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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테마진단] 석유가격과 녹색환상

NEW [테마진단] 석유가격과 녹색환상

  • 배안나
  • 2011-01-05
  • 28181

유례없는 혹한기에 국제 유가 동향이 심상치 않다. 국제 유가는 대부분 배럴당 90달러를 넘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 역시 ℓ당 최고 2200원에 이른다. 지난 두 달간 대략 20%쯤 올라 2008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다. 이번 유가 상승의 직접적 원인은 세계 경기 회복 가능성이다. 여기에 지난 몇 년간 지속된 석유산업 하류 부문(정제산업, 저장과 유통설비) 투자 부진에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 닥친 혹한에 따른 단기 공급 장애가 가세되었다. 물론 미국 달러화 약세 등 통화요인이 실물자산 선호 추세를 강화한 점도 고유가를 부추겼다.

이 가운데 가장 주목할 사항은 실물자산 선호 강화다. 지난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바람직한 국제 유가 수준을 배럴당 70~90달러 범위라고 밝혔다. 그는 유가 70달러 이하에서는 대체에너지 연구개발 타당성이 없을 것이며 90달러 이상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국제 유가는 단기ㆍ소폭 수급 장애에도 쉽게 90달러 수준 돌파는 항상 가능하다. 특히 2008년 사상 최고가격(145달러)을 달성한 이래 2년여 동안 지속된 시장 약세 속에 형성된 산유국 반발이 녹색대안(Green Alternative)의 거품 가능성을 계기로
자원민족주의로 진화하고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최신 전망에 따르면 현재 세계 에너지 수요 중 3분의 1을 담당하는 석유 점유율은 2035년 28%로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측은 세계 각국의 일관된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녹색투자가 예상보다 부진하면 석유 수요 증가는 당연한 것이다.

이에 따라 녹색성장 시대에 원유 생산 투자 감축은 자칫하면 통제할 수 없는 석유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IEA는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부문 투자는 약 16조달러, 이 중 석유 부문 투자는 약 6조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코펜하겐 합의` 등에 따라 지구온난화 적극 방지를 위해서는 약 11조달러가 추가로 소요된다. 이러한 투자 재원 마련이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여건에서 쉽지 않다. 더구나 세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고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 그리고 중국 경제 내부의 인플레이션 요인 누적 등을 고려하면 실물 선호 경향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여건 아래 세계 각국은 에너지 부문 투자에서 2대 목표인 에너지 안보 제고와 지구온난화 대응 가운데 우선 순위 설정에 고심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녹색경제가 새로운 성장논리 기반(뉴 노멀)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녹색기술 혁신은 지연되고 경제성 확보 가능성은 갈수록 불명확하다.

예컨대 유례없이 높은 지원을 받는 우리나라 태양광 전력생산 비용은 여전히 석탄발전에 비해 7배를 넘고 경제성 확보 시기 역시 아직도 예측 불능이다. 여기다 녹지훼손 등 추가비용 부담과 지역단위 효용 창출 부족으로 사회적 수용도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풍력 등 여타 녹색투자에 대한 평가 역시 비슷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몇 년간 세계를 휩쓴 녹색환상의 탈피 방향이 향후 석유가격 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녹색환상의 탈피는 석유투자 증가로 귀결되고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1~2년간은 배럴당 80~100달러대에서 가격 급변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고 그 이후에는 오일샌드, 타르석유, 셰일가스 등 신규 석유
자원 개발 원가인 불변가격 기준 150달러까지 점진적 상승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 2010.1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