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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세계적 신용경색과 대응

NEW 세계적 신용경색과 대응

  • 구자영
  • 2008-09-19
  • 31190
세계 전역에 걸쳐 경기 둔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유럽은 예상 외로 경기침체의 조짐이 커지고 있다. 유로존 전체의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은 근 10년만에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 각국 역시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경기둔화를 경험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의 고공 행진을 마음껏 향유하던 중동, 남미 등 자원보유국들도 이제 커진 씀씀이를 되돌아보고 미래를 걱정해야 할 순간에 놓일지도 모른다.
 
현재의 세계경기 둔화를 낳고 있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인 원자재가격 상승은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정책 당국으로서는 이번이 첫 경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 70년대 중반~80년대 초에 있어 유가충격이 낳았던 전세계적인 경제불안은 유가 충격 그 자체에도 기인했지만 상당 부분 정책 실패에서 비롯하였다.
섣부른 가격 및 임금통제와 과도한 통화팽창 정책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1년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의 주요 중앙은행들은 상당히 성숙한 정책대응을 해왔다. 덕분에 우리는 스태그플레이션도 그리고 그 뒤를 이었을 디스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도 피할 수 있게 되었다. 과거의 실패에서 충분히 배우고, 또 배운 바를 행동에 옮긴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리더십에 가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경기 둔화의 또 다른 핵심요인인 주택가격 하락과 신용경색의 경우는 상황이 좀 다르다. 미국 주택가격의 장기적 추이를 보면 최근의 가격 하락은 유례가 없는 일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현재 연방준비위원회를 비롯한 미국의 정책당국은 처음 겪는 극단적 상황에 봉착해 있다.
더욱이 오랜 기간 지속된 원재재가격 급등이 운신의 폭을 크게 줄여놓았다. 주택시장과 신용경색 상황에서 사용해야 할 정책이 있더라도 마음껏 사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한번 정책이 취해지면 `사상 최대??, ?렌瀯? 최초?? 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 붙고, 정책의 부조화와 정책의 실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
 
최근 우리 국민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든 금융위기설의 상당 부분은 세계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에 기인한다. 미국 주택가격 하락이 금융기관 위기를 건너서 신용 경색을 낳고, 이는 다시 그 동안 공격적 투자를 해왔던 기업들에 대한 의심으로 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내에서만 머물던 신용경색이 최근에는 국제적 신용경색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들은 유동성 확보에 나서는 한편 펀더멘탈이 강한 기업이나 국가라 하더라도 경미한 위기의 징후만 관찰되더라도 극도로 긴장한다.
 
이런 상황은 언제쯤 풀리게 될까? 일단 세계경기는 상당기간 둔화세를 탈피하기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세계 각국의 경기선행지표를 보면 당분간 경기회복의 가능성이 별로 없다. OECD, IMF 등 주요 국제기구의 세계경제전망치는 계속 세계 각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지만 일반 물가에 반영되기 까지에는 다소의 시간이 필요하고, 환율 변화 그리고 자원보유국의 경기 둔화효과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인 것은 경기 회복 징후가 관찰되면 원자재 가격이 또 다시 움직일 것이라는 점이다.
 
주택가격 하락의 역사적 경험에 비추어보면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 그리고 그에 따른 미국 국내의 금융시장과 세계 금융시장의 경색 현상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기회의 순간이라 하지만 아직은 시기 상조로 판단된다. 새로운 투자와 새로운 정책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거나 시장 상황을 가볍게 보기 보다는 시장과 함께 호흡하는 적극적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 머니투데이 2008.09.11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