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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美 첫 흑인대통령 탄생을 보며

NEW 美 첫 흑인대통령 탄생을 보며

  • 구자영
  • 2008-11-11
  • 28747
232년 미국역사에 첫 흑인대통령, 더 정확하게 표현 하자면 흑백 혼혈 대통령이 탄생했다.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으니 필시 오바마는 50%흑인이기도 하고 50% 백인이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를 백인으로 보지는 않는다. 흑인의 피가 선대에 한번이라도 유입되면 피부색에 관계없이 '흑인' 이라고 기어이 여권에 표기시키고야 마는, 유색인에 대한 뿌리 깊은 차별과 편견이 여전히 작동하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흑인 대통령이 선택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첫 여성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힐러리 클린턴과의 치열한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후 각 종 여론조사에서 끊임없이 오바마의 승리를 예견했음에도 불구하고 분위기는 여전히 ‘설마 흑인’이라는 것이었고, 그의 정책이나 변화에 대한 열정 등은 논외에 붙여졌고, 단지 그의 피부색만 이야기 거리가 되었던 것 같다. 백인중심의 미국사회는 어떻게 흑인 대통령을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AP통신은 역사의 장을 연 주역들로 95%의 표를 몰아준 흑인, 중남미계 등 사회적 소수자와 젊은 백인들 그리고 미혼여성들을 꼽고 있다. 30세 이하 젊은 층의 오바마 지지율이 66%로 메케인의 두배를 넘었고 전체 미혼여성의 70%, 백인 미혼여성의 60%가 오바마를 지지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 하고 있다. 차별의 역사를 종식시킨 것은 소수자들의 단결도 있지만 아직 기득권의 중독에 빠지지 않은 젊은 세대가 순수함과 열정으로 먼저 관용을 보이고 변화에 앞장서야 함을 깨우친 결과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사실 흑인인 오바마가 백인인 메케인을 누르고 미국 대통령에 당선 되었다고 해서 또 그가 시카고에 있는 한인 소유 세탁소의 단골이고, 점심으로 불고기를 즐겨 먹는다 해도, 미국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므로 한국의 내일이 달라질 것도 크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의 백악관 입성에서 나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우리 에게도 비출 수 있게 됨을 기대해 본다. 그것은 편견과 차별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일말의 반성과 자각이다. 특히 우리의 젊은이들이 미국의 흑인대통령 선출에서 세계가 보여주는 열광에 동참해서 변화를 추구 하도록 바뀌었으면 하는 희망이다. 
한국사회에는 과도한 단일 민족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심지어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이 되는 것에 불편한 심기를 갖는 이들이 많을 만큼 인종에 관한한 너무나 많은 편견과 차별이 있다. 메케인의 패배 인정 연설을 들으면서 나는 뜬금없이 ‘라이 따이한’을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인과 베트남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를 지칭하는 ‘라이 따이한’은 존재 하기는 하지만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상한 혼혈자들이다. 이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정부에서 추정하듯이 적게는 1천~2천명, 많게는 1만 여명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7천만 한국 인구에 비하면 그야말로 미미한 존재 일지도 모르나, 미군과 ‘양공주’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을 ‘튀기’라고 경멸했듯이 ‘라이 따이한’ 역시 극심한 차별과 빈곤 속에 살고 있다. 그들은 50%로 한국인이고 50% 베트남인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베트남인이라고 치부하고 잊고 싶어 한다
흑인이 미국 대통령이 되듯이 ‘라이 따이한’이 한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그것은 불가능한 꿈처럼 보인다. 오늘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문화 가정의 힘겨운 삶들을 보면 우리가 얼마나 차별과 편견의 벽을 높이 쌓아 놓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권위의 권고안을 받아들인 법무부는 작년 10월에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 한 바 있다. 그러나 성별, 나이, 인종 등 20여개의 차별 금지 항목을 담은 이 법안은 그러나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이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한 미국의 혁명적 변화를 보면서, 한국 사회의 변화를 꿈꾸어 본다.

-경기일보 2008.11.11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