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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4년도_입선_[과학사]_정재영교수

  • 유남경
  • 2015-01-29
  • 17494

공학인증을 하는 학생들에게 과학사라는 과목은 ‘공학인증을 하기 위해 억지로 들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반 강제적으로 듣는 과목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저에겐 그렇게 느껴졌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과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미루고 미루다 4학년이 되어 뒤늦게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첫 시간의 오리엔테이션에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과학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와 과목의 특성을 잘 설명해주셨고, 무엇보다 교수님의 열정이 느껴졌습니다. 강의계획서를 나누어주셨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 강의계획서에 나와 있는 그대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수업을 예습하거나 복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공대생에게는 과학의 역사에 관한 강의다보니 지루할 수도 있는데, 재밌는 얘기들과 수업자료를 통한 재밌는 수업이었습니다. 보통 수업 강의노트는 몇 년째 바꾸지 않고 조금씩 수정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수업할 내용을 구어체로 직접 강의노트로 작성하여 올려주셨습니다. 직접 작성해주신 강의노트 때문에 혼자 수업을 들어도 결석을 하게 됐을 때 수업을 따라가는 데 지장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수업 내용과 관련된 그림 자료를 따로 편집하여 올려주시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많은 수업자료를 출력하셔서 나눠주기도 하셨습니다. 여태까지 많은 수업을 들어봤지만 교수님이 강의 자료를 뽑아서 나눠주신 수업은 처음이었습니다.

과제물은 수업 시간의 연장으로 간단히 할 수 있고 제출만 하면 10점 만점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담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평가 방식 중, 과제를 잘 하면 가산 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동기부여해주는 점도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학생에게 있어 예민한 부분인 학점 평가 방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험 점수가 수정되면 댓글로 공지한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다른 수업의 경우 시험에 이의를 제기하여 점수가 오르면 이의를 제기한 본인만 알게 되고, 그로 인해 학점이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학점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때도 있었는데, 과학사 수업은 그런 면에서 정말 좋았습니다. 또한 가끔씩 수업 중에 출석을 체크하는 용도와 더불어 간단한 문제를 풀어 제출하는 방식도 좋습니다. 그리고 보통 수업은 결석 3~4번 정도는 아무 감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1번의 지각과 결석을 따져서 각 지각, 결석마다 감점을 하는 것도 매일 출석을 하는 학생들에게 장점이었습니다.

한편, 시험 문제는 기출 문제(소스)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수업에서 해주셨던 얘기 위주의 문제였습니다. 문제의 개수는 50개였고, 객관식과 주관식으로 그렇게 난이도가 높지는 않았습니다. 수업만 열심히 듣고 간단한 필기만 열심히 하면 성적을 좋게 받을 수 있습니다. 강의계획서에 있는 참고자료에서도 시험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참고자료를 찾아서 보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만큼 열심히 하고 찾아서 공부하면 성적이 잘 나온다는 점이 공평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중간고사 이후, 퀴즈를 한 번 보았습니다.

 

중간고사 이후엔 보통 공부를 잘 안하게 되는데, 이 퀴즈 덕분에 나태해지지 않고 계속해서 과학사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학생이 개인적으로 했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클래스에 올려주셔서 모든 학생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험 기간에 개인 쪽지로 궁금한 것을 물어봤을 때 휴대폰 문자로 답변을 해주셨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질문을 하려면 끝나고 따로 하는 것 대신 수업 시간에 하는 것도 인상 깊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질문을 해야 모든 학생들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알게 된다는 이유에서 그런 것 같습니다.

또한, 과제에 대한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과학사 수업에는 두 번의 에세이 형식의 과제가 있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에세이는 크게 부담되지 않고,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자신의 의견을 덧붙이는 정도의 수준입니다. 점수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점수인지 직접 타이핑하여 개인별로 나눠주셨습니다. 다른 수업에서는 과제 채점을 조교가 하는 것이 보통인데, 과제도 직접 교수님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나아가 이클래스에 ‘과제를 잘하는 방법’이라는 글을 작성하여 올려주셨습니다. 앞으로 다른 과제를 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 이렇듯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여주셨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업을 열심히 듣게 됐던 것 같습니다.

한편 과학의 역사라는 이 수업을 들음으로써, 상식을 많이 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현재 기업에서는 공대생에게도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한국사에 대해 물어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과학의 역사에 대한 지식도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사 수업은 이런 흐름에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공학인증을 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인문계열 및 다른 계열의 학생들이 들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 면에서 과학사 수업은 ‘수업’에 대한 편견을 깨줬고 역사에 관한 수업은 재미없다는 생각을 바꿔주었습니다. 4년간의 학교생활 동안 앞자리를 맡으려고 일찍 들어간 첫 수업입니다. 바쁜 4학년에게는 대충 듣고 멀리할 수도 있었지만 이번 학기에 가장 열심히 들었습니다. 오히려 전공 수업보다 교양 수업인 과학사를 더 열심히 듣게 된 것 같습니다.

과학사 수업을 들을지 말지 고민 중이라면 정재영 교수님의 과학사 수업을 들어보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