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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칼럼] 군사대국 中國의 외교 패러다임 변화

NEW [칼럼] 군사대국 中國의 외교 패러다임 변화

  • 이솔
  • 2014-03-07
  • 22393

우리의 국회 격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가 5일 개막됐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전인대 첫날 발표한 정부 공작보고 중에서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12.2%라는 올해 국방비 지출 증가율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지도부는 집권 2년차까지는 경제에 대한 큰 밑그림을 그리는 추세가 강하고, 3년차부터는 외교안보 부문의 밑그림을 구체화한다. 따라서 올해의 군사비 증가율 추이는 향후 전개될 중국 외교안보 전략의 일단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국방비 지출 증가율은 과거 20년 이상 대체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해 왔고, 이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과 위협을 드러내는 것으로 종종 인식돼 왔다.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군사비 증가율을 상대적으로 억제하려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는 점이다. 당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도 있었지만 중국 정부는 2010년 전례 없이 군사비 증가율을 국내총생산(GDP) 성장 목표인 10.4%에도 훨씬 못 미치는 7.5%로 책정했다.

이는 2010년 군부의 집단 반발을 샀다. 당시 중국의 민족주의 열풍과 공세적인 안보외교를 주도한 중국 군부의 발호와도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후-원 체제는 2011년 군사비 증가율을 12.7%로 급속히 확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 후 비록 경제성장률보다는 높지만 중국의 군사비 증가율을 11.2%, 10.7%로 매년 낮췄다. 올해 전인대에서 제시한 중국의 국방비 증가율은 이러한 패턴을 역전시키면서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7.5%에 불과함에도 12.2% 증가율을 제시했다. 2014년은 최근 10년 중 경제성장률과 군사비 증가율의 격차가 가장 큰 해가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일본과의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필요한 일시적인 대응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미국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시진핑 체제에서 보다 근본적인 외교안보 정향(定向)의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외양적으로는 아직 크게 가시화되지 않았지만, 중국의 외교안보는 거의 패러다임의 변화라 할 수 있는 움직임을 잉태하고 있다.

중국 외교는 더 이상 때를 기다리는 도광양회(韜光養晦)적인 외교를 채택하지 않을 것이다. 보다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국가 이익을 수호하려는 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다. 중국의 군사력은 세계 2위의 경제 규모에 부응하고, 보다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외교를 뒷받침하는 수단으로서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군사비 증가율에서 잘 보여준 것이다.

중국 외교는 더 이상 양자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면서 중·장기적인 포석을 전제한 전략적 시각에서 재편성되고 있다. 보다 전문화하고 구체화하면서 자국의 국가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한 주변국의 대응 역시 심상찮다. 일본은 보통국가화를 목표로 국가 총동원 상태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이며, 북한은 핵(核) 보유를 더욱 공고히하면서 매력 공세 외교로 한국의 외교·안보력을 시험하고 있다. 경제력의 한계와 재정난에 직면한 미국은 국제적 개입을 주저하고 있으며, 지역 안정자로서의 역할이 위협받고 있다. 올해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환경은 4각 파도에 직면하고 있는 형상이다.

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안정적이라는 외교·안보 영역은 장차 중대한 시험에 직면할 것이다. 한·중 관계가 밀월관계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는 한시적이다. 중국이 곧 자국의 이해와 관련한 국가 의지를 드러낼 때 우리의 전략적 포석은 무엇인가? 그만큼 중국과 충분한 전략적 소통을 하면서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우리의 역량을 축적해 가고 있는가? 자꾸만 불안한 시선으로 청와대를 바라보게 된다.

 

김흥규 정치외교학과 교수

[문화일보 14.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