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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냉방병

NEW [칼럼] 냉방병

  • 이솔
  • 2014-08-26
  • 21777
은행원 A씨는 여름만 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배탈이 난 것처럼 아랫배가 아프고 목이 아파서 감기를 달고 산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유 없이 나른하고 졸려서 업무 능률이 많이 떨어지고, 주말에 쉬면 조금 나아지지만 출근하면 여지없이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냉방병의 전형적인 원인은 바로 에어컨이다.
 
냉방병은 온도차에 의한 냉방병과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냉방병으로 분류된다. 
 
온도차에 의한 냉방병은 외부온도와 실내온도가 10℃ 이상 차이가 1시간 이상 지속될 때 생긴다. 레지오넬라균을 비롯한 냉방병은 섭씨 25~42도의 따뜻한 물을 좋아하는 레지오넬라균을 비롯한 미생물에 의해 오염된 공기가 실내로 순환하면서 호흡기를 통해 들어와 감염돼 생기는 것으로 두통, 피로, 무력감, 집중력 장애 등이 생길 수 있다.
 
외부와 실내의 과도한 온도차에 의해 생기는 냉방병은 사람이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증상이다.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냉방병은 '제향 군인병'으로 불리는데 균이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고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에서는 심한 경우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 몸은 실내·외의 온도차가 5℃ 범위 이내인 경우에는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돼 적응한다. 하지만 실내·외 온도차가 10℃ 이상 되는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는 경우에는 자율신경이 적응하는 데 장애가 생겨 냉방병에 걸린다.
 
만일 우리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가면 자율신경계에서 이를 감지해 체온을 정상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운동량을 떨어뜨린다. 기온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할 경우 이와는 반대의 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앞서 설명한 자연적인 현상이지만 에어컨이 있는 환경에서는 열의 발산을 막기 위해 피부 모공이 수축하면서 열의 발산을 막는 반응이 지속적으로 일어나 우리 몸의 자율 신경을 지치게 만든다. 자율신경은 단순히 이러한 작용만 아니라 장 운동조절, 뇌의 혈류량, 혈압, 스트레스에 대한 적응, 호르몬의 순환작용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율신경이 지쳐 불균형적인 활동을 하게 되면 여러 장기에 전반적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뇌의 혈류량이 감소돼 잠이 쏟아지고 장 운동이 활발해지거나 떨어져 변비나 설사, 복통이 나타나고 근육수축의 불균형으로 요통이 생기고 여성의 경우 호르몬 이상으로 월경불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에어컨에 의해 실내 습도가 급격히 떨어져 점막이 마르고 저항력이 약해지면서 기침,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또 지나친 체내 온도저하로 말초혈관이 수축돼 얼굴부종 손발부종 등이 나타난다.
 
냉방병을 이기는 방법은 자율신경을 지치지 않게 하거나 지친 자율신경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다.
 
실내 기온을 섭씨 25~28도 정도로 외부와의 온도 차를 5℃ 이하로 조정하고 2시간마다 환기를 시키고 5분 정도 바깥바람을 쐬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에어컨 필터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세척해 세균번식을 막는 것이 좋다. 세척 방법은 에어컨 필터를 꺼낸 다음 중성세제를 탄 물로 깨끗하게 씻고 그늘에 말린 뒤 다시 사용한다. 
 
실내에서는 에어컨의 찬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긴 소매 겉옷을 준비해 실내온도가 섭씨 23도 이하로 떨어질 때 체온 유지를 위해 입는 것이 좋다. 여성은 생리적으로 추위에 민감하고 노출이 되는 옷차림 때문에 에어컨 바람을 직접 접촉하면서 남성보다 냉방증에 더 잘 걸린다.
 
여성은 사무실에 가벼운 긴 옷을 준비해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치마를 입는 경우 실내에서 긴 양발을 신는 것도 도움이 된다. 부득이한 경우에는 얇은 방석 두께의 헝겊으로 아랫배를 감싸주는 것이 좋다. 
 
굳어진 목, 등, 허리 등을 풀어주는 가벼운 체조와 스트레칭 운동은 근육 이완뿐만 아니라 열을 생성시켜 체온을 상승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땀에 젖은 옷은 항상 갈아입을 수 있도록 따로 내의 여벌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냉방이 잘 되는 사무실에서는 근무시간 중간에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비타민이 풍부한 과일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실내에 잎이 큰 식물을 두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공기 정화의 효과가 있고 푸른 잎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김광민 아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경인일보 2014.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