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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4년도_입선_[음악의세계]_이건수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6262

주말을 보내고 난 후의 월요일. 느긋하게 걸어가든 늦어서 서두르든 성호관 소극장에 도착하면 편안하게 음악을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했던 것이 생각난다. 클래식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지만 그 분위기를 동경했던 나는 자연히 ‘음악의 세계’를 수강하게 되었고 조금이나마 본 강의의 매력을 전하고 싶다.

수업의 시작은 강의명에 어울리게 5분에서 10분 정도 음악을 듣는 것이다. 클래식이라는 말은 예스러움을 풍기지만 현대인에게는 사실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음악도 편안하면서 이색적으로 들려온다. 수업을 들어오기까지 들었던 잡생각과 산만한 정신이 가다듬어지고 음악에 귀를 점차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교수님의 때때로 재치 있는 이야기와 음악이 넘나들면서 시간이 흘러간다.

강의의 내용은 매우 원초적인 부분에서 음악 이론 및 악기, 음악가의 인생, 세계의 음악, 음악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방대하다. 음악 이론을 설명해주실 때는 피아노를 직접 치시면서 박자나 화음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는데 예시를 들을 수 있어서 이해하기 훨씬 수월했다. 4분의 4박자, 6분의 8박자 같은 개념들도 이론적으로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직접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음악 시간에 피상적으로 들리기만 했던 내용들이 감각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또한 여러 클래식 악기에 대해 공부할 기회도 있었다. 자세하게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악기 편성에 따른 연주 형식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음악회의 상식들에 대해 배웠다.

또한 이 강의는 과거의 사실들을 공부하는 것에만 치중되어 있지 않다. 교수님께서는 유명한 음악가들을 소개하실 때도 최근에 활동하시는 분들을 주로 소개하셨고 오페라도 현재 자주 공연하는 작품들을 많이 소개해주셨다. 그밖에도 현재 활동하는 음악 단체들이나 음악 영화 및 음악을 중심으로 외국을 관광하는 법 등등의 상식이나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그리고 음악의 역사를 공부할 때도 근현대 음악은 어떤 과정으로 발전했는가와 어떻게 이해해야하는가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마치 추상화와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음악에 대해 조금이나마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실마리를 만들어주었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이 강의가 클래식을 ‘듣는’ 것에 중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론이나 지엽적인 사실들이 주가 된다면 학기 중에는 외우는 것에 급급할 것이고 남는 것도 얼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업은 수업에 참석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게 된다는 점이 실속이 있다. 수업 시작과 중간에 음악을 듣고 이론이나 음악가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또 기말 시험으로 ‘듣기 평가’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 학기만큼은 유명한 클래식 음악을 반복해서 듣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클래식에 귀가 익숙해지고 평소에 TV 방송 등으로 익숙한 멜로디가 어디에서 유래된 건지 알게 되는 일도 있었다.

수업 중에 음악을 듣게 되면 교수님께서 이후 그 음악의 작곡가에 대한 이야기나 해석, 동영상에 나온 연주자나 지휘자에 대한 설명도 해주신다. 클래식 음악 제목에 붙는 Op.가 무엇인가와 같은 토막 상식을 배우는 것에서부터 때로 음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여러 음악인들의 일생이나 사상도 엿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었다. 재밌는 일화도 있었고 음악에 심취해서 일생을 음악에 바치는 사람들을 보면서 음악의 마성을 느끼기도 했다. 수업 내용 자체가 쉽지만은 않고 때로는 어렵지만 사전 지식이 없어도 이에 쉽게 공감하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수업 관련 활동의 일환에서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경험은 음악회에 참석했던 일일 것이다. 교수님께서는 자기가 듣고 싶은 음악회에 참석하고 자유로운 인상을 적는 감상문 과제를 내주셨다. 수동적으로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닌 클래식을 제대로 듣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이다. 클래식 수업이니 어쩌면 당연한 과제일지도 모르지만 생전 처음으로 내가 정한 음악회를 참석하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내가 참석한 공연은 퍼커션 오케스트라 공연이었는데 느껴지는 웅장함과 화려함에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놀라운 일은 음악회를 참석하면서 강의의 내용을 자연스럽게 상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어느 정도의 지식이 갖춰져 있어야만 비로소 클래식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살면서 그렇게 음악을 듣는 일에 집중하고 취해본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중간고사가 끝나고 초청공연을 한 적도 있었고 교수님께서 수강생이 자율적으로 발표를 하는 것을 허락하셨다. 버스킹이라고 불리는 길거리 공연 문화나 예술에 대한 근본적인 해석에 대해서 수강생이 발표하는 내용을 교수님도 같이 들으시면서 부족한 내용이나 잘못된 내용에 대해 첨언해주셨고 주관적인 해석에 대해서도 존중해 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이 강의의 특색을 한마디로 말해보자면 ‘교양의 냄새가 난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교양수업인 만큼 전공처럼 심화된 내용을 다루지는 않지만 분명히 얻어가는 것이 있다. 실제로 나는 이 수업을 듣고 음악에 관해서 어느 정도는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학기말에 클래식에 조예가 있는 친구 둘하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클래식 감상이나 음반과 관련해서 즐겁게 대화했던 기억이 난다. 클래식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과거의 모습을 생각할 때 그렇게 음악적 주제로 말을 풀어갈 수 있었던 것은 괄목할 만한 일이었다.

학기 중에는 듣기 평가 때문에라도 클래식을 들으면서 지냈지만 요즈음에도 때때로 클래식을 듣곤 한다. 클래식은 다른 음악과 다르게 딴 일을 할 때에도 집중력을 흩트리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다. 베토벤의 비창을 들으면 열정이 전해져 오고 쇼팽의 녹턴 Op.9 No.2를 들으면 서정적인 감상에 잠기는 등 귀에 들려오는 피아노나 바이올린 소리가 여러 가지 감정을 만들어낸다. 다른 작업을 하는 사이에 음악을 듣는 취미 같은 것은 없던 나에게는 이 자체도 큰 변화이자 새로움이다. 음악의 세계 수업 덕분에 바쁜 대학생활 중에서도 부담 없는 편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일상의 즐거움이 하나 더 생기게 됐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기쁘고 의미 있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