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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입선_[영문학배경]_조광순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6426

                                                                                                                                 인문학부_김민호

2012. 내가 대학에 입학한지 4년째 되는 해였고 올해로 5년째를 맞이했다. 그중 2년은 군대에 있었지만 여태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대학생활에 보내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들어야 할 수업이 남았겠지만 가장 많이 기억에 남고, 가장 얻은 것이 많은, 나의 긍정적 사고 함양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수업은 지난 2012학년도 2학기에 들은 조광순 교수님의 영문학 배경이었다. 2012학년도 2학기는 나에게 있어 군 전역 후 복학 첫 학기였다. 학교를 정말 오랜만에 다닌다는 생각에 많이 설렜고 새로운 출발을 위한 수강신청 또한 나에게 있어 긴장되고 기대감 또한 생기는 순간이었다.

나의 주 전공은 영어영문학이고 복학과 동시에 경제학을 복수전공으로 택하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전필과목을 우선 정하고 개설된 다른 주 전공의 선택과목을 탐색하던 중 조광순 교수님의 영문학 배경이라는 과목이 개설되어 있는 것을 보았고 망설임 없이 수강신청을 하였다. 이 수업이 어떤 수업이고 무엇을 다루는지, 교수님의 수업 스타일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사전적인 정보가 없었다. 하지만 내가 망설이지 않고 조광순 교수님의 수업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조광순 교수님이 정말 좋은 분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군 입대 직전 학기인 2009년도 2학기에 나는 우리 인문학부 소속 소학회인 원어연극회의 회장을 맡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조광순 교수님은 우리 소학회의 지도 교수님이셨고, 연극 연습, 리허설, 그리고 실제 연극 당일 날 에 참관하시면서 소학회원들에게 격려의 말씀과 지원을 아끼시지 않았고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해 주신 좋은 모습이 아직도 각인 되어있다. 단순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버지같이 좋은 분이시지만 교수님에 대한 칭찬은 함께 하고 싶은 나의 교수님의 주제가 아니므로 이만 줄여야 할 듯하다.

이 영문학 배경이란 수업에서 다루고 배웠던 것은 말 그대로 영문학의 기초와 배경이 된다고 할 수 있는 고전 Iliad, Odyssey 그리고 Aeneid였다. 비록 인문학부생이었지만 그 이전까지는 인문학의 진가와 매력을 깨닫지 못한 나였고 이 세 개의 고전 또한 제목만 얼핏 들어봤지 그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이른바 고전이라는 것은 현대인들에게는 보통 지루하고 따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실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광순 교수님께서는 자칫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고전들을 재미있게 느껴지도록 지도 해주셨다. 교과서에 수록된 원문의 텍스트를 단순히 읽고 해석해주신 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대

목이 작품이해에 있어 중요하며 숨겨진 의미는 무엇인지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주셨고, 당시 그리스인들의 사고방식, 세계관, 정치, 종교, 문화의 양상까지 상세하게 알려주심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셨다. 이 작품들을 배워가고 진가를 알아가면서 왜 이 작품들이 영문학배경이란 과목에서 다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교수님의 말씀에 의하면 Iliad, Odyssey는 단순치 문학적인 가치를 넘어 사료로서의 가치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이 두 작품은 폴리스 성립 이전의 그리스 세계를 설명해주는 유일한 자료이기 때문이고, 이 작품들을 접하는 것은 영문학의 배경 뿐 아니라 고대 그리스 세계의 이해의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비록 한 학기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 두꺼운 고전의 전부를 접할 수는 없었지만 인간의 희노애락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고대 문학의 최고봉이라고 불리는 이 작품들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나로서는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교수님 내주셨던 과제는 세 번의 에세이 쓰기와 'Homer Project'라는 선택과제가 있었는데, 에세이 과제의 경우는 공부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만 대충 했다면 쓰기 어려운, 그만큼 비판적이고 참신한 사고를 요구하는 주제들이 주어졌다. 비록 오랜만에 써보는 장문의 글쓰기였지만,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며 좋은 글을 쓰려고 스스로 많이 노력했다. 과제 채점을 끝내신 후에는 어떻게 써야 좋은 글이 나오는지와 주제의 논지 파악하는 법에 대해 알려주셔서 학기가 끝난 지금에도 남은 것이 많았다고 느꼈던 수업이며, 같은 수업을 들었던 다른 학생들 또한 자신이 품은 의문을 스스로 생각해보고,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는 바이다.

조광순 교수님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의 질문을 수용하고 답해주시는 데 시간을 아끼지 않으셨으며 수업태도가 별로 좋지 않은 학생들에게도 절대 화를 내시거나 얼굴을 붉히는 일 없이 오히려 재치 있고 인격적으로 대해주셔서 나를 비롯한 많은 학생이 교수님을 좋아했다.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정확한 지식을 알려주심으로써 학생들의 깨달음을 배가 시켜주셨다. 특히 Homer Project라는 과제는 선택과제였지만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준비를 했던 과제였는데, 주제는 여러 가지 방식으로 IliadOdyssey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현대적인 해석이나 재연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이었다. 과제를 하겠다고 자처한 학생들에게 있어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던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는 Iliad의 등장인물이자 절세미녀로 알려진 헬레네에 대한 재해석과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여 수업을 같이 듣는 동기와 그것을 단막극의 형태로 올렸다. 연극을 위해 직접 무대에 서본 것이 3년 전 소학회 활동 이후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대사를 외우고 그에 맞는 제스처를 취하며 연습을 하면서 오랜만에 자신감을 가지고 내 자신을 표현해 볼 수 있었기에 매우 보람 있는 시간이 되었으며, 다른 학우들이 준비한 연극, 노래, 발표 등도 보면서 공감도 하고 역시 고전이니만큼 많은 현대적인 재해석이 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에 배운 Aeneid란 작품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명을 받아 집필한 서사시로 비록 미완의 작품이긴 했지만 한때 세계를 지배한 로마의 역사가 어떻게 시작 되었는가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 작품을 다루면서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앞뒤 분간도 못하게 된다.’라는 말씀이었다. 주인공인 Aeneas의 사랑을 얻기 위해 자신의 나라를 비롯한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들어 바치고 결국에 분신자살을 하게 된 카르타고의 Dido여왕에 대해 설명하시면서 하신 말이었다. 지금 나에게는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대목을 배우던 당시 나 또한 여자 친구와의 연애에 있어 매우 힘든 순간을 겪고 있었기에 교수님의 그 말씀에 매우 공감이 되었으며 비록 문명을 발전했을지라도 역시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차이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이 위대하고도 사료와도 같은 귀중한 가치를 지니는 세 가지의 고전을 배우고 나니 인문학이 왜 인간의 본질이고 바탕이 된다는 말이 왜 나왔는지 그 의미를 심도 있게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고, 인문학이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 또한 확장시켜준다는 것도 맞는 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에는 취업 할 때에 있어서도 기업이 지원자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요구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는데 그 이유 또한 알 것 같고, 아이폰 개발로 명성을 얻은 스티브 잡스도 왜 생전에 인문학적 통찰력을 중요시 했다고 하는데 그 또한 이해가 되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이 조광순 교수님의 수업을 피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다. 이유는 힘들고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수님을 피한다기보다는 교수님의 전공이 그쪽이신만큼 수업에서 다루는 내용이 거의 어려운 고전이라 그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핑계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수업을 잘 따라가고 뜻 깊게 수강하여 결국에 학점도 좋게 받은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온고지신이란 말이 있다.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 또한 익힐 수 있다. 또한 말 그대로 영문학 배경이니 영문학도라면 당연히 수강하여 영문학의 배경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영문학의 배경도 모르면서 자신 있게 영문학도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기에 나는 그런 학생들에게 고민하지 말고 조광순 교수님의 수업을 수강하라고 추천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