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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5년도_입선_[음악의 세계]_지현정교수

  • 유남경
  • 2016-01-27
  • 15115

경제학과 조소영

 

소심하고 부끄러움 많은 나는 대학에 와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힘들었다. 항상 교수님이 가르쳐주시고 말씀하시는 것을 받아 적을 뿐 내가 학생 중 한 명으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았고 참여하기 위한 노력도 부족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영역별 교양인 음악의 세계를 수강하게 되었다. 다른 교양처럼 어떤 특정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합창을 하는 이 강의는 생소했지만 금세 나를 매료시켰다. 개강 첫 주 학생들은 합창 파트를 나누기 위해 교수님 앞에서 오디션을 봤다.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나에게 정말 떨리는 일이었다. 첫 수 업 당일에 처음 듣고 배운 곡인 ‘Oh Shenandoah’를 교수님 앞에서 부를 땐 목소리가 떨리고 음도 불안정했다. 하지만 교수님이 진지하게 들어주시니 마치 내가 합창단원이 된 것 같고 정말 진지하게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열심히 부를 수 있었다. 정말 짧은 곡을 불렀지만 다 부르고 나서 파트를 배정받을 때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고 평가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짜릿한 일이었다.

강의는 매시간 열정적이고 즐거웠다. 강의 목표는 수강생 전부가 공연에 참여하는 학기말 콘서트였다. 교수님은 100여명이 되는 학생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이끄셨다. 네 파트나 되는 합창단을 모두 지휘하시는 지도력과, 노래하시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큰 목소리로 학생들을 가르쳐주시는 교수님의 희생정신과 열정이 정말 존경스러웠다. 또 교수님은 거의 모든 학생의 이름은 기억하고 계셨는데 이는 정말 기분이 좋았고 수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이 강의에서 나도 충분히 필요하고 존재감이 있는 학생이라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교수님은 학생들과의 잦은 소통을 하고 피드백도 아낌없이 해주셨다. 교수님의 노력 중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매 학기마다 학생들이 부르는 곡들이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10곡 이상의 곡들을 매 학기마다 새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는 교수님이 음악의 세계강의에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교수님이 강의와 학생들에게 애착을 갖고 계셨기 때문에 학생들은 마지막 콘서트를 위해 다 같이 노력할 수 있었고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나 생각한다.

음악의 세계는 따로 중간·기말시험 없이 조별로 정해진 곡을 부르는 미니콘서트와 각자 합창공연을 관람한 후 감상문을 제출하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조별로 미니콘서트를 준비하는 것은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각 조는 외국인 학생들을 포함하여 10명 내외로 구성되었는데 이 정도 수의 사람이 한 번에 모여서 다 같이 연습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리 조원들은 전원이 함께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을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들은 파트별로 모여서 연습하거나 각 파트에서 한 명씩은 꼭 참여하여 연습을 하는 등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렇게 연습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모두의 협력으로 우리 조는 무사히 세 곡을 연습하고 무대에서 완성된 곡을 부를 수 있었다. 미니 콘서트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많은 조들이 자기만의 특색을 드러내며 개성 있는 무대를 펼쳤다. 조원들과 의상을 맞춰 입고 오거나 곡과 곡사이에 안무를 맞추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등수를 나누는 경쟁이지만 즐거운 무대를 볼 수 있었고 모든 이가 즐기는 경쟁이었다. 과 특성상 전공수업에서는 조별 과제를 할 기회가 많이 없었는데 음악의 세계의 조별 발표를 통해 다른 과 학생, 외국인 학생들과 조화를 이뤄 결과를 냈다는 게 참 뿌듯했다. 조별 과제를 통해서 뿐 아니라 따로 친해진 학생들도 있었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은 파트별로 항상 지정된 자리에 앉았기 때문에 양옆자리 학생들과는 어느 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내 옆자리는 모두 중국 교환학생 친구들이었다. 나는 그 친구들에게 노래 가사 중 어려운 한국어 발음을 다시 알려주며 가까워질 수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연습 곡 중 님이 오시는지라는 한국 노래 한곡을 꼽아 너무 아름답다며 그 곡을 연습할 때마다 행복해했는데 그 귀여운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이렇게 매 시간마다 나는 원어 수업의 차별성과 장점을 느끼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감상문 과제를 위해 합창 공연을 보러간 것은 정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공연을 듣는 내내 음악이 성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는 한 번도 합창공연을 본 경험이 없었다.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음악에 관심이 없었던 이유가 가장 컸다. 하지만 합창공연을 보고 나서 사람의 목소리가 모이면 이렇게나 아름다운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깊이 알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것이 바로 교양을 쌓는 계기이며 교양과목의 목표가 아닐까? 실제로 그 이후 나는 우리가 배운 곡들의 합창 동영상을 찾아보고 그와 관련된 음악 영상들도 많이 보게 되었다. 나는 수업시간에 배운 모든 곡들이 좋았지만 그 중 님이 오시는지‘Zigeunerleben(유랑의 무리)’가 가장 기억이 남는다. ‘님이 오시는지는 배운 곡 중 유일한 한국 곡이었는데 가사가 정말 아름답고 서정적이었다. 차분하지만 갈수록 감정이 고조되는 이 곡에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니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수 가 없었다. 다른 한 곡인 ‘Zigeunerleben’는 독일 가곡이었다. 이 곡은 템포가 빠르고 통통 튀는데 가사를 발음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서 정말 많이 연습한 곡이었다. 초반에는 이 곡을 정말 다 배워서 완성곡으로 부를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하면 할수록 우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 마지막 공연 때 이 곡을 부를 때는 정말 가슴이 뭉클했다. 먼 미래에 여유가 생긴다면 나는 아마 취미로 할 수 있는 합창단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할 만큼 음악의 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음악의 세계강의를 통한 나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뿐만 아니라 나도 놀라게 하였다. 나는 마지막 공연을 위한 솔로 오디션에 지원했다. 이전의 나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진지한 마음을 가지고 임하는 그 자리에서 나는 용기 내어 도전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뽑히지는 못했지만 내가 도전정신을 가지고 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놀랍고 기쁘게 했다. 가족과 친구들은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평소보다 훨씬 더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워했다. 그래서 학기말 콘서트에 오빠와 친구를 불렀는데 한 학기동안 내가 즐겁게 배웠던 것을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고 두 사람 모두 공연이 멋있었다 말해줘서 더 행복했다.

나는 학기가 끝나고 항상 이 강의에 대해 사람들에게 말할 때마다 꼭 한 번 다시 듣고 싶다고 말하면서 들어볼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한 학기동안 느꼈던 강의시간의 열정과 즐거움, 마지막 무대에서의 행복함은 아직까지도 잊을 수 없다. 대학을 다니면서 이렇게 내 맘 속 깊이 새겨지고 사랑할 수 있는 강의가 있어서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음악의 세계는 강의 주제, 배우고 부른 노래들만이 아니라 가르쳐주신 교수님, 함께 노래한 학생들 모두 좋은 추억으로 남기고 좋은 감정을 얻어가는 아주 뜻 깊은, 다시 경험하고 싶은 명강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