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교

검색 열기
통합검색
모바일 메뉴 열기
 
 
 

아주인칼럼

[칼럼] 교수의 역할

NEW [칼럼] 교수의 역할

  • 정우준
  • 2014-03-04
  • 24974

설문 조사에서 직업 만족도가 가장 높은 직업 중의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교수다. 대학의 구조조정이라는 풍랑 속에 있지만 여전히 만족도가 높다. 본인이 하고 싶은 연구 및 강의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이다. 연구를 즐거워하고, 지식의 전달에 적성이 있는 경우, 교수라는 직업은 정말로 만족스러운 직업이다.

교수라는 직업에는 교육, 연구, 봉사라는 세가지 역할이 있다. 종종 이 세가지를 정확히 분리해서 난 교육만 하는 교수, 난 연구만 하는 교수 등으로 나누곤 하는데 필자는 이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물론 교육 중점 교수, 연구 중점 교수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난 교육만 하겠다’, ‘나는 연구만 하겠다’는 것은 이미 교수가 뭘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정의를 모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과 연구는 대학 교수에게 있어서 결코 땔 수 없는 것이다. 기초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그 교육의 사이사이에는 새로운 연구 분야에 대한 적절한 설명 및 해석이 들어가 있어야 한다. 지금 학생들이 배우는 기초적인 배움이 어디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으며, 그것이 향후 어떻게 발전해 국가 발전 혹은 인간 생활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사실 연구의 생리상, 2~3년 정도 연구에 손을 떼고 나면 사실 그 후 다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전자공학과 같이 그 변화주기가 굉장히 빠른 학문의 경우 특히 더하다. 3년 전의 논문을 읽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럴 경우, 사실상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어쩔 수 없이 교육 중점 교수로 역할을 변경하게 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창의적이며 왕성한 연구활동에는 때가 있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연구력도 다소 감쇠하곤 한다. 하지만 교육 경력은 점차 증가하니 자연스럽게 교육 중점 교수로 그 역할을 변경하는 것도 크게 문제가 되는 상황은 아닐 듯 하다.

20~30년 전만해도 사실 교수라는 직업에 대한 역할이 제대로 정의되어 있지 않았다. 연구라는 것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 때 교수의 역할은 교육 및 봉사에 치중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산업여건을 살펴봤을 때 20~30년 전의 단순 제조업에서 창의적인 생산으로 전환되는 시점이고 그에 따라 교수의 역할은 변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대학평가에서도 나타난다. 대부분의 대학 평가에서 대학의 교육, 연구, 봉사 중, 연구에 초점을 두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연구에만 초점을 두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지만, 현재의 급변하는 산업구조를 봤을 때, 새로운 연구를 바탕으로 하는 발전적인 변화가 없는 교육, 10년전 강의노트를 꺼내어 그대로 진행하는 교육을 절대 안 된다.

주변에 ‘난 여건이 허락치 않아 논문을 쓰기 힘들다’ 혹은 ‘교육이 중요하니 난 교육에만 치중하겠어’라고 말하는 교수가 있곤 한다. 이는 ‘난 교수의 직업적인 정의를 잘 몰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그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는 봉사 부분이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관찰하는 의무 및 사회적 봉사가 있다. 정치판에 발을 들이는 교수도 어찌 보면 본인의 전문 지식을 사회 봉사의 차원에서 기여하는 것이다. 과거에 비해 교수의 현실 참여가 더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것도 그 이유라 생각된다.

세가지나 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교수는 알고 보면 결코 쉽거나 여유로운 직업은 아니다. 그렇지만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단히 중요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사명감으로 밤늦게까지 혹은 휴일에도 나와 연구, 교육 및 봉사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교범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 경기일보 1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