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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국정감사 유감

NEW [칼럼] 국정감사 유감

  • 이솔
  • 2014-10-21
  • 19623
국회는 헌법 61조에 의거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을 가지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행정부를 비롯한 기타 국가기관의 정책집행과 국민이 낸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감사하고 문제가 있을 때 이에 대한 질책과 더불어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국회가 가지고 있는 국정감사권은 외국 국회에서는 거의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권한이다.
 
선진국인 미국은 의회에 회계감사국(GAO: General Accounting Office)을 설치하여 행정부는 물론 기타 국가기관에 대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 회계감사국은 핵심업무가 회계감사와 평가는 물론 수사까지 할 수 있어 여론조사에서 연방의회, 백악관, 연방대법원에 이어 4위에 오르기도 할 정도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 국회의 국정감사권은 미국 의회의 회계감사국과 같은 권한도 없고, 그렇다고 영국 의회와 같은 특정 사건별로 청문회 방식으로 임시수사센터를 설치하여 조사하는 방식도 아닌 일종의 변형된 형태의 감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행정부를 감사할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구이기 때문에 국회는 국정감사권이라는 기형적인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이런 변형된 형태의 국정감사이기는 하지만 국회가 제대로 권한을 행사한다면 국정감사를 통해 국회의 권위를 회복할 수 있는데,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 실태를 보면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의 과거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정감사 기간 중에 국회의원들이 감사장에 출석한 공무원이나 증인들에게 알찬 준비에 의한 송곳같은 질문보다는 천편일률의 재탕, 삼탕의 호통치는 장면만 연출되고 있다. 볼성 사나운 막말과 고성이 난무하는가하면 여야간의 정쟁으로 시간만 소비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
 
금년에도 예년과 같이 국회는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7일부터 실시된 국정감사는 오는 27일로 끝나기 때문에 거의 마무리 단계이다. 그 동안 식물국회라고 할 정도로 정쟁 속에 세월만 보낸 국회가 제대로 감사 준비도 하지 못하고 불과 20일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국정감사를 한다고 부산하게 요란만 떨고 있지 내실을 찾아보기 어렵다.
 
더구나 이번 국정감사는 피감기관이 지난해보다 무려 42곳이나 늘어 672곳이나 되고 증인도 각 상임위마다 수십명씩이나 되며 또 일부 상임위는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되어 귀중한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한다. 의원들 앞에 산더미 같이 놓여있는 각종 제출 자료를 꼼꼼히 챙기는 것은 고사하고 자료 목차라도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물리적으로도 짧은 시간에 이 많은 기관과 증인을 상대로 알찬 국감을 하기는 원초부터 어려운 것이다.
 
피감기관 관련자들을 수십명을 출석시켜 놓고 여야간에 의사진행 방식을 가지고 정쟁만하다가 끝나 오랜 기간 준비한 자료에 대한 질문 한번 받지 못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막상 답변을 하려면 시간이 없다고 발언을 중간에 끊기도 한다. 심지어 질문한 의원은 이미 회의장을 떠난 상황에서 답변을 하는 경우 등등 실로 부끄러운 상황이 수없이 연출되고 있다.
 
대기업의 주요 임원들이 무슨 죄인 같이 증인석에 하루 종일 대기하고 있다가 회의가 파행되어 돌아가거나 또는 불과 1~2분도 안되는 질의응답만 하고 끝나는 사례도 있으니, 이것이 국정감사장인지 여야간의 정쟁판인지 또는 의원들이 큰 소리만 치는 호통장인지 모르겠다. 국감이 끝난 후에 후속조치가 어떻게 되었는지 챙기는 의원이 있다는 소리도 별로 듣지 못했다.
 
이런 국감이 연출되고 있으니 이번 국감은 이슈·대안·변화도 없는 ‘3無국감’이니 또는 허탕·재탕·맹탕의 ‘3湯국감’이니 하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 아닌가. 국정감사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이 3無국감과 3湯국감이 계속되는 한 국회에 대한 불신을 더욱 커질 것이다. 제대로 된 국정감사를 통해 민생을 챙겨주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의 국회가 거듭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 것인지?
 
김영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경기일보 2014.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