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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석유산업 틈새를 잡는 법

NEW 석유산업 틈새를 잡는 법

  • 구자영
  • 2008-08-25
  • 32048
끝없이 오를 것만 같던 석유가격이 하향추세에 있다. 올해 평균유가는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많지만 내년에는 70~80달러 수준으로 더 떨어질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석유소비 증가세의 위축이 본격화되고, 일시적인 초과공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가격변화에 비탄력적인 석유시장에서도 이제 시장경제논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부터는 급격한 가격하락이라는 또 다른(?) 석유파동을 우려해야 할 것 같다.
그 걱정의 요체는 생산부문 투자부족이다. 세계석유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2030년까지 약 3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 이 중 75%가 기존시설 유지보수를 위한 것이다. 따라서 투자미흡의 결과는 기존유전 생산능력 저하를 초래하고 나아가 석유생산정점(Peak Oil)이론 등과 결부되면 석유위기의 끝없는 반복으로 귀결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을 반영해 세계석유산업 구조개편 논의가 벌써 본격화되고 있다.
그런데 이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유념해야 할 사항은 세계석유산업의 경쟁력 수준은 시장경제논리 '망각' 수준에 반비례한다는 점이다. 지난 70년대 석유위기 이후 산유국들은 석유무기화의 위력을 과신하다가 그 후 20년간의 저유가시대라는 고초를 겪었다. 이에 반해 유전개발권을 박탈당한 다국적 석유메이저들은 탐사 생산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지속성장기반을 구축했다.
이러한 거대한 석유시장 패러다임 변화과정에서 우리나라 석유산업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석유정제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중간틈새(Niche)전략 밖에 없다. 석유산업은 상류 탐사 생산(E&P)부문과 하류 정유부문으로 대별되며, 전체 이윤의 80% 정도가 상류부문에서 창출된다. 따라서 자원보유국이나 거대 메이저기업이 아니면 상류부문 진입이 힘들다. 이에 반해 하류정유부문은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마련이다. 특히 상류부문 투자수요가 급증하는 요즈음과 같은 시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 결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정유시설 부족으로 하계 성수기 등에는 휘발유 부족에 직면하게 되고, 이에 따라 원유가격이 올라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 따라서 정유부문 투자부족이 조만간 석유시장의 새로운 불안요소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석유제품들은 연산품(連産品)이기 때문에 개별 품목별 생산과 가격조절도 쉽지 않다. 예컨대 휘발유 증산을 위해 국내수요를 초과하는 중유제품 생산과 이에 따른 출혈수출이 불가피하다. 물론 최근에는 수출이익이 석유산업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나아가 국내제품가격 안정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효과가 지속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에 수출이윤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 해외석유거래소 동향추적기능 강화와 함께, 적어도 동북아지역 석유시장 가격결정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전략을 조속히 실행해야 한다.
투자리스크가 큰 상류부문 진출기반으로 국내석유산업 제품수출 경쟁력을 활용하는 큰 그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패키지형 해외자원투자에서 도로, 주택, 통신시설을 지원하는 것보다 석유제품을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원유부존이 풍부한 시베리아에서는 정유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에 석유제품의 안정적 확보가 큰 문제다. 이에 유럽지역 러시아에서 원거리 수송되는 시베리아 석유제품 수요를 우리가 충족시키는 석유개발협력구도는 전형적 윈-윈(Win-Win) 전략일 것이다. 우리가 이미 가진 것을 잘 활용하는 지혜가 으뜸가는 우리 자산이다.
 
-한국경제 2008.8.2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