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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꿈꾸는 자와 바꾸는 자

NEW [칼럼] 꿈꾸는 자와 바꾸는 자

  • 이솔
  • 2015-01-26
  • 21867
꿈꾸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는데 그 꿈을 현실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벅차고 행복할까. 나의 오래된 꿈은 젊은이들이 나를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거였다. 꿈을 가진 젊은이들은 나를 만난 후에 십중팔구 꿈을 깨고 간다. ‘넌 안 돼’가 아니라 ‘넌 다른 걸 해보는 게 더 낫겠어’라고 말해주기 때문이다. 소수는 고마워하고 다수는 억울해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광채가 나는 사람도 있다. PD에겐 ‘발견’의 순간이다. 일반인에겐 ‘기회’의 순간일 것이다. 그 후가 중요하다. 노후의 절정은 병상에 누운 PD가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서 있는 건 그때 그 감독님이 저에게 기회를 주신 덕분입니다’라고 말하는 불멸의 스타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순간일 것이다.
 
실력은 시력에서 나온다. 싹수를 알아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자주 놓치거나 그 PD 앞에 ‘미래의 별’이 나타나주지 않으면 유능한 PD가 되기 어렵다. 시력과 함께 청력도 중요하다. 인재에 대한 소문은 귀를 쫑긋 세우고 들어야 한다. 이미 존재감이 드러난 스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적재적소적시에 발탁할 수 있어야 유능한 PD 대열에 낄 수 있다.
 
다소 무리한(무엄한?) 비유일 수도 있는데 PD는 대통령과 작업 과정이 유사하다. 사람들(국민·시청자)에게 행복감을 주기 위해 판을 짜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들은 그 일을 위임받고(캐스팅되고) 그 권한으로 최고의 전문가를 엄선한다(캐스팅한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고 혹독한 심판(지지율·시청률)을 받는다. PD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 시청률에 따라 광고의 숫자와 액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순간에 PD는 조용히 짐을 꾸린다.
 
스타일은 각양각색이다. 냉정한 PD도 있고 공정한 PD도 있다. 의리를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고 순리, 도리, 섭리를 내세우는 사례도 있다. 이와는 거리가 먼 ‘리’도 있다. ‘비리’를 저지르거나 눈감아 주다가 구속된 PD도, 대통령도 있다. 이만하면 두 직업, 꽤 비슷하지 않은가.
 
‘무한도전’이 10년 가까이 잘나가는 건 인사를 잘한 결과다. 김태호 PD를 잘 뽑았고 김 PD는 유재석·박명수 등을 잘 골랐다. 그들은 서로 존중하며 시청자 행복 프로젝트에 온몸을 불살랐다. 멤버 중 몇 명이 비리(?)에 연루됐을 때 과감하게 잘랐고 적시에 바꿨다. 꿈꾸는 사람이면서 바꾸는 사람. 잘하기만 한다면 PD는 참 괜찮은 직업이다.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5.1.26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