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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인디언의 지혜에서 배우는 ‘삶의 한 수’

NEW [칼럼] 인디언의 지혜에서 배우는 ‘삶의 한 수’

  • 이솔
  • 2014-11-06
  • 20227
십일월을 넘기며 어느새 거리가 온통 ‘붉디 붉은 와인 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한 장 밖에 남지 않은 달력의 ‘11월’이라는 숫자를 눈 여겨 본다. 
 
‘가을’로 향하는 인생사계에 묻어 나는 절절한 삶의 철학들을 ‘일상 속 스승’으로 만나본다.
 
에이 로스쿠케의 〈대왕생(大往生)〉에 나오는 한 구절이 떠오른다. “아이를 나무라지 마라. 지나온 길인 데... 노인을 비웃지 마라, 가야할 길인 데... 지나온 길, 가는 길, 둘이서 함께 하는 여행길, 지금 부터 가야하는 오늘의 길, 한번 가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길 인 것을”. 그렇다. ‘지금’이란 현재는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과거의 내가 모여, 지금 여기 오늘의 나를 이루 듯, 오늘의 나는 다시 내일의 나, 내일의 우리 사회, 내일의 다음 세상을 일구는 거름이 된다. 그래서인가. 우리 삶의 궤적들로 이루어진 ‘역사’라는 지나 온 길들의 ‘반추체’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삶의 ‘최고의 스승인 성찰체’가 되고 있음은.
 
‘왜 그리 바쁘냐?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면서..’ 떠나신 법정스님의 따끔한 경귀가 살아있는 우리에게 오늘 또 묵언의 가르침을 주신다. 목전의 이익과 현실 안주에 급급한 ‘생존태’로 허상을 쫓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이 무척이나 안스럽고 처절하다. 
 
쉴 틈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어디로 가는지, 왜 달려 가는지도 모르는 그 길을 숨 가쁘게 오늘도 달려가고 있는 ‘우리들의 자화상’이 서럽다. ‘참 나’를 찾고 살아가는 ‘실존태’의 모습은 대체 어디에서 있는 것일까? 
 
문득 내다 본, 연구실 밖 창가 너머 ‘캠퍼스의 가을’이 청아한 듯 처연하다. 책상 위 오롯이 놓여 있는 ‘인디언의 지혜 묵언집’ 한 권이 때 마침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오래고도 새로운 지혜’들은 내게 ‘또 다른 세상의 소크라테스’처럼 ‘지혜의 스승’으로 다가온다. 그들이 나를 가르친다.
 
‘선생이라는 업(業)을 갖고 있는 내게, 교육학을 전공한 내게, 요람에서 무덤까지 삶 전체가 끝없는 배움 의 길 그 자체라고 외치는 평생교육 교수인 내게’, 그들이 ‘오히려 다시 새롭게’ 가르친다. ‘존중의 지혜’, ‘만족의 지혜’, ‘어울림의 지혜’, ‘무소유의 지혜’를 말이 아닌 가슴과 영혼의 ‘소울’로 전한다. 
 
“...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마지막 강이 더럽혀진 후에야, 마지막 남은 물고기가 잡힌 후에야 그대들은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북미 대륙의 최북단에 사는 인디언 크리족의 추장 시애틀이 전하는 말이다.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크리족이 ‘만족을 모르는 시대’에 전하는 뜨거운 울림의 전언이다. 
 
인간의 사소한 행동도 시공을 넘어 모든 존재에 영향을 미친다는 그의 절절한 영혼의 가르침, “세상의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그가 거미줄에 가하는 행동은 반드시 그 자신에게 되돌아오게 마련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살아 있는 모든 것, 존재하는 모든 것을 ‘그대’라고 부른다. 그들은 모두 문자에 의존하는 대신 기억 속에 저장된 사실들과 상상력에 더 의존하기 때문에 도서관이 없다. 
 
자랄 때 인디언 아이들은 관찰하고 듣고 기다리면서 해답을 찾는다. 인디언들은 백인들의 교육제도보다 자신들 교육이 더 우월하다고 굳게 믿는다. 그들에게는 ‘인디언들의 삶 자체가 이미 교육이기 때문이다.”
 
연일 신문을 뒤덮는 헤드라인 기사들이 너무 어둡다. 너무 답답하다. 한 치 앞도 바라 볼 수 없을 만큼 진한 안개 속을 걷듯, 때론 ‘퍼펙트 스톰’ 처럼 거친 폭풍 속으로 한 없이 빨려들어 가듯, 숨 막히는 두려움과 어두움의 연속으로 다가온다. 
 
희망, 행복, 사랑, 평화...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찾아지질 않는다. 세상에 모든 것을 ‘다 아는 사람’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도 없다’는 말이 전하듯, 모두의 말에 귀 기울여 한 없는 겸손함으로 배우고 싶다. 
 
오래 전 우리가 잃어버렸던 지혜, 희망, 행복... 이라는 ‘그대’들이 ‘우리의 가족’으로 다시 돌아와 주면 좋겠다.
 
최운실 아주대 교육대학원 교수
[경기신문 2014.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