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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이랬기 때문에? 이랬더라면!

NEW [칼럼] 이랬기 때문에? 이랬더라면!

  • 이솔
  • 2014-11-21
  • 19136
사람이 많은 조직일수록 여러 가지 형태의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사건·사고 이후 그 원인에 대해 조직 구성원들 간에 생각이 갈리면서 갈등이 악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 동일한 사건·사고 혹은 실패를 두고 사람들 생각이 시간이 지나면서 정반대 방향으로 진행될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로런스 사나와 유리나 스몰, 미시간 대학의 노버트 슈워츠 이 세 심리학자는 이와 관련한 매우 의미 있는 실험을 했다. 
 
실험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의 원래 예상은 A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B가 일어나고 말았다. 그 뜻하지 않은 결과 B를 받아든 사람들에게 ‘B가 일어나지 않고 자신의 예상대로 A가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들이 선행됐어야 하는가’를 물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요인들을 2가지만 쓰면 됐다. 당연히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이 요인을 10개나 쓰도록 했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가 생각의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핵심이었다. 2개만 생각하면 그만이었던 그룹보다 10개를 생각해 내야 했던 사람들은 B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확률을 더 높게 추정했다. 이유는 대략 이렇다. 10가지나 생각하기는 어렵다. A에 관한 생각이 어려워지니 결국 B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겠구나라고 생각을 굳힌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이 현상을 ‘내 결국 그럴 줄 알았다(I knew it all along)’효과라고 부른다. 사실 그럴 줄 몰랐으면서 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 
 
사람이란 생각의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그 생각이 어려워지면 결국엔 그 생각에 기반을 둔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 많은 원인을 머리로부터 끄집어 내놓고도 더 적은 수를 꺼낸 사람들보다 자신이 생각한 일이 오히려 더 드물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뜻하지 않은 B가 일어났다. 그런데 그 B가 왜 일어났을까에 관한 이유를 10개씩이나 쓰게 한 사람들은 2개만 쓰면 되는 사람들에 비해 B가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훨씬 더 낮게 추정하더라는 것이다. 이는 무엇인가? 영어로 ‘It could never have happened’ 효과라고 한다. 결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인데 우연하게도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B가 일어났지만 B가 일어날 수 있는 이유에 관해 더 많은 응답이 요구될수록 생각이 어려워지니 오히려 그 B가 실제로 발생할 확률은 낮지만 우연하게도 이번에는 일어났다라는 식으로 사람들이 생각한 것이다. 
 
이 실험 결과는 이 시대 리더십에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가? 세월호 참사를 돌아보자. 끔찍한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그 일을 일어나지 않게 만들 수 있었던 수많은 원인’을 지금까지도 밤을 지새우면서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 안 일어날 수도 있었던 과정에 대한 생각의 양이 많아지면 생각은 복잡해지고 어려워진다.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결론은 ‘그 참사가 결국 언젠가는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인 것이다. 반면, 정부 관료들과 관련기관 종사자들은 그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을 해내야 한다. 그것이 임무이니까. 생각의 양이 많아지면서 어려움을 느끼는 와중에 슬쩍 이런 생각이 자리 잡게 된다. ‘이런 일은 앞으로 다시 일어나기는 힘들겠군.’ 
 
기업이든 국가든 리더라면 모두 이 두 집단의 폴로어를 아우르는 위치에 있다. 뜻하지 않은 실패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다.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한 생각은 여러 사람이 하나씩 맡아 해야 한다. 한 사람이나 한 기관이 여러 개를 하다 보니 결국 또 다른 불감증이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피해 당사자인 폴로어들이 요구하는 실패의 원인 규명을 단순히 ‘이랬기 때문에 그것이 일어났다’라고 답하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랬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까지 대답이 가야 한다. 그것이 진짜 진상규명이고 폴로어를 위한 생각이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신문 2014.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