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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특별기고] 유학비용

NEW [특별기고] 유학비용

  • 배안나
  • 2010-06-23
  • 25065

 지난 6.2지방선거에 따라 새로운 지방 행정과 교육체재가 곧 출범한다. 당연히 도지사와 교육감 등 당선자들은 주민복지를 우선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한 쪽은 멀어진 민심을 되찾기 위해, 그리고 다른 쪽은 돌아온 민심을 주저앉히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기대해본다. 그렇지만 선거 끝난 지 며칠이나 지났다고 갈수록 이 같은 기대는 멀어지는 것 같다. 돈 많이 들고 그 효과는 먼 훗날에나 나오기 때문에 지금 결정권자들이 임기 중 책임질 일 없는 대형 장기사업이나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주민들의 혈세로 시험하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중앙정치를 지방행정에 덧칠하는 나쁜 행태가 일부나마 재현될 까 걱정된다. 이에 더 늦기 전에 단 한 가지라도 진정한 주민복지사업을 도지사와 교육감이 손잡고 추진할 것을 제의하고 싶다.

 그 첫 번째 대상 사업으로 경기도 내 유학, 연수비용 절감대책의 추진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해외로 송금하는 유학·연수수지를 처음 공식 집계한 1993년 이후 지난해까지 17년째 적자를 보이면서 누적적자액은 349억2천만 달러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경상수지 누적흑자액 1천505억 달러의 23%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여건상 유학·연수수지 적자규모는 당연히 커지기만 한다. 1993년 2억6천200만 달러 수준이 2007년에는 49억8천만 달러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불황의 영향으로 39억4천300만 달러로 낮아졌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5조원을 넘었다. 올해는 경기회복에 따라 더 악화되고,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이는 우리나라의 유난한 자식교육 열정이다.

 지난해 해외로 나간 초·중·고교생은 2만7천여 명, 대학·대학원 과정 유학생은 24만여 명으로 총유학생은 27만 명에 달했다. 고등교육을 통해 당대에 사회적 지위향상(Social Immigration)이 가능한 우리 사회의 역동성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부모세대들의 해외여행은 자제하지만 자녀들에게 보내는 유학·연수비용만큼은 줄일 수 없다. 지난해 일반여행 지급액 대비 유학·연수 지출 비중은 30%로 2000년(13.5%)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이제 “무서운 게 환율이고 유학(연수)비용이다. 기러기 아빠들이 무슨 죄가 있어 돈을 퍼 날라야 하나?”라는 말이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특히 경기도민의 경우가 그러할 것이다.

 서울 외곽에 위치한 지역 여건상 변변한 교육기관이 적다. 대학의 경우 전국 30위권 대학도 몇 안 되는 것이 경기도의 실정이다.

 이러니 도가 지원하는 미래 첨단융합교육마저 도내 대학에 위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서울로 유학(통학)하면 되지만 교통체증 등을 생각하면 그 것마저 여의치 않는 것이 경기도민들의 또 다른 고충이다. 여기에다 언제든지 노력만 하면 최상류층에 진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도민들은 자제들을 유학이라도 보내어 손쉽게 사회적 신분상승(?)을 보장하고 싶어 한다.

 국내의 낙후된 현행 교육시스템을 고려하면 자제들의 미래를 위해서는 해외 교육기관을 선택하는 것이 투자(?)효율적일 것이다. 잘 아는 바와 같이 대학생 어학연수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기준 대학 또는 대학원생 가운데 어학연수 중인 학생은 전체의 5%인 9만8천644명에 달했다. 2001년(4만782명)에 비해서는 두 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결국 교육개혁이 선행돼야 해외 유학·연수비 명목의 대외 지출을 줄이고 실질 가처분소득 수준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진정한 주민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의 공교육의 질적 개선이 시급하다. 영어 등 외국어 공교육은 크게 활성화돼야 한다. 수요자는 국제화교육을 희망하는데 공급자가 그 전략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교육시스템은 여전히 뒷걸음질치고 있다.

 유학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도 시급하다. 근본적으로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춰 국내 교육 서비스 질이 개선돼야 하고, 규제를 과감히 완화해 교육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미래세대의 경쟁력보다 현재의 정치적 파워게임이 우리 교육현장에서 득세한다는 걱정이 많다.

 경기도의 경우 도지사와 교육감의 일부 상반된 이념과 철학이 걱정된다. 진짜 주민복지를 위한다면 교육 수요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모든 정치적 이해를 초월하는 가운데 툭 터놓고 합의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심의 무서움을 체감했다는 당선 직후의 다짐이 아름답게 이어진다. 유학비용 절감은 주민들의 실질소득 향상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현실과제이다.


<경기신문 -2010.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