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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내년까지 이어질 석유 위기

NEW 내년까지 이어질 석유 위기

  • 홍보팀
  • 2008-09-26
  • 30858
미국발 금융위기의 안개가 자욱하다. 그 유탄을 맞은 국제유가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하룻밤 사이에 두 자릿수의 급등락을 하는 것도 예삿일이다. 한때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고유가의 시름을 잊는가 싶었다. 그러나 석유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변종 악성’이 돼 금융위기보다 더 오래 갈 것 같다.
요즘 국제유가는 100달러대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두어 달 동안 대략 30%쯤 내린 셈이다. 석유 증산 체제가 본격 가동되기 때문이다. 48년 만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최대 생산 기록과 함께 공급 과잉 우려마저 고개를 들었다. 이에 반해 소비는 축소 일로에 있다. 내년의 세계 석유 수요는 1% 증가에 그치는 반면 선진국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역의 수요는 1%쯤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왜 ‘신종’ 석유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석유 위기가 원래 금융위기와 한뿌리이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지난 20여 년간 호황의 후유증이라면 석유 위기는 그 호황을 뒷받침해온 과도한 실물자산 저평가 현상에 대한 반발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세계는 지금 인위적 자본(Man-made Capital)과 천연자본(Natural Capital) 간의 불평등 교환체계가 붕괴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 있다고 보는 게 옳다. 그 결과 금융위기로 가치교환 체계의 신뢰성이 훼손되자마자 곧바로 석유시장에서 투기 수요가 급팽창한 것이다.
그러나 투기 수요가 언제까지 시장을 완전히 지배할 수는 없다. 석유시장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불황에 따른 석유 수요 감축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반된 가격결정 요인들의 혼재로 석유시장 불안은 더욱 확대될 것 같다. 이런 불안은 이미 단기 가격 변동성이 유례없이 커지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의 경우 이달 16일 배럴당 91달러에서 22일 121달러로 급등한 후 하루 뒤에는 106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시장 불안이 커지면 산유국들의 불만이 커지고 자원민족주의가 고조되게 마련이다. 지금처럼 모든 산유국이 초과이윤을 보장받는 시장 여건 아래서는 가격 그 자체보다 시장 불안이 이들의 주된 관심사다. 그렇다면 유가는 앞으로 언제까지, 얼마나 더 오를까? 한마디로 금융시장 안정 이후에도 석유위기는 더 오래 지속될 것 같다. 금융시장 안정이 석유와 같은 실물자산시장의 안정으로까지 연결되기엔 추가 조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년까지는 유가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당분간 유가는 크게 오를 것 같지 않다. 불행 중 다행이다. 길게 보면 투기 수요는 교란 요인일 뿐, 석유시장에도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메커니즘이 작동한다. 따라서 세계석유 한계생산비의 두 배 수준인 90달러 안팎의 이론적 적정 유가 수준은 여전히 유효하다. 자원 고갈에 대한 보상까지 감안해 최고 100%의 초과이윤이 보장되는 가격이다. 산유국들도 동의할 수준이다.
문제는 단기 가격변동성이다. 금융시장의 안정 없이는 적정 유가의 1.5배인 12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 정상적인 시장 흐름에서도 이런 단기 상승은 허용해야 한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산유국들의 국부펀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정도로 진행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유가 수준에 관계없이 산유국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온건파 산유국들이 ‘시장 안정화 담당 비한계 공급자(Swing Producer)’ 역할을 포기할 수 있고, 석유시장에는 단기간에 공급 과잉과 부족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는 ‘거미집(Cobweb)’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고유가 만큼이나 이 같은 시장 혼란도 엄중한 위기 상황으로 간주돼야 한다. 지구는 여전히 흑색 에너지인 석유 문제 해결 없이는 녹색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계이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2008.09.26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