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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드 배치는 국제 이슈, 미중러 타협 유도가 우선

NEW [칼럼] 사드 배치는 국제 이슈, 미중러 타협 유도가 우선

  • 이솔
  • 2014-11-17
  • 19559

지난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 국방연구원(KIDA) 국방포럼에서 “미국이 한국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도입을 요청했다”고 밝히면서 사드 문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드 도입이 이처럼 심각하게 고려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지난 3월 동해상으로 발사 각도를 높여 노동미사일 두 발을 시험 발사한 것과 관련이 있다.

그동안 우리의 입장은 사드가 비용 대비 효용성이 너무 낮기 때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이 실험에 성공했을 경우 노동미사일은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고, 소형 핵무기를 탑재할 경우 핵 공격도 가능해진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한국이 2022년까지 구축하기로 한 KAMD는 30~40㎞ 정도의 저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 방어체계다. 이 체계의 단점은 북한이 보유한 스커드나 노동미사일이 음속의 5~8배로 낙하하기 때문에 저고도에서 요격할 시간이 수초밖에 되지 않아 대응 능력이 떨어지고 사정거리도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선 “사드가 40~150㎞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우리 방어망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과 “사드 배치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해 궁극적으로 우리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2013년 9월 사드의 일부인 X밴드 레이더가 일본에 설치되자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북한 핵 방어와 미사일 위협을 구실로 일방적으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거나 집단협력을 펼치는 것은 아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사드 미사일 자체가 아니라 이에 포함된 ‘AN/TPY-2 지상배치 X밴드 레이더’다. 이 레이더는 탐지 거리가 1000~1800㎞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해안에 배치될 경우 중국의 핵심 군사시설이 있는 상하이(上海)·톈진(天津)·다롄(大連)은 물론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 발사탄도미사일(SLBM)의 발사를 초기 단계에서 탐지할 수 있다. 대만 문제 발생 시 미국의 항모 접근을 저지할 수 있는 중국의 미사일 공격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역량을 배가시켜주는 것이다. 실제 미국이 X밴드 레이더의 백령도 배치를 우리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요청했으나 중국 측의 반발을 우려해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한 직전인 지난 5월 “한반도에 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는 것은 지역 안정과 전략적 균형에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이 역내에서 중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네트워크에 유혹돼 넘어간다면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중국 군부도 “한·중 관계가 훼손될 수 있으며 선제 핵 타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드 배치가 한·중 관계에서 레드 라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의 특성상 사드가 한국 방위에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없지만 미국엔 전략적 가치가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일단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한국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유사시 그 운용에 있어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와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평가한다. 
 
따라서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중국의 대한국 정책의 전환점이 될 개연성이 크다.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사드를 북한 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보지 않는다”며 “사드 체계는 운용하는 범위가 굉장히 넓어 한반도를 훨씬 넘는다”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중국의 고위 관리가 국내에서 사드 배치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처음이다. 중국의 잇단 경고성 발언들은 시진핑 시기 ‘중국이 한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북한과는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전환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북한과 함께 한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 중국이 한국의 X밴드 레이더의 운용으로 인해 자신의 핵심 이익을 침해받을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이를 전략무기의 첫 타격 대상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사드는 본래 유럽에서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배치되기 시작한 체계여서 러시아는 이에 더욱 민감하다. 러시아가 중국의 정책 변화에 발을 맞출 경우 한국에는 막대한 외교·안보·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 내 사드 배치는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좁은 의미의 안보 논리에서 본다면 사드 배치는 무기력한 한국의 대북 핵미사일 방어체계를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인식될 수 있다. 하지만 그 효용성에서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사드는 한 포대당 최대 24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1000여 기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몇 개의 사드 포대 배치가 효과적으로 미사일을 방어하기는 힘들 것이다.
 
한국 정부나 미국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사드 배치는 미국의 전 지구적인 미사일 방어망 체계 구축의 일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강력히 추진할 동기를 지닌다. 미국 입장에서 사드는 재정 압박을 받고 있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요구, 주한미군이나 태평양 사령부의 조직 이익, 아태 지역에서의 전략적 주도권 유지, 대중·러 방어망에 한국 편입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는 독립된 사안이 아니다. 사실 북핵 문제로 기인했다기보다 더 광범위한 전략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중·러 간에 전략적 타협이 필요한 사안이며 이를 위해 우리는 당사국들에 충분히 협상할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사드 배치는 이미 한국의 문제를 넘어 역내 주요 국가들의 전략적 이해 속에서 논의돼야 할 사안이 됐다. 이를 한국이 나서서 정리할 필요는 없다. 주요 강대국들 간 절충과 타협이 필요하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안보이익이 반영되는 타협안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재정적자가 막대한 상황에서 미국이 긴박성이 떨어지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주한미군을 방어하기 위해 당장 사드를 배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한국 측에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사드 배치 여부의 또 다른 핵심은 한국이 얼마나 비용을 부담하느냐다. 우리가 만약 사드를 어떤 형태로든 도입하기로 결정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분명히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력에 의한 적극적인 대북 흡수통일 전략을 우리가 채택하지 않는다면 사드는 일단 급박성이나 우리의 안보 우선순위에서 밀린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는 시점은 정권의 생존이 걸린 상황에서 최종적으로 결심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대국 게임에 희생되지 않고 밑 빠진 독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북한과 관계 개선 등을 통해 안보환경 자체를 바꾸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공격용 무기체계를 더 보강하는 게 낫다. 우리의 방어 무기체계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더 합당한 선택으로 보인다. 한·미 동맹을 위해서도 사드 도입보다는 다른 영역에서 더 기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낫다.
 
사드 배치 여부는 일부 조직의 이익이나 편협한 사고 속에서 긴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변화하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사안의 긴박성, 우리의 국익에 대한 영향력 등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사드에 대한 찬반 견해를 친미·반미 구도 또는 사대주의 소산으로 몰아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인의 관점에서 국익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흥규 아주대 정외과 교수
[중앙선데이 201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