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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4년도_입선_[일본입문]_박성빈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5959

다가오는 2015년 2월, 아주대 졸업을 앞두고 있는 나는 지난학기가 시작되기 전 어떤 교양 수업을 들을 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우리 대학에서 수많은 수업을 들었으나 공학도로서 반드시 들어야 하는 전공수업과 복수전공 이수로 인해 정말로 배우고 싶고 알고 싶은 교양 수업은 사실상 이때까지 들을 수가 없었다. 2014년 2학기가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전공지식에 대한 암기와 수학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에만 몰두하여 그 외의 것들에 소홀했었다. 하지만 대학이나 기업 더 나아가 사회에서도 공학도들에게 전공 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탓에 잊고 지내왔던 나의 관심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수강신청 기간 나는 드디어 대학에서의 마지막 학기만큼은 평소 관심 있었고 배우고 싶었던 일본의 정치 및 사회문화에 대해 알아보고자 일본입문 수업을 수강하게 되었다.

일본입문 수업은 일본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심지어 일본의 역사까지 방대한 분야를 개괄적으로 배우는 수업이다. 국제학부 일본학과에 속해있는 학생들이라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라면 교양으로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수업이기에 이 수업을 가르치시는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에게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 특히 국제학부에 속해있는 학생들은 이 수업이 전공수업이고 교양수업으로서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1학년에서부터 4학년까지 다양하기에 수업을 듣기 이전의 사전지식으로 학생들 간의 편차가 성적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 않고 수업만 잘 들어도 시험에 무리가 없도록 가르치는 것을 교수님께서는 목표로 삼으셨다. 그렇기에 교수님께서는 한 번도 일본 관련 수업을 접한 적 없는 초보자들에게 강의를 하듯 주요개념을 쉽고 명료하게 설명하셨고 입문 수업에서 다루기 힘든 어려운 내용은 가능한 제외하셨다.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은 여러 분야에 걸쳐 배웠기에 양이 적지 않았으나 대부분 이해하기 쉬웠고 일본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들로서 질적인 측면도 충족되었다.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일본사회에 기저에 깔려있는 일본인들의 의식과 문화를 알아가고 잘못된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개념 및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즉 일본에 대해 이제껏 한 번도 제대로 된 강의를 접해보지 못했거나 일본사회를 이해하고자 처음 발을 디디는 입문자에게는 그 어떠한 수업보다도 적극 추천할 과목이다.

일본입문 수업은 수업 진행 방식이나 과제, 평가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다른 교양 수업들과 달랐다. 우선 수업 진행 방식을 살펴보면 교수님께서는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현재 일본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시사뉴스를 보여주고 이것이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짚어주셨으며 한국, 중국과 같은 이웃나라에 일본의 여러 정책들과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국제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셨다. 매 시간 시사뉴스를 준비하느라 교수님께서는 일본어로 쓰여진 기사를 한글로 번역해오셨고 관련 인물, 정책, 일본의 현 정치상황 등에 대해서도 빠짐없이 조사하고 준비해 오셨다.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면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역사 등의 분야를 고루 배분하여 진도를 나가셨는데 각 분야마다 수업 보충자료의 형태를 달리 하신 것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대부분의 다른 수업의 경우 피피티 자료를 보여주고 진도를 나간 후 필기를 받아 적거나 아니면 수업자료를 프린트하여 나눠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러한 수동적이고 획일화된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즐겁게 참여하도록 해주셨다. 예를 들어 앞서 말한 시사뉴스를 통해 어렵고 지루한 일본의 정치 및 경제 상황을 색다른 방식으로 설명해주신 것도 인상적이었고 수업 중간 중간에 일본 동요를 틀어주며 일본어에 친숙해지고 일본 저변에 깔려있는 사회문화를 인식하게 한 점, 평소 잘 알지 못하고 편견에 휩싸여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게이샤의 진실을 다큐멘터리를 통해 알게 한 점, 현재 여전히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기업집단에 대해 학생 스스로 조사하여 우리나라의 대기업들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알게 한 것 등 가치 있는 배움을 새로운 방식으로 배웠다. 교수님께서 피피티와 책에 의존하여 그대로 읽어주는 방식을 취하셨다면 아무리 가치 있는 수업일지라도 그 수업을 통해 어떠한 즐거움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입문 교수님께서는 이 수업을 대부분 교양수업으로 택한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최대한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애쓰셨다. 학생들이 많은 과제로 부담을 느끼고 수업에 흥미를 잃는 것보다는 과제가 적을지라도 수업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배워나가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면 과제는 거의 내주시지 않았다. 한 학기 동안 과제는 게이샤의 진실과 관련한 다큐멘터리수업의 시청 후 느낌을 자유 형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유일했으며(작성한 학생들 간 점수 차이는 크지 않아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보이지만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부분점수도 받지 못해 큰 영향을 끼침) 그 외의 과제의 경우는 학생의 몫으로 남겨놓으셨다. 이로써 지루함은 반으로 줄고 수업시간 동안의 즐거움을 배가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교수라는 직위로 엄하게 수업을 이끌어 가시기보다는 일본의 과거와 현재를 실제 교수님의 유학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해주셨고 현재에도 지속되는 일본의 여러 인사들과의 교류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전달해주셨으며 교육에 필요하다면 일본의 동요, 다큐멘터리, 역사 관련 영상(종전 영상), 논문 등 여러 수업 보충 자료를 사용하셨다. 말로만 설명하는 다른 수업들보다 생동감이 있고 집중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현재 정치상황이나 국제적 관계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즉 다른 수업과 달리 쓸데없이 많지 않은 과제와 색다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은 수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게 되었고 집중할 수 있었다.

시험은 그 유형에 따라 세 파트로 나뉘는데 간단한 설명을 통해 개념과 용어를 맞추는 문제, 질문에 간략하게 서술하는 문제, 어떤 사안에 대해 학생 본인의 생각을 묻거나 현 상황에 도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길게 답하는 문제로 구성된다. 시험에 나온 모든 문제는 수업시간에 제대로 듣기만 하면 시험에서 무리 없이 작성할 수 있었고 마지막 유형에 해당하는 주관적인 생각을 묻는 문제로 인해 일본사회나 경제, 정치에 평소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우리는 이에 맞서 어떤 정책을 펴야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습관을 갖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가능한 배운 대로 시험 답안을 작성하시길 원하셨고 분명한 기준과 시험을 본 이후의 피드백으로 내가 무엇을 잘못 알고 있었고 어느 부분이 보완할 점인지를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도록 해주셨다. 특히 매 수업이 끝날 때마다 교수님께서는 질문을 하도록 유도하셨고 그날그날 수업시간에 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주셨으며 수업시간에 하지 못한 질문에 대해서는 메일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하셨다. 수업시간에 여러 수업을 보조할 만한 자료들을 찾아오셔서 강의를 하시는 것도 고마운데 수업이 끝날 때까지 학생들의 질문을 하나라도 더 듣고 대답해주시려는 모습에 나는 수업시간마다 감사함을 느꼈다.

일본입문 수업은 나의 대학 4년 동안 경험한 수업들 중 잊을 수 없는 수업 중 하나다. 본래 나는 한국 역사에 대해 관심도 많고 역사를 배우는 것에 곧잘 흥미를 느껴 대학에 와서 따로 공부를 하여 시험도 보고 역사 관련 단체를 찾아 가입할 정도로 열성이었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와 여러모로 사이가 안 좋은 일본을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까지도 독도문제로 시끄럽고 국제적으로도 얽혀있는 것이 많아 조용할 날 없는 것이 일본과 우리나라의 관계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감정들로 인해 일본이라는 나라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을 어느 순간 잃어버렸던 듯하다. 그저 일본 관련 뉴스만 나오면 ‘일본이 그렇지 뭐.’, ‘일본은 역시 상대를 하면 안 돼.’ 이런 식으로 증오 내지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얕잡아보는 것이 다였다. 천황에 대한 인식 역시 우리나라의 대부분 사람들처럼 식민지시대와 연결시켜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 수업을 통해 이런 식의 편협한 시각은 앞으로의 국제 관계에 있어 전혀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사 마음속으로 일본이 싫더라도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실리적 외교를 해야 하고 뒤엉켜있는 역사 문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와 일본과의 국제적 관계는 별개의 문제로 바라봐야 하며 이에 더하여 세계 각국과 어떻게 협력관계를 맺어야 할지를 생각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일본입문 수업을 통해 일본인들의 역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이제는 뉴스나 신문기사에서 일본 얘기만 나와도 반응할 정도가 되었다. 얼마 전 일본에서는 아베 3차 내각이 들어서고 점차 제국주의 정신을 다시금 내세우는 등 우경화가 심각해지고 세계 각국은 이를 비판하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세계 각국과 어떤 국제적 관계를 맺고 활동해야할까? 아는 것이 많아진 만큼 걱정 역시 비례하여 많아진다. 하지만 이러한 걱정은 나와 우리와 국가에 해가 되는 걱정이 아님을 믿는다. 나는 많은 학생들이 일본입문 수업을 듣고 나와 같은 고민과 걱정을 하는 젊은이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일본이나 국제 정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내게 이러한 국제적 시각을 키워준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