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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학습등대'를 지키는 사람들

NEW [칼럼] '학습등대'를 지키는 사람들

  • 이솔
  • 2015-02-05
  • 21435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뜨거움 그리고 새로움과 어울림을 일구어 내는 ‘학습등대’가 화제다. 
 
마을 곳곳이 배움터 학교가 되고, 주민들 스스로가 만들어 서로 서로 가르치고 서로 서로 배우는 학습의 등대, 너와 나를 잇고 마을과 마을을 잇는 학습등대가 바다도 없는 마을에 속속 들어서고 있음이 신기하고 반가웠다. 그랬다. 남양주는 바야흐로 마을이 온통 학습등대로 변신 중이었다. 아파트 입주자 대표실과 회의실, 마을회관, 작은 도서관마저 속속 학습등대로 변신하고 있었다. 그 곳에서 마을 주민들이 언제나 원하는 배움을 만나고 있었다. 톡톡 튀는 살아있는 다양한 주민 맞춤형 학습프로그램들이 신나게 펼쳐지고 있었다. 온 마을이 학교로 화하는 거대한 신화가 이 작은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학습등대는 마을 단위 유휴공간을 마을학습관으로 지정하고 주민참여형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의 성장을 일궈내어 도시 전체를 학습생태계로 조성하는 중심체다. 마을 주민 누구나 모르는 이가 없다. 그들은 아주 자랑스럽게 마치 학습등대 홍보대사라도 된 양 ‘1-2-3 학습등대’를 신나서 외친다. 1-2-3 이란 누구나 10분 내에 마을의 학습등대를 만날 수 있고 20분 내에는 주민자치센터 30분 내에는 도서관과 평생학습센터를 만날 수 있어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배움을 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마을주민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못 설레이고 흥분스러워 하며 배움을 책 읽기를, 뭔가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 기부와 지식의 공유를 즐긴다. 그리 크지 않은 이 곳에 2011년 처음으로 학습등대가 생겼다. 이후 어느새 2015년 현재 100개의 학습등대로 부쩍 성장했다. 시에서 전폭적 물심양면 지원을 한다. 80여명에 달하는 학습등대 매니저들이 물샐 틈 없는 밀착형 학습컨설팅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남양주의 학습등대는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많은 관계자들이 벤치마킹을 하러 이 곳을 찾는다.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하다. 2013년 중국 항저우와 베이징에서 열린 유네스코 글로벌 학습도시 세계회의를 비롯하여 굵직한 세계적 학습도시 포럼과 모임에는 의례 한국의 학습등대가 수범 사례로 소개되곤 했다. 필자 또한 이들 유네스코 회의와 남미, 아프리카 그리고 서남아시아의 ‘한국을 배우자(Learn Korea)’ 운동과 관련하여 각종 기조강연을 다니면서 바로 이 사례 학습등대를 소개하여 관심의 대상으로 세계적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제 바로 그 곳 학습등대에서 학습등대를 일구고 지키는 사람들이 모여 ‘100인 시민원탁토론회’와 ‘학습등대 정상회담’이 열렸다. 전국 각지에서 관계자들이 벤치마킹 하러 몰려들어 들어설 틈 없이 수백명이 실내를 꽉 메웠다. 필자는 격려차 축사 한 마디 하러 들렀다가 그 곳에 모인 분들의 뜨거운 열정과 현장을 일구는 생생한 이야기 속으로 푸욱 빠져 들어 그만 끝까지 남아 학습등대 정상회담의 좌장까지 맡고야 말았다. 대단한 곳이었다. 현장을 일구는 이름 없는 평범한 마을 주민과 대표들, 학습등대 매니저와 시민강사들에게 너무도 많은 것을 생생하게 새롭게 배울 수 있었고 또 나 스스로를 되돌아 보는 자성의 시간을 갖을 수 있었다. 그래 우리가 그리고 절실히 찾는 너무도 많은 ‘답’은 현장에 있었다. 수는 ‘넥스트’가 있는 학습마을이란 주제 하에 학습등대야말로 ‘미생’에서 ‘완생’으로 이끄는 화두임을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의 머물음이 아닌 ‘다음을 여는 주민들 스스로의 배움 운동 효시’임을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필자는 보았다. 소신껏 학습등대와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며 머리를 맞대었던 원탁토론에서의 마을주민들과 학습등대 매니저들의 그 진지한 살아있는 논의들이 바로 학습등대를 움직이는 빛이자 힘이라는 것을. 마을 사람들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활하며 일구어 내는 풀뿌리 학습운동의 원형을 보는 듯 했다. 그 일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해 임하는 평범하지만 대단한 마을사람들 그리고 이름 없는 학습등대 현장의 학습매니저들,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그들 속에서 진정한 학습그루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역시나 내가 찾던 ‘답’은 바로 그 곳에 있었다. 역시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웠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2015. 2.5 경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