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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규제감옥 경기도?

NEW 규제감옥 경기도?

  • 홍보팀
  • 2008-09-19
  • 30895
역대 정부 중 가장 힘든 초기를 보낸 이명박 정부가 이제 겨우 긴 어둠의 터널을 벗어나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대선기간 중 전면에 내세웠던 공약 몇 가지를 포기하는 것 같다. 하나는 말 많았던 대운하 건설이고 또 하나는 시장주의에 맞지 않는 인위적 균형발전 정책대신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공약도 포기하고 ‘선 지방, 후 수도권 발전’이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이에 당사지인 경기도와 김문수지사가 가만히 앉아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지난 몇 개월간 정치인 중 대통령 다음으로 신문지상과 방송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사람이 아마도 김문수 경기도 지사일 것이다.
그런데 신문에 난 것을 보면 ‘배은망덕한 정부·공산당 보다 못한 정부’라는 등 사면초가에 빠진 정부를 몰아세우는 것이고, 가뜩이나 험악해진 사회 분위기에 기름을 붓는 격한 용어를 동원한 것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물론 그런 발언의 배경을 살펴보면 이해는 간다. 오랫동안 안보논리에 가려있던 경기도 북부지역의 기다림을 해소해 달라는 주문이고, 수도권 규제로 우리 기업이 문을 닫고 중국으로 이전해 가는 안타까움을 호소한 것이라지만 언론 보도의 거두절미함을 감안했어야 했고, 부정적 호소가 아닌 좀 더 부드럽고 설득력 있는 용어 선택이 필요했다.
김문수지사가 주장하듯 경기도가 규제에 묶여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못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난 40여년의 개발 과정에서 가장 혜택 받은 지역임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한 세기 전 초기 산업화 시대의 계급간, 지역간 긴장을 덮어버리고 정당화 시키려 했던 기능론적 처방을 21세기에 다시 등장시킨 무감각에 실망이 크다. 정치적 설득에 흔히 이용되는 이해하기 쉬운 비유이기는 하지만 규제에 묶인 소수는 무척 좋아할 것이고, 더 많은 다수는 매우 화날 일이다. 많이 먹은 사람이 더 먹겠다는 논리로 받아들일 것은 뻔하다.
분명 경기도에 국한된 많은 규제는 완화 내지 폐지해야 한다. 그러나 미시안적으로 행정구역 경기도에 얽매여 서울을 포함한 다른 지역 잘 먹자고 경기도 규제한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규제 완화와 폐지의 결과가 경기도로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라면 더욱 안 되며, 주변의 서울, 인천, 충청, 강원이 함께 발전하고 오히려 경기도의 몫이 작고 다른 지역에 더 큰 이익이 가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나눔의 프로젝트’라면 더욱 환영한다.
경기, 서울, 강원, 충청, 인천하는 것이 행정편의상 그어놓은 구획이지, 보통 사람들의 삶은 그런 경계선 없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이점을 강조하여 주변 지역과 협력해야 할 일이다. 따라서 경기도 북부, 소위 접경지역의 발전 방향은 다르겠지만 규제를 완화하고 철폐한다면 그 우선순위는 인근 지자체와 마주하는 지역일 것이다. 또한 중소기업들이 다른 도가 아닌 중국으로, 동남아로 옮겨가는 것은 반드시 수도권 규제 때문만은 아니며 그런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므로 버려야 한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치인들 중에서 김문수 지사는 아마도 가장 결점이 없는 차세대 리더 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을 관철 시키는데 꼭 그리 미시안적 시각으로 날을 세우고 여기저기 부딪혀야 할까? 지난 몇 달간의 행보를 보면 뜻대로 안되니까 자리 깔고 시위하는 것과 전혀 다를 바 없다. 민주주의의 선거 양태가 변질되어 죽느냐 사느냐의 네거티브 게임이 돼 버렸지만, 옳은 정책의 추진은 분명히 포지티브 캠페인의 방식이 있다.
- 경기일보 2008.09.16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