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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창의적인 사람은 이기적? 타인 위한 발상 더 많죠

NEW [칼럼] 창의적인 사람은 이기적? 타인 위한 발상 더 많죠

  • 이솔
  • 2015-02-06
  • 21396
창의적인 사람들에 대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이기적이라는 것이다. 이런 오해 때문에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들도 창의적인 사람을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팀워크를 해칠 것이 뻔하니 말이다. 과연 창의적인 사람들은 협동이나 관계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관심을 덜 쏟을까? 사실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정반대일 수도 있다. 
 
위스콘신대학 경영대 행동과학자인 에번 폴먼(Evan Polman) 교수는 이 점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실험 연구로 유명하다. 폴먼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에게 발상 전환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몇 가지 일을 시켜봤다. 예를 들면 옥탑에 갇혔을 때 탈출하는 문제라든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생명체(에일리언)를 만들어내는 것 등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과 여러모로 다른 ‘타인들을 위해’ 그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게 한 뒤 일을 시켜봤다. 
 
결과는 놀라웠다. 타인을 위한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 사람들보다 훨씬 더 발상 전환을 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생산해내더라는 것이다. ‘나를 위한 일이 아니라 남을 위한 일’을 할 때 왜 사람들은 더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일까? 이유는 바로 일상과 고착에서 탈피하는 데 있다. 발상 전환은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요소다. 그리고 이는 문제를 익숙한 방식이나 기존 관점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을 다른 무엇보다도 필요로 한다. 
 
그러니 타인을 위한 관점을 가져보는 것은 그 벗어남에 있어서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니더라는 것이다. 익숙한 나에게서 벗어날 수 있게 해 주니 말이다. 실제로 많은 IT기업에서 나오는 혁신은 나 혹은 내 부서가 아닌 타인 혹은 타 부서를 위한 아이디어를 수용해 출발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일을 잘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현재 주어진 이해관계나 고정관념의 속박에서 훨씬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공익과 창의를 구분하고 창의적인 사람이 분위기, 더 나아가 조직 내 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사람은 가장 남을 위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이타적인 사람들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면에서 이타심을 기르는 것은 한국 문화에서 더더욱 중요하다.
 
실제로 잭 곤칼로(Jack Goncalo) 코넬대학 교수 연구진은 한국과 같이 관계를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라’며 대놓고 개인의 창의성을 강요하는 지시보다 ‘무언가 사람들이 요긴하게 쓸 만한 것을 만들라’고 하는 지시가 훨씬 더 창조적인 것을 잘 만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상생과 갈등의 수용이 필요한 우리 문화에서는 조직 내 구성원들이 서로를 위한 생각을 해줄 수 있게끔 해주는 리더의 지혜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안반도 기름 유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수많은 국민이 그곳에 가서 보여준 모습에는 노력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별별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만들어내지 않았는가? 남을 위한 마음을 가질 때 창조와 혁신은 가속된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5.2.6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