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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6년도_입상_[영화의 세계]_장의진교수

  • 유남경
  • 2017-01-23
  • 8876

제목: 내 인생의 틀을 깨준 수업

 

1. 초심의 마음으로 과목을 선택하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다른 학우보다 뒤늦게 대학에 입학을 하고 대학을 다닌지도 꽤 시간이 흘렀다. 몇 번의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나도 모르게 학교생활에 대한 권태로움과 진로의 부담감만이 내 스스로를 옥죄이고 있었다.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대학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해보고 싶은 것도 싶은 것도 많고 즐기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개인사정으로 몇 번의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또 화학이라는 나의 전공이 주는 부담감 때문에, 또 나의 미래의 진로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처음 대학에 입학할 때의 열정이나 초심보다는 학점에 목을 매게 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 학기를 들어오면서 졸업을 위해서는 영역별 교양의 예술영역에서 하나를 수강해야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수소문을 해서 학점을 잘 주는 수업이 여러 예술영역 교양과목 중 무엇인지, 얼마나 수업이외의 시간부담이 없는지 등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경제적인 선택으로 수강신청 때까지 찾고 또 찾았다. 하지만 9월 첫 주 수업을 듣고 문뜩 내가 경제적인 선택을 했다고 믿는 수업의 조건들이 한 학기를 마친 시점에 어떤 가르침을 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저 공부가 하고 싶어서 대학에 입학했던 초심의 마음으로 아무 조건 따지지 않고 정정기간에 평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주제로 하는 영화의 세계수업을 후회 없이 선택했다.

 

2. 곱씹게 되는 강의

분명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또 나와 같이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졸업을 하는데 필수로 요하는 영역별 교양에서 영화의 세계를 선택한 학우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업을 티칭하시는 장의진 교수님은 단지 영화를 분석하고 영화에 대한 흥미를 이끌어 내는 것이 수업의 목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고 개인적을 생각한다. 물론 영화라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추구함을 공부하는 목적도 있지만 영화라는 예술장르를 통해 자신의 이념이나 생각이 어떤 건지 깊게 사유하게 만들고 또 그걸 어떻게 상대방에게 표현함으로 써 타인과, 크게는 현대사회와 끊임없이 소통을 극대화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의 틀을 깰 수 있는가가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이 수업의 궁극적인 목적이 아닐까 싶다.

이 수업을 개인적인 비유를 하자면 건강하려면 섬유질 가득한 음식들을 여러 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라고 생각해봤다. 장의진 교수님의 수업방식은 어떤 이에게는 매우 쉬울 수도 있고 또 다른 이에게는 무척 힘들 수 있다. 처음 들어보는 토론방식의 강의형식, 처음 접하는 조별과제 형식, 처음으로 해보는 과제, 처음 접하는 시험방식 등은 대학을 다니는 동안 일방적으로 수업하고 시험 치는 수업형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무척 신선한 동시에 난감하기도 했다. 강의는 끊임없는 질문과 물음으로 시작해서 또 다른 물음으로 끝난다. “영화란 무엇일까? 그 영화에서 감독이 연출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 의도는 나에게 전달이 되는가? 그 전달이 나에게 납득이 되는가? 납득이 안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사유한다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영화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내 생각을 글로 쓰거나 말로 전달한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체기관의 눈은 단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완전히 신뢰해도 되는 것인가?”

처음엔 이러한 물음들이 대체 영화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었다.

수업을 마치고 매 시간마다 과제로 내주시는 영화를 보고 그 영화에 대해 정말 여러 번 씹어 먹고 사유하고 영화를 보다보면 그것은 매우 관련이 깊은 것들의 연속이었다. 영화 수업이라고 해서 영화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예술, 문화, 그리고 우리가 인생을 어떤 인식으로 살아가야 하는가에 관한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또 그걸 80명이 넘는 수강학생들과 토론하며 다른 이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통찰하고 어떻게 소통하는지를 배웠다.

장의진 교수님은 영화 감상에 있어서나 크게 보면 인생을 살아가면서 편협한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하나의 틀에 갖히는 것을 경계하라고 매번 강조하신다. 수업시간에 편하게 설명하시고 학생들과 토론하는 것 같지만, 사실 수업시간 내에 모든 질문들에 대한 것을 깨우치고 이해하기란 어렵다. 이 함축성 높은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선 과제로 내주신 영화를 보고 끊임없이 그 의문점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만 수업에서 정말 일깨워주려고 하신 것을 알 수가 있다.

 

3. 인생 시험

시험은 언제나 싫고 부담되는 존재이다. 하지만 나는 영화의 세계을 듣기 전과 후로 나의 시험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싶다. 이 수업의 시험은 대체 어떨지 설레었다. 교수님은 시험 전 마지막 수업에서 이러한 말씀을 하셨다. “여러분이 나와 생각이 같을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여러분의 글을 내가 읽었을 때 충분히 납득이 가고 나를 설득 시킬수 있으면 된다. 여러분의 깊게 사유한 인생관이 어떤지 묻어나면 된다. 그 생각을 빈 시험지에 마음껏 자랑하면 된다평소에 사고하는 방법에 대해서 끊임없이 말해주시고 또 평소 과제로 내주시는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 사고하는 훈련을 한다면 따로 시험공부를 할 필요가 없는 중간, 기말시험이다.

그럼에도 과학을 전공하는 내가 인문학적인 수업을 듣고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다. 수학공식과 같이 A=B와 같은 형식의 강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멀리 돌아가는 기분도 들었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 같기도 했었다. 하지만 점차 이 수업에 관심을 가질수록 연관성 없을 것 같았던 질문들이 모여 하나의 내용이 되고 영화를 보는 눈이 되었고 내 안에 나도 몰랐던 고정관념을 깨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그 과정들이 매우 신기했다. 그것은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도를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나는 점차 수업에 흥미를 느꼈다. 또한 그 과정들이 시험을 뛰어넘어 내 인생의 가치관을 설정해 주었다. 시험은 정말 백지에 시험시간에 보여주시는 영화를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을 생각한 만큼 서술하면 된다. 그 종이에서 만큼은 내가 사상가이고 내가 주인공이었다. 이러한 시험과 과제는 그 동안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시험이지만 절대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마치 내 인생을 꾸려나가는 인생 시험같았다.

 

4. 인생의 방향을 찾게 해준 수업

나는 수업이 끝나면 거의 매번 교수님께 영화에 대해서, 또 나의 인생에 대해서 영화를 비춰서 질문을 드리고 또 그 답변에 대해서 토론하고 했다.

이 강의를 통해 배운 것은 어딜 가서든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또한 어떠한 수업도 두려움이 없었다. 내 안의 기준과 틀이 스스로 나를 옥죄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틀을 깨고 관심만 가지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가장 큰 가르침은 나에 대해 돌아보고 내 안의 편견과 틀을 깨는 것과 동시에 나의 인생을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렀다는 것이다. 이것은 단지 한 학기의 수업, 3학점짜리에서 좋은 학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처음 사회생활을 하다가 대학이라는 공간에 왜 들어왔는가를 생각하게 되었고 수많은 경험과 질 높은 인생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이번 학기에 수강하였던 장의진 교수님의 영화의 세계가 나에게는 그것의 시작이었다.

현재 나의 상황에서 조금은 무모할지도 모르는 유학을 가고 싶다는 나의 꿈에 대해 평소에 끊임없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였다. 하지만 교수님께 질문을 드리고 그 질문에 대한 말씀을 듣고 또 생각해보면서 내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이기 때문에 꽤 오랜 시간 고민했었던 고민도 결정할 수 있었다. 이 수업을 수강하고 받은 A+라는 학점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세상을 대하고 보는 눈과 내 진로에 대한 결정은 이 수업을 수강함으로써 얻은 정말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