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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이거, 지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NEW [칼럼] 이거, 지적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이솔
  • 2015-02-09
  • 21535
“주문하신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어떤가. “요즘 커피가게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은 거의 다 그렇게 말하던데 뭐.” 이러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므로 욕먹을 각오하고 한마디 보탠다. “주문은 고객이 하신 거 맞는데 커피는 나오신 것이 아니라 나온 게 맞죠.” 바쁜 아르바이트생에게 격려는 못할지언정 ‘지적질(계몽)’까지 하니 이건 좀 세상을 어렵게 사는 건 아닌지.
 
커피 ‘배급’받을 때마다 휴화산 같은 교사 본능으로 숨을 고르던 참에 ‘작은 외침 LOUD’ 운동이 시작됐다. 캠페인은 순수하고 끈질겨야 성공한다. 드디어 토종 커피음료 브랜드 업체들이 ‘사물 존칭 사용 안 하기 운동’에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어법도 법이다”고 외치던 ‘나 같은’ 사람들은 시간 절약 혜택을 보게 됐다.
 
지적할 때는 표정과 소리가 중요하다. 야단치듯이 하면 반성은 없고 반발만 불러온다. 잔소리로 여겨지면 감정만 남고 교훈은 종적을 감춘다. 웃는 표정(비웃는 표정 절대 금지)으로 부드럽게 얘기해 주면 상대방은 대체로 고마워한다. 변화는 거기서 시작된다.
 
떠오르는 과거사 한 토막. 어느 유명 인사와 20년 넘게 호형호제하며 지내다 거의 10년째 연락 두절 상태다. 이유는? 오로지 ‘내 탓이오’다. 참을 수 없는 ‘교육 강박’이 화근이었다. 특강을 부탁할 때마다 기꺼이 와 줬는데 간간이 내가 지적을 한 것이다. 사람 좋은 그가 마침내 폭발했다. 강의 도중에 내가 살짝(?) 끼어들었는데 그게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분명히 좋은 뜻으로 한 건 그도 인정했지만 결과는 어긋났다. “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로 시작된 언쟁이 “형은 늘 가르치려고만 해”로 마무리됐다. 그 후 서로 전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지금 이 글은 ‘바른 어법 전도사’의 해명서가 아니라 ‘밴댕이 속을 가진 교사’의 반성문이다. 
 
습관은 바꾸기 힘들다. 내친김에 지적 한 가지를 추가해야겠다. 바른말 무시(무지) 현상이 요즘 예식장 안에서 확산되고 있다. 가끔 주례하러 갈 때마다 “주례사님이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젊은이들은 교사·목사·의사·변호사·주례사 이렇게 유추하는 거다. 한자교육이 아쉬운 지점이다. 허둥지둥 바쁜 직원을 ‘빨간 펜 선생님’은 그냥 놓아 주지 않는다. “덕담하는 사람은 그냥 주례라 부르고요, 주례사는 주례가 하는 덕담이랍니다.” 젊은 직원이 호의로 받아들였는지는 체크하지 못했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5.2.9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