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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사진 한 장에 담긴 가장 넓은 세계 - “특별한 곳으로 초대합니다.”

NEW 작은 사진 한 장에 담긴 가장 넓은 세계 - “특별한 곳으로 초대합니다.”

  • 홍보실
  • 2010-05-17
  • 26697

작은 사진 한 장에 담긴 가장 넓은 세계
“특별한 곳으로 초대합니다.”
              - 사회과학부 심리학과03 이종훈

 

몇 년 전부터 세간에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전문 작가가 아닌 일반 시민들에게도 좀 더 “전문가” 다운 사진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조금만 관심을 두고 관찰하면 DSLR 카메라를 어깨에 걸치거나 무언가를 좀 더 잘 찍기 위해 카메라 렌즈를 계속해서 조절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광고에서는 앞서가는 변화를 뒤따르기 위해 하이브리드 디카 등 소비자의 관심을 끌만한 제품들을 소개한다.

사진. 단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나가는 순간을 모두 찰나로 포착해 기록을 남기는 과정. 사진에는 과거도, 미래도 없다. 오직 현재만 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멋진 생애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렌즈를 조절하는 건 아닐까? 오늘도 그런 감격적인 시간의 기록을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는 한 사람을 찾아나서 보려한다. 누군가의 순간을 영원으로 남기는 그, 바로 사회과학부 심리학과 03학번 이종훈 씨다.
 

찢어진 잡지 한 장, 그리고 시작.

그가 군대에 있을 때 훈련소 동기는 그에게 잡지 한 장을 찢어 건넨다. 그때는 이 잡지 한 장이 그의 운명을 바꿔놓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당시 유명했던 사진작가 준초이(본명 최명준)에 관련한 인터뷰 기사 내용이었다. “유명한 사진작가 준초이에 대한 인터뷰 기사였죠. 작은 기사였지만 감동을 받고 책 까지 구매했어요.” 그에 관한 기사나 책들을 살펴보면서 ‘마음으로 접근해야겠다, 나 또한 도전해야겠다.’ 라고 생각했다는 이종훈 씨. “그에게 편지를 썼어요. 대부분의 유명인사에게 편지를 쓰면 답장을 받지 못하는데 신기하게도 준초이씨에게는 답장을 받았어요.” 이름만 이야기하면 알 정도의 사진작가. 평범한 학생이었던 그가 어떻게 예술가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5~6장정도 되는 편지를 두 달 동안 다시 고쳐 쓰면서 1장으로 줄였어요. 하고 싶은 말은 너무나 많았지만 많은 분량의 편지라면 바쁜 그가 다 읽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렇게 해서 사진가 준초이를 만나게 된 종훈씨. “첫 만남에서 제가 찍었던 사진들을 모두 들고 찾아갔어요.” 결국 그는 학교를 휴학하고 준초이 비주얼에서 기획팀장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그는 대학 재학기간 중 사진으로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으로 공모전을 선택했다. “2008년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에서 금상 수상, 삼성물산 Global Futuremark award에서 입선, 사진 잡지 <사진예술> 콘테스트에서 동상 2번 가작 한 번. 이런 것들 모두 혼자 사진을 보고 즐기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과 함께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서 참가하는 이유가 더 컸습니다.
 

더 넓은 곳으로의 모험. - “언제나 사진과 함께였던..

이종훈씨가 2003년도 아주대학교 수시 I에서 국제화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영국 University of Westminster에서 보낸 한 달은 ‘영어 학습’ 이외에 더 많은 것에 눈을 뜨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1학기 수시에 합격했을 무렵엔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기술적인 면은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정말 많이 떨어지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기 때문에 더 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그 때 찍었던 사진을 보면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진다는 그. 그냥 아무것도 모를 때 찍은 사진이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서 그 때 추억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당시 생각도 나죠.” 그러면서 “벌써 7~8년 전 사진을 보면서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함을 느꼈는데 훗날 지금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런 걱정이 들 것 같네요. 더 열심히 해야죠.”라며 사진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인다.

그는 <런던소경_#.1>이라는 작품으로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에서 금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것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다. “영국의 런던 웨스트민스터 브릿지에서 바라본 빅벤의 사진을 출품했어요. 비오는 흐린 하늘이 가장 런던다운 장면이라는 생각에 비오는 가운데서 사진을 찍기로 했죠. 다리위에서 파인더를 들여다보며 모든 화면구성을 끝내놓고 마음속으로 정해둔 위치에 런던의 명물인 빨간 버스가 올 때까지 비를 맞으며 기다린 덕분에 찍을 수 있었던 사진입니다. 그렇다. 그는 외국에서의 경험도 사진으로 대신 이야기한다. “영국에서 찍었던 미흡했던 사진이 한 단계 더 발전된 모습으로 변해 수상까지 했어요. 정말 기쁜 일이죠.” 그러면서 그는 “외국에서 찍은 사진이 상당히 많아요. 더 좋은 장면들도 많이 만날 수 있고 특히 영국은 어학연수로 방문했던 곳이기에 그곳만의 추억도 담을 수 있었어요.”

그는 대학에 입학해서도 두 번의 교환학생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학생들이 교환학생을 가지만 각자 나름의 계획과 목적이 있다고 생각해요. 공부, 영어, 외국인과의 교류, 글로벌 마인드 등등. 제게 있어 교환학생은 외국에서의 사진 작업을 위한 좋은 수단이었습니다.” 라며 그에게 있어 교환학생은 낯선 곳에서의 사진작업을 위한 기회였다고 한다. “2009년도 1학기엔 중국 난징에서, 그리고 같은 해 2학기에는 노르웨이 트론하임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했습니다. 그가 택한 나라는 노르웨이. 많은 학생들이 대표적 영어권 국가인 미국이나 캐나다로 택하는 반면 그는 역시나 좀 더 특이했다. “노르웨이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더 궁금했고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강하게 작용했죠. 그동안 사진 작업을위해 방문했던 나라들보다 한 번 도 가보지 못했던 나라 중에 교환학생 파견 국가를 정했던 것도 노르웨이를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키쳤습니다.” 그렇게 그는 노르웨이를 선택했고 NTNU(Norwegian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에 파견되었다. 그는 교환학생 시절, 학업 외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노르웨이 트론헤임(Trondheim)에서 ‘Angkor People’이라는 제목으로 2009년 10월 개인 사진전을 개최했다.



“생애 첫 전시회, 아직도 가슴이 떨리네요.”라며 그때의 감격을 표현한다. "갤러리 관장과 약속을 잡고 중국에서 6개월간 준비했던 포트폴리오를 가져가 이야기를 나눴죠. 결국 노르웨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트론하임에서 제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에게는 인연이 많은 노르웨이. 여행, 그리고 기억에 남는 멋진 풍경을 물었다. “사진에 담는 것 자체가 영광인 광경이 있었어요. 바로 ‘오로라’ 태어나서 처음 봤고,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다시 여행을 마음먹지 않는 한 보기 힘든 풍경이죠. 노르웨이를 제외하고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등등 몇 군데 나라에서 볼 수 있지만 흔하지는 않아요.” 그가 노르웨이에서 얻은 것은 학업이나 어학 외에도 신뢰에 대한 되새김, 멋진 풍경 등 그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값진 것들이었다고 전한다.
 

그의 또 다른 이름, 심리학도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하는 방법을 알아갑니다.”

전공이 심리학인 만큼 ‘사람’에 관심이 많다는 이씨. 소통하는 감정을 주고받는다. 가슴이 따뜻해지는 만남을 좋아하며 자신 역시 누군가에게 뒤돌아서서 마음이 편해지는 사람이고 싶다는 그.


 
그는 심리학도, 사람과 소통하는 방법도 남달랐다. “2003년 수시모집 합격 후 첫 배낭여행을 떠났던 캄보디아를 2007년까지 해마다 찾아갔어요. 앙코르와트라는 관광자원 하나에 기대어 사는 캄보디아 사람들이지만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들의 사진을 찍고 싶었죠.” 라고 말했다.
그가 노르웨이에서의 첫 개인전 때 전시했던 사진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촬영한 사진들이었다. 굳이 캄보디아에서 촬영한 사진을 노르웨이에서 전시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복지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노르웨이 사람들에게 캄보디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세계 곳곳에는 제가 알던 세상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 존재한 다는 걸 알고 정말 놀랐어요. 그때 봤던 캄보디아가 제가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던 것처럼 모든 것이 갖춰진 환경에서 사는 노르웨이 사람들도 제 사진을 통해 제가 경험했던 걸 경험 할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그렇게 찾은 캄보디아에서 그는 ‘꼭 찍고 싶은 것’에 대한 열망을 느꼈었다고 한다. “정말 찍고 싶은 장면이 있었죠. 앙코르와트에 방문했는데 노인들이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 장면을 보았어요. 하지만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댈 순 없었죠.” 그래서 내린 결론, 그는 마음을 먼저 얻기로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찾아가 함께 식사를 했어요.



도시락을 챙겨가서 그들과 함께 밥을 먹고
손짓 발짓을 이용해 의사소통도 시도했어요. 처음에는 어리둥절해 하셨지만 갈수록 경계심이 풀어졌고 일주일만에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할 수 있었죠. 사진을 찍기 위해서 그는 그들과 먼저 친해졌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찍고 찍힘을 당하는 것이 아닌 함께 공유하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캄보디아는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는 나라입니다. 프랑스 식민지와 독재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갔죠. 모두 과거의 일이긴 하지만 그런 아픈 상처를 딛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서 왠지 모르게 뭉클함이 느껴져요.”

 

모두가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진을 찍고 싶다는 이종훈씨. 마냥 자유로울 것 같은 그도 또래와 비슷한 고민을 해봤을까? “제가 고민하며 진로를 선택할 때 뭘 하면 제가 행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어요. 돈도 좋고 명예도 좋지만, 그런 모든걸 떠나 어떤 일을 해야 제가 행복할 지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고 고민했죠. 단번에 사진이라는 정답이 나왔어요.” 지속적으로 사진을 공부할 생각이 있으면 사진학과로의 진학이나 자퇴도 고민했을 것 같다. “물론 자퇴도 생각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사진학과로 다시 입학해 더 많은 것들을 익히는 것이 앞으로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는 ‘심리학’에 대한 끈을 놓지 않기로 했습니다.” 사진도 사람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는 이 씨. “평생 더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심리학을 계속 공부했고, 결과적으로는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라며 심리학을 전공한 것을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평생 사진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자산이라 생각해 든든하다는 이종훈 씨다.
 

오늘 그리고 내일.

그는 최근에 KBS 예능프로그램 <청춘불패>에도 참여했다. “방송 중간 중간에 혹은 맨 마지막에 출연자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사진이 음악과 함께 잔잔하게 보여 지는데 그 일을 했어요.” 추운 겨울에 진행 되었던 촬영이니 만큼 고생도 남달랐을 듯하다. “프로그램에서 사진을 찍는 일을 담당하죠. 보통 15시간 이상 촬영이 진행되는데 프로그램의 컨셉 상 녹화를 중간에 끊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출연진이나 스텝들 모두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은 편이에요. 또 스틸촬영의 경우엔 순간을 놓치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일단 촬영이 시작되면 모든 촬영이 끝날 때 까지 긴장을 풀 수 없다는 점에서 더더욱 힘들기도 합니다.”

그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아주대라는 울타리에서 이제 정말 사회로 나가야하는 시기잖아요. 조금의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마냥 걱정하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지금부터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더 많은 경험을 쌓는게 앞으로의 계획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해 준비중이기도하고, 포토에세이를 출간을 준비중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준비중인 일이 여러 가지 있지만,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차근차근 해 나가는게 제게 가장 중요한 일일꺼 같습니다.”소통과 대화를 좋아하는 그는 앞으로 계속해서 그의 홈페이지에 타인과의 소통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 홈페이지 리뉴얼 작업 중입니다. 좀 더 괜찮은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를 만났을 때 당시 리뉴얼 중이라던 홈페이지는 현재는 이미 새단장 해 전보다 더 활성화 되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사진’이라는 공간에 무언가를 남기는 것 이상으로 사진 속의 누군가와 혹은 또 다른 이들과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즐거워 보인다. 그리고 행복해 보인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일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 보다 더 특별해 보였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사람들은 많은 고민을 거듭한다. 마치 그가 한 장 한 장 남기는 사진처럼 다양한 삶의 모습을 한 사람들.

그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나 역시 새삼스레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 긴 고민에 빠졌다.
‘어떤 모습의 사진이 훗날 가장 아름다울 수 있을까에 대하여..’

                                                                      글 / 홍보팀 학생인턴 이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