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낙관의 함정과 의기소침의 함정

NEW [칼럼] 낙관의 함정과 의기소침의 함정

  • 이솔
  • 2014-12-26
  • 22119
조직에 있어서 목표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많은 리더들은 조직의 목표를 무엇으로 어떻게 설정할지에 관해 고민을 많이 한다. 대부분의 경우 조직의 목표는 일을 빨리(속도) 제대로(정확도) 처리하는 것이다 . 
 
그런데 리더가 속도와 정확도, 어느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강조하느냐에 따라 조직은 전혀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왜 그런지 한번 알아보자. 사람들에게 어떤 과제를 언제까지 할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실제로 자기가 마칠 수 있는 시점보다 더 앞당겨 그것도 자신 있게 대답을 한다. 낙관적 기대 때문이다. 리더가 그 완성 날짜를 강한 인센티브를 걸고 더 앞당기려고 하면 폴로어들은 이제 훨씬 더 용감해진다. 리더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 같은 착시 현상도 동반된다. 물론 대부분 그날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낙관이 만들어낸 그 거품만큼 말이다. 그런데 어떤 일을 얼마나 정확하게(혹은 제대로) 할 수 있느냐고 묻으면 사람들의 대답은 훨씬 더 신중해진다. 왜냐하면 이제는 그 일의 구체적인 결과에 대해 보다 정확한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실생활에 그런 예는 무궁무진하다. 시험을 본 학생에게 시험을 잘 치렀느냐고 묻는 것과 시험문제 40개 중 몇 개를 맞힌 것 같은지를 물어보는 것은 전혀 다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전자의 질문에 대해 아이들은 대뜸 잘 본 것 같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후자의 질문에 아이들은 생각을 좀 더 오래 한다. 그러고는 25 혹은 31개 등 훨씬 더 꼼꼼하게 생각을 해 본 후 자신의 추정치를 대답한다. 그리고 그 추정치는 첫 번째 형태의 질문을 받은 아이들보다 더 냉정하게 하향 조정된 결과다. 본인도 나중에 결과를 받아들고 덜 혼란스러워한다. 왜냐하면 전자는 자신감 판단을 묻는 것이고, 후자는 그야말로 빈도 판단을 묻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험 결과는 빈도로 나온다. 그러니 자신감을 판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빈도를 물어야 더 호환성이 있는 것이다. 과도한 자신감을 이렇게 줄일 수 있다. 
 
자신감은 일의 양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속도가 생각에 중심을 잡으면 과거의 경험 중 실패의 오랜 기억들이 무시되고 현재의 진행 속도가 좁은 초점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라는 좁은 시각을 지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정확도 99.5% 이상의 부품을 만들자’는 질적인 목표를 받은 사람은 낙관적 착각에 빠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현재의 정확도가 여전히 그 목표에 미달되면서 현재진행형인 실패를 계속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오히려 의기소침을 조심해야 한다. 
 
조직의 목표는 대부분 두 가지 형태다. ‘언제까지’와 ‘얼마나 잘’이다. 자신감을 북돋기 위해서는 전자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차분하게 일에 집중하게 하려면 후자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론 리더가 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2014.12.26 매일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