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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듣고 싶은 명강의

2012년도_입선_[발표와토의]_박지혜교수

  • 유남경
  • 2013-07-23
  • 15883

                                                                                                                         심리학과_김소영

대학교에 입학해 첫 수강신청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에게 많은 선배들은 수강신청과 관련한 조언을 해준다. 이 요령을 듣다보면 좋은 강의와 안 좋은 강의가 무엇인지 듣게 되는데 발표와 토의는 안 좋은 강의에 속했다. 발토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발표와 토의?”가 아닌~ 발리고 토한다는 그거?”이라고 말할 정도로 발표와 토의는 교양 과목 중에서 가장 악명이 높은 과목이었다. 그래서 입학 초부터절대 그 과목은 듣지 말아야겠다.’라고 결심하곤 했는데 같은 소학회를 하는 친구가 발표와 토의라는 과목을 추천해주었다. 그 수업에 대해서 강력하게 추천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안그래도 학점 안 좋은데 얘가 나 물먹이려 그러나?' 하면서 친구의 의도를 의심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게 아무리 좋은 수업이라해도 평소 내성적이라 다른 사람들 앞에 서는 걸 두려워하기때문에 발표하는 수업은 나와 맞지 않아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소학회를 하는 6명이 다 친구의 말에 넘어가 그 수업을 같이 듣자며 설득하는 바람에 결국 '나랑 안 맞으면 수강포기해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 과목을 수강하게 되었다.

그런데 첫 수업을 들은 후 내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괜한 걱정이였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발표와 토의 첫 수업은 오리엔테이션이었는데 OT에서 발표의 중요 요소, 수업 목표, 일정 등 전반적인 수업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발표의 중요 요소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때에 심리극을 하는 소학회에서 배운 내용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수업을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설명할 때 교수님 혼자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문하며 같이 답을 채워나가는 형식이라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는 수업이 될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이 수업은 학생 개개인의 발표, 토의 능력을 기르고 더 나아가 취업을 앞둔 고학년들에게는 면접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이러한 수업 특성에 걸맞게 학점 평가도 필기시험은 보지 않고 개인 발표 2, 면접, 토의, 토론으로 이루어졌다.

교수님께서는 첫 수업부터 우리 1학년들에게 발표와 토의는 취업 면접을 앞둔 고학년들이 주로 듣는 수업이라 저학년은 고학년과 경쟁하다보면 좋은 학점을 받기가 어렵고, 강의의 질을 위해서는 수강인원은 20명 내외가 적당하다며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을 권유하셨다. 그래서 첫 수업부터 이런 말을 듣게되니 수업 자체는 재미있게 느껴지지만 교수님께서 저렇게 권하실 정도면 1학년은 무리라는 생각에 겁이 나 수강정정 기간에 다른 수업을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 수업을 들어보니 역시 이전수업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어 수강정정 마지막 날 다시 '발표와 토의'를 신청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시 이 수업을 듣게 된 이유에 단순히 강의의 재미 뿐만 아니라 수업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소규모를 고집하실 정도로 강의의 질을 생각하고 저학년들에게 학점 얻기가 힘들 수 있다며 배려해주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고 이 교수님이라면 '정말 한 학기 수업은 보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그렇게 발표와 토의 수강을 확정하고 5분동안 "나의 가치"라는 주제를 가지고 첫 개인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되었다. 대학에 와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 앞에 나와 발표를 하는 것이었는데 특정 주제가 주어져 발표 내용을 구성하기도 어려웠고 PPT 슬라이드를 만드는 것도 서툴렀다. 개인 발표를 한 후에는 교수님과 수강생들이 발표를 듣고 장점과 고쳐야할 점을 말해주는 시간이 있는데 난 처음부터 실수를 많이 해 장점은 한 가지도 듣지 못했다. 반면 단점은 "말이 너무 빠르다.", "원고숙지를 잘 안해온 것 같다.", "진지하지 않다.", "내용이 전달이 안 된다.", "실수하면 너무 티를 낸다.", "준비를 잘 안해왔다." 등 이외에도 노트에 4줄 분량이 나올 정도로 너무 많았다. 첫 발표부터 너무 많은 지적을 받아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어서 그 당시에는 이 수업을 들은 걸 후회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 수업이 아니면 내 발표를 듣고 누가 조언을 해줄 것이며 앞으로 남은 대학생활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많은 발표를 할텐데 오히려 1학년 때 이런 단점을 알게 된 것이 나은 걸지도 모른다며 기분을 다스리기 위해 스스로 위안을 하면서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

첫 개인 발표가 끝나고 각 회사 별 면접 유형과 질문들, 그리고 면접에서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배운 후 조를 나눠 한 주는 면접관, 한 주는 면접 지원자 역할로 수업에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게 되었다. 면접은 본격적으로 면접을 하기 전에 각 1개씩 회사나 대학원에 지원할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내면 교수님이 자기소개서를 면접관 역할의 사람들에게 주고 그 자기소개서를 토대로 면접관들이 지원자 역할의 사람에게 면접을 시행하는 형식으로 시행되었다. 면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막연히 '대학원을 졸업해 임상심리사가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갑자기 자기소개서를 쓰려니 준비된 게 없어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면접관 역할을 하며 지원자 역할의 고학년 선배들의 자기소개서를 읽어보니 나와는 다르게 꿈을 꾸게 된 계기도 구체적이고 꿈을 위해 해온 노력들도 정말 다양했다. 5개의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내가 아직 1학년이라는 생각에 너무 나태하게 대학생활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대학교에 처음 들어올 때의 다짐과는 다르게 사는 내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 썼던 대학교에 가면 하고 싶은 일들을 다시 읽어본 후 그 중 하나에 해당하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자 많은 대외활동에 지원하고 있다.

면접 점수는 표현능력, 품행, 적극성, 지적능력 등을 큰 기준으로 삼고 이를 평가할 수 있는 몇 가지 척도를 만들어 평가되었다. 그리고 면접 후에는 조별로 평가 점수와 종합 의견을 써서 제출한 후 면접관들은 개별로 지원자를 평가하며 느낀 장단점을 교수님 메일로 따로 보내면 이 학생들의 의견을 합쳐 지원자 역할을 한 학생에게 메일로 보내 지원자가 자신의 장단점을 알고 고치는 데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대학 입학 면접 이후로 처음 보는 면접이었는데 개인 발표에 이어 또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었다. 같은 조원들 중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을뿐더러 이번에도 칭찬은 한 마디도 없고 단점만 무수했다. "D도 과분하다. 고칠 점이 많다.", "질문도 하기 싫을 정도다.", "말투가 거슬린다." 등 첫 번째에는 스스로 위안하며 넘겼지만 이번에는 너무 크게 머릿 속에 그 말들이 남아 면접관 역할을 했던 사람들 이름을 다 기억해내며 속으로 화를 내기도 했고 심지어 꿈에서 면접관 한 명이 나를 따라와 학교에서 칼로 난도질 당하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화를 가라 앉히고 보니 발표 때도 그렇고 면접 때도 그렇고 공통되는 지적이 있는 걸 보면이게 다 사람들 앞에 서면 긴장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저지르는 발표 습관인가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 남은 발표에서만큼은 이 버릇을 없애서 나를 지적했던 사람들한테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의 면접을 마치고 토의와 토론을 위해서 "불편한 진실"이라는 강연 영상을 보며 사람을 설득하는 법에 대해 배우고 새로운 조를 짜 토의, 토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첫 번째 토의는 환경을 주제로 조장이 발표를 하고 나머지 수강생들이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고 토론은 각자 2조가 뭉쳐 주제를 정한 후 찬반 입장을 정해 서로 입장을 펼치는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토의의 경우는 각 조의 대표자 한 명이 나와 발표를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 큰 무리가 없었지만 토론의 경우는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해야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특히 이번에 기조연설을 맡아 토론의 첫 흐름을 잡아야하는데 이번엔 열심히 해야지라는 마음에 너무 열심히 하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웅변하냐고 할 정도로 열심히 참가했다. 그런데 긴장하면 말이 빨라지는 버릇 때문에 상대방이 못 알아들을 정도로 빠르게 말해 토론에서의 소통이 잘 되지 않아 많이 안타까웠고 같은 조원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미안했다.

토론을 마치니 어느덧 기말고사 기간이 되었고 발표와 토의 수업의 마지막 과제인 7분 동안 자유 주제로 하는 개인 발표를 하게 되었다. 자유주제라 하지만 내가 가장 잘 설명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흥미를 이끌 수 있는 주제를 찾아야 해 2~3주 동안 주제만 생각할 정도로 매우 고민이 많았다. 아직 1학년이라 전공지식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임상심리사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정신병과 관련된 발표를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에 대해 발표를 하게 되었다. 두 정신 질환의 특성과 공통점, 차이점으로 발표 내용을 구성했고 PPT 슬라이드도 대학원을 다니는 언니에게 보여주며 하나하나 조언을 받고 고치고 발표 전 날 강의실을 빌려 친구와 리허설을 해보며 열심히 준비했다. 그리고 마지막 개인 발표 날 준비한 내용을 발표했는데 이전에는 하나도 칭찬이 없었지만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고 PPT 슬라이드 구성능력도 많이 늘었다는 칭찬을 받아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들으며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수강 신청을 할 때에만 해도 발표와 토의는 수강하기 꺼려지는 과목이었다. 그런데 막상 한 학기동안 이 수업을 들어보니 발표와 토의가 "발리고 토하는 과목"이라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고 이 과목에 대한 많은 오해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수강했던 수강생 중에 이 수업을 듣고 후회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는데 누가 이런 말을 만들어 낸 건 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선배들이 좋은 강의와 안 좋은 강의에 대해 설명해 줄 때 그 기준은 학점, 과제, 조모임, 시험, 재미 이 정도이다. 이 과목은 시험도 없고 조모임이 많긴 하지만 다른 과목들처럼 이기적인 사람들이 없이 다들 열심히 해서 탈 없이 진행되었고, 이번 학기에 들은 과목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 그리고 학점의 경우도 1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친구들 중에는 A이상 받은 아이들도 꽤 있고 B이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후하게 주는 과목이었다.

이번 한 학기동안 발표와 토의를 수강하면서 발리고 토한다는 안 좋은 소문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이런 좋은 수업을 안 듣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 발표와 토의는 학점, 과제, 시험 등 이런 면에서의 장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이 수업만이 지닌 분위기이다.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으며 많은 조모임을 하고 사람들의 개인 발표를 2번이나 듣고, 토의에 토론까지 하다보니 안면이 전혀 없던 사이였지만 수업이 끝날 말미에는 서로 이름을 외울 정도로 수강생끼리 많은 친밀감이 생기게 된다. 그러다보니 현재 우리 반은 수업이 끝난 후에도 페이스북 그룹을 만들어 계속 소통하고 수강생들끼리 아직도 모임을 이어나갈 정도다. 한 학기 좋은 수업은 이 수업 외에도 많을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점이 없는 서로 다른 학과, 학번의 33명이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친밀감을 쌓고 계속해서 모임을 이어나가게 할 수 있는 수업은 "발표와 토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매 수업마다 학생들 이름을 외워 한 명도 빠짐없이 계속 질문하려하시고 학생 이름도 모자라 특성까지 외우실 정도로 학생들과 소통하기위해 노력하시는 교수님을 만날 기회도 적을 것이다. 또한 면접을 준비하는 고학년 선배들을 위해 회사별 면접 질문 예시와 합격 자기소개서 유형을 하나하나 합쳐서 파일로 보내주시고 면접 전에 팁을 주실 정도로 학생들을 적극 지원해주는 교수님을 뵐 기회도 많지 않을 것이다.

종강 후에도 박지혜 교수님께서는 수강생 개개인에게 학생들을 만나 즐거웠고 좋은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는 장문의 메일과 연말 잘 마무리하고 새해 잘 맞이하라는 쪽지를 보내실 정도로 수업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을 잊지 않고 많이 생각하며 아끼는 교육자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종강할 때 교수님께 "한 학기동안 좋은 수업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했습니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감사함을 전하긴 했지만 내가 "발표와 토의"를 수강하며 느낀 감사함을 전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느껴져 아쉬움이 많다.

"발표와 토의"는 나에게 학생과 교수님 간의 유대, 수강생들 간의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리고 이와 더불어 자신의 단점을 알고 고칠 수 있는 기회와 선배들의 발표와 면접을 보며 대학생활을 반성하게 하는 기회를 주었다. 벌써 종강한 지 2달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도 나와 같이 수업을 듣던 친구들은 1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이런 말을 하곤 한다. "... 발표와 토의 같은 수업 또 없나?" 만약 2013년에 신입생들이 좋은 강의를 추천해달라 한다면 나와 친구들은 망설임 없이 "발표와 토의"를 추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