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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3년도_우수_[미술의 세계]_송기원교수

  • 이종원
  • 2014-02-10
  • 13568

e비즈니스학과_김현재

 

    매 수업 시작 전, 강의실의 불은 꺼져있었다. 스크린에 비친 알 수 없는 내용의 동영상과 함께 수업은 시작되었다. 불이 켜지고 교수님께서는 별다른 설명 없이 작품을 감상한 소감을 말해보라고 했다. 몇몇은 적극적으로 손을 들어 자신의 느낌을 말하고 몇몇은 말없이 자신의 감상과 발표자의 감상을 비교하며 작품에 빠져들었다. 짧은 토론이 끝나고 나서야 교수님께서는 그 날의 강의 주제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수업 중간에도 교수님께서는 슬라이드를 통해 현대 미술 작품을 보여주며 처음과 같은 토론 시간을 주었고 나는 매번 손을 들어 정제되지 않은 감상평을 늘어놓았다. 거리낌 없이 작품에 대한 느낌을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스크린으로 마주했던 것들이 현대미술 작품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미술의 세계 시간을 다른 강의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자유롭고 부담이 없는 시간으로 만들어 주었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 중 저자의 죽음이란 개념이 있다. 작품이 작가의 손을 떠나 세상에 내놓아진 순간 하나의 개체로서 작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감상자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현대미술에서 감상자의 생각은 옳은 것도 그른 것도 없다. 그래서 기존의 배경지식 안에서 자유롭게 감상을 한 것인데, 그렇다고 해서 마냥 배경지식만 이용한 것은 아니다. 현대 미술의 기초적인 이론에 대한 교수님의 설명을 통해 얻은 지식에서 비롯된 다른 관점으로도 작품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운 감상에서 느끼는 즐거움에 새로 배운 것을 토대로 감상을 하며 느끼는 희열이 더해져 현대 미술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감상방법을 실제 미술 작품의 감상에 적용하며 강의시간에 배운 것을 내재화 할 수 있었다. 중간고사의 대체 과제물로 두 개의 전시 중 하나를 택하여 관람하고 전시감상문을 제출해야 했는데, 작품의 실제 크기나 질감, 배치와 같이 전시장에 가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보며 온전한 작품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니 현대미술 감상의 즐거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중간고사 기간에 과제를 내주셨기 때문에 불평하기도 했지만 전시 감상문을 다 쓰고 나서야 작품들이 가슴에 와 닿으며, 전시장에 직접 가본 것이 얼마나 좋은 경험이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기말고사를 몇 주 앞두고 현대 미술 작품을 직접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배운 내용들을 토대로 자유롭게 주제를 선정하고 원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과제 설명의 전부였다. 이처럼 명확한 형식이 없다는 점이 프로젝트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주제로 삼을 수 있는 무궁무진한 것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일은 꽤나 긴 시간을 필요로 했고, 주제를 드러낼 수 있는 방식도 한둘이 아니었기에 많은 학생들은 힘들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창작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며 모든 작품들은 엄청난 고뇌의 산물임을 알게 되었다. 점 하나도 예술이 되는 현대 미술에서 그 점은 쉽게 찍혀진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도 교수님께서는 그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꽤나 자주 면담 시간을 잡아주었다. 학생들의 생각 중 기존 작품들과 겹치는 부분은 바로 잡아주셨고 신선한 생각에는 살을 더해주어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렇게 각 조별로 진행된 프로젝트는 강의 후반부부터 발표되었다. 학생들은 모든 발표를 집중해서 들었는데, 발표내용이 기말고사 범위에 포함되어서만이 아니라 전업 작가의 작품 못지않은 양질의 작품들이 소개되었기에 집중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또한 이전 주차까지 진행되었던 강의와는 달리 작가들이 직접 자리한 가운데 작품에 대한 토론을 했기 때문에 작가의 의도와 그 의도가 얼마나 잘 전달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감상자에 의해 의미가 확장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 역시 즐거운 일이었다. 그리고 발표를 하며 작가의 입장에서 감상자들과 소통하는 것은 또 다른 영감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감상자들이 감명 받은 모습을 보고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알아 나가며 프로젝트의 진행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완전히 해소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열 두 조의 발표가 끝나고 나니 곧바로 기말고사가 다가왔다. 기말고사 범위는 주제별로 묶인 강의노트와 프로젝트 발표내용이었는데, 문제를 푸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암기에 의존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설명에 의견을 덧붙이는 형식의 문제도 있어 오랜 시간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리돼있지 않던 작품에 대한 느낌이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다듬어져 작품이 머리에 더 확고히 자리 잡게 되었다.

    그렇게 긴 시간 강의실에 자리해 문제를 다 풀고 나서야 미술의 세계 수업은 마치게 되었다. 출석, 강의 중간의 토론 참여, 전시 감상문, 프로젝트, 기말고사 점수가 합산되어 나온 성적은 강의를 들으며 느낀 즐거움에 비례했다. 설령 생각한 만큼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분 나쁘진 않았을 것이다. 현대 미술로 이끌어준 소중한 강의였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어떤 교양과목을 들을지 고민하는 친구가 있으면 항상 이 강의를 추천한다. 추천을 받아 미술의 세계를 수강했던 한 친구도 학기를 마친 후 덕분에 좋은 강의를 들었다며 고마움을 표한걸 보면 미술의 세계에 빠진 것이 나만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강의가 끝나고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은 식지 않아 종종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