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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宇都宮에서 생각해 본 우리 교육

  • 홍보팀
  • 2008-08-11
  • 32131

8·15 광복절에 즈음하여 오늘 문득 필자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떠올려본다. 얼마 전 일본 우쯔노미아에서 생애교육국제세미나가 열렸었다. 그곳에서 얄밉도록 무서운 나라 일본의 혼과 저력을 충격으로 감지해 볼 수 있었다. 왜 하필 광복절을 맞으며 역설적으로 일본의 힘을 되뇌어 보고 싶어진 것일까? 국제적인 분쟁의 핵으로 떠오른 독도문제를 접하며 필자는 조금은 냉정하게, 그래도 배워야 할, 여전히 무서운 일본의 힘을 곰곰 되새겨 보게 된다.

 

우쯔노미아에서 필자는 온종일을 묵묵히 그다지 연고도 없어 보이는 낯선 국제회의에 그 누가 의무적으로 오라 청한 적도 없건만, 행사가 종료될 때까지 앉아있는 일본의 수백명 나이든 시민 참석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쯤해서 필자는 우리의 세미나 장면들을 떠올려 보며, 얼굴이 불그레 상기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미나가 열린다하면, 일부의 관심 있는 전문가 또는 조금은 억지스럽게 동원된 청중들로 메워지기 십상인 우리의 상황과는 다름에 놀라웠다. 이것이야말로 무서운 일본 시민 대중의 힘이라 느꼈다.

끝까지 남아있던 시민들 중에는 그야말로 촌부, 촌로들이 상당수였다. 그들은 무척이나 진지했다. 그들은 우쯔노미아대학 생애학습연구소 시민대학의 나이든 마을 학습자들이었다.

거의 한평생을 생업에 종사하면서도 짬을 내어 ‘배우는 즐거움’에 사로잡혀 있는 시민학습객들이라 하겠다.

무슨 힘일까?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왜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배우려들고, 그 배움을 진지함 속에 진한 지적 희열로 연결하도록 만드는 것일까? 왜 그들은, 그렇게 많은 질문을 외국 그것도 한국에서 온 우리들에게 하고 싶었던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이 자리에 늦은 밤까지 남아있도록 유인하고 있는 것일까?

우쯔노미아에서 필자는 우리 교육을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떠올려보지 않을 수 없었다. 거창한 교육개혁의 화두가 요란한 슬로건들과 함께 내걸어지는 우리 교육의 실체가 조금은 우려스럽게 스쳐 지나갔다. 참으로 많은 교육개혁 사업들이 반세기 동안 우리의 교육을 강타해왔건만, 여전히 내실보다는 슬로건이 더 앞서는 듯 씁쓰레한 우리 교육을 지켜보며 필자는 새로운 자성의 마음으로 2008년의 광복절을 맞고 싶어졌다.

 

세미나의 대미를 장식한 ‘사사끼’라는 한 젊은 일본교수의 ‘충전과 방전과 축전의 학습으로 부활하라’라는 메시지 또한 필자에겐 또 다른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젊은 교수의 폐회 강연은 같은 대학교수로서 평생을 스스로 식자층이라 자부해왔던 필자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매일 매일 일상의 삶을 통해 배움의 에너지를 백배 충전하고, 그 중의 절반 이상을 축전하는 향기로운 배움의 삶을 살라고 사사끼교수는 외치고 있었다. 참석자들은 모두 진지하게 백분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충전한 배움의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절대 방전하지 말라’고 그는 역설했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오히려 역으로 십을 충전하고, 백을 방전해버린 삶을 살고 있지는 않았던가? 조금 배운 내용, 조금 알고 있는 지식, 조금 들은 정보들로 전국을 돌고 강연으로 방전하는 그런 교육자로 살아온 것은 아니었던가? 세계적인 교육열의 위대한 학습국가 대한민국이 8·15 광복절을 기해 대인의 마음으로 우쯔노미아의 교훈을 되새기며 이젠 백배 충전하고, 축전하는 교육의 힘으로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 경기일보 2008-08-11 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