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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마을에서 답을 건져 올리다

NEW [칼럼] 마을에서 답을 건져 올리다

  • 이솔
  • 2015-01-09
  • 21865
아프리카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이 있다. 마을은 그 자체로 영원한 학교이자 영원한 스승이다. 그런 소중한 ‘마을’을 우린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다. 모래알처럼 흩어져 깨알 같은 성냥갑 속에 나뉘어져 각자 잊혀진 삶을 살아오면서 마을을, 이웃을, 소중한 사람들을 망각하고 살아 왔다. 
 
요즘 불현듯 그런 잊혀졌던 마을들이 우리 곁에 돌아오고 있다. 마을이 뭉치기 시작했다. 마을학교와 마을선생들이 곳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의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을 살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이 생각을 모으고 힘을 합하고 어깨를 기대며 지혜를 나누기 시작했다. 다양한 ‘마을실천학습공동체’들이 출현하고 있다.
 
얼마 전 ‘서로 서로 가르치고 배우려는’ 마을학습관계자들의 ‘옹기종기 포럼’ 모임이 있었고 그 곳에서 필자는 좌장의 역할을 맡아 전국적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수 많은 놀라운 마을 만들기 사례들을 만날 수 있었다. 놀랍게도 마을을 일궈 낸 코디네이터와 마을리더들은 교육전문가나 시민운동가가 아닌 평범한 일상 속 마을사람들이었다. 그런 그들이 마을리더로 마을선생으로 마을학교 교장으로 변신을 하고 있었다. 진하디 진한 마을 사랑으로 마을의 변화와 성장 사례들을 당당하게 발표하던 그들의 모습이 선연하다.
 
학습 공간의 열림을 주제로 마을의 보물 같은 자원인 필봉산 숲을 ‘살아 숨 쉬는 생태 공동체 학습의 장’으로 변신시킨 ‘문턱 없는 마을, 숲통 마을(숲으로 통하는 마을)사례’도 매우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마을 자원을 발굴하여 문화학습공동체를 일궈,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진짜 소통하는 이웃’을 만들고 싶었다는 마을코디네이터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마을 ‘카톡방’ 만해도 무려 25개나 된단다. 마을의 작은 단지와 공동주택과 타운하우스들을 학습공간으로 재구성하여 열고 풀고 트는 작업들,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소통을 위한 마을소모임과 마을공동체 모임들, 민관 거버넌스 학습마을 미래 디자인, 마을 갈등 터놓고 말하자, 아빠들의 재능 기부, 숨 쉬는 도서관, 선진마을 공부합시다, 함께 하는 마을 만들기, 게릴라 가드닝, 어린이 그림 사냥꾼들이 만든 작품 숲으로 통하는 마을 학습지도와 생태학교 등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숲통마을 4행시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숲) 숲이 있는 곳으로 이사 왔더니, (통) 통 큰 아줌마들이 많더라, (마)마음도 나누고 재능도 나누니, (을)을씨년스러운 날씨도 꼼짝 못하더라 등등 마을의 보물 같은 자원들이 별처럼 쏟아져 나오는 ‘온 마을이 살아 있는 학교’ 임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안양시 정다운 골목마을 사례도 진한 감동이었다. 온 마을이 배움터가 되는 마을학교를 일구기 위해 마을 사람들의 평범함 속에 숨겨진 재능, 숨어 있던 생활 속 달인과 고수들을 발굴하여 배움을 통해 마을 사람들 모두와 나누려는 공동체적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리하여 ‘지훈 할매의 된장학교 고추장 스쿨’ 등등 힘들게 살아가는 좁디 좁은 골목에 마을학교가 차려지고 골목안 사람들이 선생님이 되어 삶 속에서 체득한 생활 비법들이 즐거움으로 전수되고 있었다. ‘골목표 된장 만들기 학교’, ‘할매표 고추장 담그기 학교’ ‘정 선생의 오카리나 스쿨’ 등 눈물겨운 생생한 삶 속 배움이야기들이 마을 곳곳에서 진하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골목이 어느새 세상 속 대단한 학교로 변신한 놀라운 현장이었다. 지면의 제약으로 무수히 많은 그 대단한 사례들을 일일히 나눌 수 없음이 안타깝다.
 
살아있는 마을의 학습공동체 현장들과, 그 곳을 소리 없이 이끄는 마을 코디네이터들과 리더들이 무한 존경스럽다. 평생을 배움과 가르침을 업으로 삼아 온 필자, 지금도 대학에서 많은 제자들을 키우는 평생교육 전공 교수인 필자가 일상학습의 위대함과 마을의 학습하는 사람들, 마을을 일궈 내는 사람들에게서 너무도 큰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그 곳이 내겐 ‘진정한 학교’였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2015.1.9 경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