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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藥도 毒도 될 수 있는 `무관심`

NEW [칼럼] 藥도 毒도 될 수 있는 `무관심`

  • 이솔
  • 2014-09-12
  • 19459
사람의 행동은 타인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을 도우려 한다. 반면 공격적 행동을 보이는 타인들 틈에서는 난폭해진다. 이유는 뭘까. 
 
은연중에 자신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타인들과 목표를 공유하려는 경향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 타인이 잘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마찬가지다. 무의식적이고 자동적이다. 
 
그렇다면 무관심도 전염될까. 답은 예스(Yes)와 노(No) 모두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네덜란드 심리학자 폰터스 린더(Pontus Leander)는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학생들에게 어려운 유추 문제를 풀게 했다. 그런데 이 문제를 풀기 전 짧은 시간에 무관심한 표정을 한 사람들 혹은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 사진을 보여줬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학점이 높은(따라서 공부에 몰입을 잘하는) 학생들은 어떤 사진을 봤든 결과에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학점이 낮은(공부에 잘 몰입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어떤 사진을 사전에 봤느냐에 따라 점수 차이가 확연히 났다. 무관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봤을 때 훨씬 낮은 점수가 나왔다. 문제 푸는 데 시간도 덜 썼다. 성의도 덜 보였다는 얘기다. 
 
재미있는 것은 화, 슬픔 혹은 분노 등 다른 어떤 모습이 담긴 사진을 문제 풀기 전에 볼 때와 비교해도 무관심한 사진을 봤을 때 가장 낮은 점수가 나왔다는 것이다. 타인의 무관심을 사진을 통해 아주 잠깐 보는 것이 이 정도 차이를 유발하니 실제 조직 내에서 동료나 주위 사람들의 무관심을 본다면 오죽하겠는가. 
 
그런데 더 중요한 결과가 있다. 똑같이 그 일에 열중하는 혹은 무관심한 사진을 보여줘도, 애초에 자신이 그 일에 강력한 동기를 갖고 있었는지 아닌지에 따라 그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 일에 애초에 관심이 없었던, 즉 동기가 약한 사람은 무관심한 타인들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본 뒤 그 일을 하려는 경향이 더 약해진다. 신기한 것은 그 일에 동기가 강한 사람들은 완전히 반대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다. 즉 이들은 무관심한 사람들 모습을 보고도 더욱 그 일에 많은 시간을 써 잘 수행해냈다. 더 자극됐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뛰어들 동기가 약하고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타인들의 무관심은 그 일을 포기할 수 있는 좋은 구실이 된다. `거 봐. 이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그 일에 몰입할 준비가 확실히 되어 있는 사람들은 그 무관심에 더 큰 자극을 받는다. `오. 이 일은 내가 아니면 안 되겠군`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리더가 어떤 목표를 제시했을 때 이상적인 것은 모든 폴로어들이 그 목표와 관련된 일에 몰입하는 것이지만 동기에 있어서는 개인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주저하는 사람에게는 리더가 따로 불러 `너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식으로 강하게 이야기해 봤자 별 소용이 없다. 더 큰 부담만 느낄 뿐이다. 그보다는 많은 사람이 그 일에 가지는 관심을 함께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좋다. 대화보다는 저변과 분위기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더라도 1대1보다는 1대 다(多)가 좋다.
 
하지만 뛰어들 용기가 충만한 사람은 리더가 직접 불러 독대해야 한다. 1대1로 `네가 중요하고 너를 믿는다`고 말해줘야 한다. 모호하고 추상적인 분위기보다는 구체적인 대화를 하라. 그래야 조직 내에서 최고의 조화가 이루어진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신문 2014.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