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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초지일관*심사숙고? 알고보면 위험한 말

NEW [칼럼] 초지일관*심사숙고? 알고보면 위험한 말

  • 이솔
  • 2015-01-02
  • 21834
면접을 진행해 보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오전과 같이 전반부에 면접을 본 사람들을 더 많이 뽑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우리 시몬슨(Uri Simonsohn) 교수 연구진은 이 현상이 실제로 늘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초반부에 좋은 사람들을 연달아 보게 되면 이후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가 쉽지 않다. 앞에 후한 점수를 주었으니 후반부에는 박한 점수를 줘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추고 싶기 때문이다. 둘째, 초반부에 별로 탐탁지 않은 사람들이 들어오더라도 그들 중에 우열은 가려지게 마련이고 그 중 상위권에 있던 사람들은 일단 마음속에서 자리를 차지한다. 따라서 남은 자리는 어차피 줄어들게 되고 오후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관문이 좁아지게 된다. 셋째, 초반부에 아예 이상적인 인물 몇 명이 등장하게 되면 종합적인 이미지가 면접관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각인되면서 이후에 들어오는 모든 지원자들은 그 이미지와 싸워야 하는 극도로 불리한 판세에 봉착한다. 
 
문제는 이런 현상은 단순히 사람을 뽑을 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계획이나 안(案)에 대해 이른바 면접하고 선택하는 리더들의 매순간에도 반복된다. 그러니 리더들은 사람이든 계획이든 순서상 처음에 본 것들에 매료되다 못해 고착되는 현상을 조심해야 한다. ‘선택된 계획이니 초지일관으로 밀고 나가자’는 말을 자주 쓴다. 여기서의 초지(初志)는 과연 무엇인가. 그야말로 초반부에 선택된 생각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중요하고 좋아서 고집되는지 아니면 이후에 만나게 되는 못지않게 좋은 대상을 고려함으로써 치러야 하는 생각의 비용이 아까워서인지 곰곰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후자의 경우가 의외로 굉장히 많다. 
 
그런데 이와는 반대되는 현상도 분명 존재한다. 문제를 도통 모를 때는 오히려 나중의 보기를 주로 찍기 때문이다. 실제로 4지 선다형 문제를 풀 때 이른바 찍는 경우에는 1번이나 2번보다는 3번과 4번을 주로 찍는다. 이러한 ‘막차효과’의 이유는 무엇일까? 상황 자체에 그 해답이 있다. 문제의 답을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선택의 기준을 전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택의 기준을 잘 모르니 가장 최근에 눈에 들어온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왜 그런가? 이때는 오히려 마지막 것을 선택해야 ‘모든 것을 심사숙고’했다는 느낌이라도 가지기 때문이다.
 
기업이든 국가든 이 세상의 다양한 조직들에서 초반부 혹은 후반부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제안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지점에서 제안되는 후보들을 무력화시키고 선택된다면 사실 심각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 어떠한 경우든 모든 후보들에게 동일한 잣대와 생각의 양을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불상사다. 초지일관이든 심사숙고든 사실 결과를 놓고 하는 사후해석일 수도 얼마든지 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5.1.1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