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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특별기고]합리적 예산안 심의를 위한 제언

NEW [특별기고]합리적 예산안 심의를 위한 제언

  • 배안나
  • 2011-01-10
  • 28667


신묘년 새해가 밝았다. 북반구에서는 폭설로, 남반구에서는 홍수로, 한국에서는 폭설과 구제역, 조류독감으로 신년 초부터 어수선하지만 독자 여러분 모두 이를 잘 극복해 토끼처럼 도약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서양 농담에 하나님도 못 말리는 세 부류의 인간이 있다고 한다. 첫째는 종교인으로 설교가 시작되면 자신이 전하는 이야기가 신의 말씀이라는 착각을 한다. 둘째는 법관으로 판결을 시작하면 자신의 결정은 항상 정의롭다는 착각을 한다. 마지막은 교수로 강의가 시작되면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진리라는 착각을 한다. 본인들의 생각이 착각이 아니라고 착각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는 여기에 한 부류를 더해도 좋을 것 같다. 정치판에 끼어들기만 하면 정치인은 자신만이 애국자이고 자신이 내리는 결정만이 최선이라는 착각을 한다.

지난해 말 어김없이 새해 예산안을 놓고 한심한 일이 일어났다. 현 정부가 들어와 3년 내내 여당이 예산안을 날치기 통과했다. 그런데 이에 대응하는 야당의 태도도 한심하긴 비슷하다. 지난해 말에는 연평도 포격이 있어 민심도 안 좋기 때문에 여야가 잘 협력해 예산안이 합리적으로 순조로이 통과되리라 생각했지만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아마 북한의 위협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 또는 착각하고 있어서 일까?

국가의 1년 예산을 둘러싼 공방을 보면서 앞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예산안 통과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주고 국민과 정치인들에게 예산안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유독 한국만 예산안이 국가 1급 비밀이나 되는 양 인터넷 시대에 인터넷 공개를 꺼리고 있다. 나의 무능인지 몰라도 구글, 야후, 네이버, 다음에 ‘대한민국 2011년도 예산’을 입력했지만 한국의 예산안을 자세히 투명하게 공개한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국가가 이 정도이니 지방자치단체는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온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못해 외국인들이 이런 사실을 알까 부끄럽다. 반면 호주의 예를 들어보자. 구글에 ‘Australia Budget’을 입력하면 2010-11 Commonwealth Budget - Home이 첫 번째로 뜨며 예산에 관한 호주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이 돼 예산에 관한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미국 역시 구글에 ‘US Budget’을 입력하면 미국 정부의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왜 이런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일까? 그렇지 않기를 바라지만 비공개를 해야 정치인들이 정부를 상대로 예산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번 예산안 날치기 통과사태에서 보듯이 심지어는 정부나 여당의 논의도 없이 수백억 원 대의 예산이 갑자기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데 예산안의 인터넷 공개가 미리 이뤄진다면 쉽게 그러지는 못할 것 같다.

다음으로 뉴스 매체를 통한 예산안의 심층 분석과 토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소 6개월 전에 공개된 예산안을 가지고 TV, 신문, 더 나아가서는 최신 인터넷 매체 등에서 예산안 구성에 대한 심층 논의를 해 예산안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또 이 과정을 통해 국민들이 예산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계몽하면 좋겠다.

정보 시대에 국민들도 국가 예산에 대한 정당과 학계의 의견을 듣고 서로 비교해 다음 선거에서 지지할 정당이나 정치인을 선별하는데 도움이 될 자료로 삼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예산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다음에 뉴스 매체에서 일시적으로 예산에 대한 논평을 싣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흡사 남이 저지른 잘못을 내가 같이 나누는 것 같은 찜찜함도 느껴진다. 적절한 피드백이 없이 예산안에 관여하는 정부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양심만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잠시 머물게 된 호주를 예를 들자면 예산이 확정되기 전부터 공개된 예산안을 놓고 TV와 신문에서 활발한 보도와 토의가 이뤄지고 있었다.

경기도 역시 예산의 문제에서 예외가 아니며 중앙정부가 못하고 있는 일을 이번 기회에 경기도가 앞서 시행하는 것은 어떨지 올 신년 사업으로 권해 본다.
[2011.1.7 경기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