기하시기도 하고 ‘헤어진 연인을 과감하게 보내주는 결단력’이라는 주제를 통해 현실적인 사랑을 언급하시기도 했다. 선생님의 강의를 통해 ‘사랑을 잘하는 것’은 인간의 삶의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면서 많은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사실을 배웠다.

선생님과의 3번의 상담은 진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구체화 시켜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선생님의 연구실로 찾아갔을 때,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하고 싶냐?’라는 질문을 하셨다. 일반 기업에 취직하고 싶다고 하니 선배들의 근황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고 지원해 볼만한 회사들을 조언해주셨다. 또한 회사를 다니다 우리 과 교육대학원에 입학한 대학원생 누나를 소개해주셨다. 누나는 7년 동안 회사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해주었고, 입사를 결심했을 때 고려해야할 점과 준비해야할 부분들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어느 상담보다 현실적이고 와 닿는 상담이었다.

이번 학기에 나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나의 생활이 행복하고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이 당시 나는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도 모두 나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보였고 삶은 끝없이 싸우고 극복해야하는 시련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에게 여유가 없어 항상 우울함과 외로움에 시달렸다. 시험기간만 되는 부담감과 불안함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마음속에는 ‘성적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지?’, ‘내가 취직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내가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부정적인 질문들만 가득했다. 부모님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하소연하지 못해 너무 힘들었다. 나는 이런 마음을 블로그 포스팅에 담았다. 그날 저녁, 선생님의 댓글이 달렸다.

위의 댓글을 보고 나는 소리없이 방에서 울었다. 나의 마음을 부모님보다 잘 이해하고 계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했다. ‘느긋하라’라는 말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동안의 괴로움과 두려움이 눈 녹듯이 사그라들었다. 나는 ‘괜찮다’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이다. 내 주위에는 아무도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 여유있게 앞으로 가라’라는 말을 해주지 않았다. ‘국어국문학과를 나와서는 취직이 어렵다.’ ‘지금 이 점수로는 어렵다.’, ‘더 열심히 해야한다.’등 나를 채찍질 하는 말들이 대다수였다. 나는 노력하면서도 항상 우울했고 자괴감에 빠지곤 했다. 선생님은 지칠대로 지친 나를 다독여 주셨다. 내가 가진 그대로를 인정해주시고 나만의 장점을 인지하고 생활하라고 조언해주셨다. 나는 선생님이 달아주신 댓글을 저장하여 힘들 때마다 꺼내보곤 한다. 공부하다 지칠 때면 선생님의 글을 보며 힘을 얻었다. 나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공부하기가 편해졌다. 그 결과, 나는 이번 학기에 수강한 모든 과목에서 A+의 성적을 거두는 성과를 얻었다.

선생님은 세상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시는 분이셨다. 답사를 다녀오실 때는 혼자 길을 걸으

시며 생각하신 것들을 사진과 함께 블로그에 올리셨고, 가을 단풍과 첫눈을 보면서 시를 짓기도 하셨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에 급급했던 나와는 대조적으로 선생님은 낭만을 곱씹으면서 삶을 여유롭고 행복하게 즐길 줄 아는 분이셨다. 이번 학기에 선생님께 ‘여유’를 배워간다.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생님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치열하고 열심히 살되 세상과 맞서려는 괴로운 생각을 지양하게 해주셨다. 선생님과의 시간들을 단순히 ‘3학점을 얻은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번 학기 선생님과의 만남을 ‘실용적인 글쓰기를 통하여 삶의 전반을 돌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드라마콘텐츠론> 수업이 공식적으로 종강했다. 하지만 나는 종강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학년이 되는 내년에도, 2년이 지나는 내후년에도 고민이 깊어질 때나 삶에 지쳐 나동그라질 때 망설임 없이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러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이다. 조광국 선생님의 수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