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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좋은 것`에 다가서는 목표…`나쁜 것`을 피하려는 목표

NEW [칼럼] `좋은 것`에 다가서는 목표…`나쁜 것`을 피하려는 목표

  • 정우준
  • 2013-12-24
  • 25098

연말연시가 가까워졌으니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결심으로 새해를 맞이하려 할 것이다. 리더들에게는 더욱 중요한 시간이다. 개인적인 소망을 넘어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위한 새해 결심과 계획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이 있다. 왜냐하면 인간에게는 크게 두 가지 목표가 있으며 이는 각각 자신에 부합되는 시점과 상황에서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혜롭게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좋은 것에 다가가기 위한` 목표와 `나쁜 것을 피하기 위한` 목표가 지니는 중요한 차이를 이해해야만 한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이 지향하는 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무언가 소망하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목표이고, 둘째는 무언가 바라지 않은 상태에서 벗어나거나 그것에 빠지지 않기 위한 목표다.

전자를 두고 우리는 `상승`, 후자를 `예방`이라고 부르는데, 각각 `~하기 위해`와 `~하지 않기 위해`라는 말로 그 목표가 표현된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점은 이 두 목표가 힘을 발휘하는 시간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어떤 일을 열심히 하는데 그 결과가 상당히 먼 미래에 나타난다. 우리는 이런 일을 두고 흔히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하는 일이라고 부른다. 반면 어떤 일은 지금 당장 해야 하는 구체적인 것들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장기적 관점을 가지고 해야 하는 일들은 대부분 `성취하면 좋은 것`인 반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은 대부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즉, 상승적 목표와 예방적 목표가 각각 장기와 단기 두 시간 관점에 더 잘 부합된다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장기적 관점을 지니고 해야 하는 일을 예방 목표로 설정하거나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들을 상승적 목표인 것처럼 포장하면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즉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목표의 성격과 남은 시간의 양이 서로 호환성을 지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새해 소망, 설계 혹은 신년사가 너무 비장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무겁기 그지없는 신년 결심들은 대부분 `~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하자`라는 마음가짐을 만들며 이는 필연적으로 단기적인 시야를 필요 이상으로 자극한다. 그 결과 1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 열심히 해야 할 일들에 대한 거시적 관점을 방해한다. 필연적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작고 구체적인 일들에만 구성원들이 매달려 꽤 시간이 흐른 후에 보니 종합이 되지 않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얼마 남지 않은 올해의 일들을 마무리하기 위한 조직의 분위기에는 긴장감이 필수적이다. 필요 이상의 상승 목표가 지배적이면 낙관적 기대로 인해 `올해 못하면 내년에 하지`라는 식의 안일함이 커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간이 얼마 남았는가에 따라 목표의 설정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얼마 남지 않은 올 한 해는 미시적이고 구체적인 관점으로 꼼꼼하게 마무리하자.

그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는 해의 시작은 거시적이고 긍정 지향적 비전의 제시로 조직의 구성원들이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 `남은 시간`이 얼마인가에 따라 목표의 분위기도 달리 설정해 주는 지혜가 리더에게 필요하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매일경제 2013.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