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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시론]기름값 인하는 가능하다

NEW [시론]기름값 인하는 가능하다

  • 배안나
  • 2011-01-28
  • 28590

이번에도 기름값 인하는 불가능할 것 같다.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연 20조원 수준) 인하를 관련 정부 부처들이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 기름값은 아직 견딜 만하고 외국과 비교해도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기름값 인하는 석유 과소비 우려를 낳고 국민 복지증진에 꼭 필요한 세수(稅收) 부족만을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러한가?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 의하면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은 실질구매력지수(PPP)를 감안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그것도 회원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비싸다. 휘발유 등 에너지제품은 경제활동과 국민복지에 필수적이기 때문에 구매력 기준 비교는 당연하다. 환율 기준 비교에서도 최상위권이다. 물론 세금 때문이다. 휘발유의 경우 교통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세금을 합하고 관세 등 유통 비용을 더하면 소비자 가격의 50% 내외를 차지한다.

유류세의 기본은 교통세이며 현재 ℓ당 529원이다. 이 중 80%(10조원대)가 도로 건설 등 석유 소비를 촉진할 우려가 큰 인프라건설에 투자된다.

이는 대체에너지개발, 환경개선 등과 같은 유류세 부과 근거에 어긋난다. 원칙적으로 석유에 대한 세금(로열티 등) 부과는 고갈되는 석유 생산에 대한 추가 보상을 위한 것이어서 소비국 정부는 부과할 수 없다. 그러나 소비국도 대체재 개발이라는 제한된 목적으로 부과할 수 있는 논리가 석유파동 이후 확립되고 있다.

물론 선진국일수록 유류세를 낮게 부과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유류세, 특히 교통세의 중과는 논란의 여지를 낳고 있다. 여기에다 유류세의 실질 부담자는 중산서민층뿐이어서 공정과 상생 원칙에 어긋난다. 공공목적 면세, 기업소비 조세감면, 농어촌면세, 자영업 경비처리 등을 고려하면 그러하다.

그렇다면 유류세 조정을 통한 기름값 인하는 얼마나 가능한가? 최대 30%까지 앞뒤로 조정이 가능한 탄력세율의 하향 조정과 관세조정(3%에서 1% 수준으로)을 통해 휘발유의 경우 ℓ당 200원쯤 인하는 쉽다.

여기에다 도로건설 등 추가 인프라 투자를 고유가 기간 중에만 자제한다면 유류세 절반, 즉 ℓ당 500원 수준의 추가 인하도 가능하다. 여기에 정유사의 자발적 인하폭을 합치면 현 유가의 3분의 1쯤인 700~800원 인하는 큰 무리 없이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에도 가장 큰 걱정(?)인 과소비 우려는 없는가? 크지 않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은 준(準)필수재이지만 자동차 등 소비기기 없이는 그 소비가 불가능한 중간 투입재이다.

따라서 석유 소비는 단순히 가격에 의해서만 결정되지 않는다. 여러 소비기기의 구입과 운영 비용을 포함한 효용(Utility) 창출 비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에 기름값을 내려도 그간 억제되어온 일부 잠재수요가 실현된 후에는 소비 급증 현상이 없을 것이다. 장기소비는 당연히 가격보다 경기 상황에 더 크게 좌우된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름값 10% 인하는 소비자물가 0.5% 인하, 경제성장 0.2% 이상의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을 더 이상 군말 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는 포획(捕獲·Trapped)된 소비자로 간주해서는 안된다. 혹한 속에서 물가 걱정으로 설을 맞는 국민들에게 기름값을 내려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감동 행정’은 정녕 불가능한가?


[경향신문-201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