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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4년도_입선_[동양고전의이해]_김상대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5896

2014년 1학기. 동양고전의 이해는 신입생인 저의 첫 교양 수강과목이었습니다.

첫 날 교수님은 이번 과목을 통해서 정의로운 판단을 내리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지식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수업과는 수업목적이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강의계획서를 보면 시험일정이 없습니다. 시험은 지식을 테스트하는 것이라는 이유였습니다. 시험대신 교수님은 발표와 토론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교수님과 혹은 선후배간에 논제에 대한 의견을 공유하면서 논리를 쌓아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수업은 예습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다음 단원을 미리 제시해주시면 학생들은 그 단원을 미리 읽어오고 질문을 적어옵니다. 그런 다음 수업시간에 그 질문들을 교수님께 질문을 합니다. 저도 의문점을 제시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의 경험과 혹은 가치관과 다르다고 생각되는 점을 질문했었습니다. 교수님은 망설임 없이 답을 해주셨습니다. 그 답의 내용은 제가 틀렸다가 아니라 생각의 전환점을 바꿔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러한 수업방식은 제가 책을 읽거나 혹은 남들과 대화를 할 때 나와 맞지 않다고 느끼는 것을 ‘이것은 나와 달라.’ 가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면 이것도 맞을 수 있겠구나.’ 라고 바꿔주었습니다. 사소할 수도 있지만 인간관계에 이런 사고를 적용해보니 남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사이도 돈독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 책의 저자가 교수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교수님이 직접 쓰신 책이니 내용을 꿰뚫고 계시니 따로 준비를 하시거나 질문에 긴장을 하실 일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말씀하신 내용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수업시간이 있는 요일은 항상 떨리고, 그 날 오전은 항상 새벽에 일어나 책을 정독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청춘과 소통할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교수님 자신을 놀라게 하는 참신한 질문이 나올 때면 속으로는 당황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여유로워 보이시고 느긋해 보이시는 교수님의 속에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다시 정독하는 노력과 긴장감이 숨어있었습니다.

이 수업에는 따로 어려운 과제나 수업준비는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수강생들마다 다르다고 생각됩니다. 예습은 본인의 몫입니다. 하기 싫으면 책을 안 읽어 와도 되고, 질문을 안 해도 됩니다. 이런 수강생들에게는 정말 편한 수업일 것입니다. 하지만 양심에 찔려 억지로 책을 읽고, 질문을 만들어 오는 사람에게는 예습이 고역일 수 있습니다. 총 2권이기 때문에 매주 나가는 양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을 즐기는 사람은 예습을 하는 과정도, 수업시간에 질문을 하는 과정도 모두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저는 마지막 경우에 해당했던 것 같습니다. 예습을 하면서 ‘이런 질문을 하면 교수님이 당황하실까?’ 라는 약간의 걱정과 설렘이 있기도 했고, 정말 참신한 답변을 얻을 때는 뿌듯한 마음이 하루 종일 제 마음속에 맴돌았습니다.

이렇게 과정 자체를 즐기며 바쁜 한 학기를 보내다 보니, 기말고사가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암기를 하거나 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은 아니었습니다. 주제에 맞게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서술하는 오픈북테스트였습니다. 학점 이외에도 얻을 것이 이미 많다고 느낀 저는 성적에 얽매여서 부담으로 생각하지 않고 한 학기동안 느낀 점을 주제와 연결시켜 자유롭게 서술했습니다. 기말고사를 보면서 후련하기도 했지만, 그보단 아쉬운 마음이 더 컸던 수강과목이었습니다.

동양고전의 이해를 수강한 이후, 더 포용력 있는 사람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교수님은 지식을 쌓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따로 심도 있게 공부를 하면서 공자말씀, 논어 등에 대해 공부를 하니 지식도 알게 모르게 쌓이게 되었습니다. 같이 수업을 들으며 알게 된 선배들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 긍정적으로 생각이 변한 학생이 저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중 한 선배는 A+임에도 불구하고 수업을 청강형태로 다시 듣는다고 합니다. 저는 전공수업과 시간이 겹쳐 그러진 못했지만, 졸업 전에 꼭 한번 더 듣고 싶은 명 강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