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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영국병과 스태그플레이션

NEW 영국병과 스태그플레이션

  • 구자영
  • 2008-07-25
  • 28865

최근 들어 한국경제를 묘사하는 단어가 격함을 더해가고 있다.

경기침체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로, 그리고 다시 급기야는 경제위기라는 단어가 우리의 경제현실인 것처럼 당연시 되었다.

일부에서는 위기 시계를 제안하며 현재 한국경제는 '위기 예보' 초입수준인 오후 7시에 놓여있다고 하고 있다. 그나마 하지가 지난 지 얼마 안 된 여름이라 다행이다. 만약 겨울이었다면 소름이 돋을 법한 시계일 것이다. 한국경제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일단 경기침체 여부를 판단하기는 쉽다.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정의에 따르면 국내총생산이 하락, 즉 경제성장률이 음(-)의 값을 가져야 하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분기 이상의 기간 동안 이런 현상이 생겨나야 경기침체라고 부를 수 있다.

이 정의에 비추어본다면 우리 경제가 성장률 둔화의 경험은 하고 있지만 경기침체라고 부를 수는 없는 상황이다. 사실 이 기준에 비추어 본다면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져들 가능성은 매우 낮다. 5월치까지 발표된 각종 실물지표나 2/4분기 소비자 태도조사에 비추어보면 둔화의 모습은 보이지만 국내총생산의 하락 가능성은 극히 낮은 상태이다.

  

사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 스태그플레이션이나 경제위기까지 언급한다는 것은 진도가 너무 나갔음을 알 수 있다. 경제위기는 경기침체로의 급격한 전환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률의 상승이 결합된 경우를 말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의에 비추어본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나 '경제위기 우려'라는 표현도 아직은 사용에 주의할 단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표준적 정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다소 차이가 난다.  

스태그플레이션의 표준적 정의는 어원대로 `인플레이션과 경제적 정체(stagnation)가 억제되지 못한 채 일정기간 지속되는 현상 또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단어가 처음 제안된 것은 1965년 영국이었으며, 널리 회자된 것은 70년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라는 것이다. 이 점이 바로 스태그플레이션의 원인과 처방을 잘 말해준다.

거시경제학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은 세가지가 결합되어 나타난다고 하고 있다. 즉, 생산비용이 상승하는 공급충격이 발생하고 중앙은행은 과도한 통화공급으로 대응하고 상품시장과 노동시장에서의 자생적 경직성 또는 과도한 규제가 결합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생겨난다.

이렇게 보면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왜 영국에서 비롯되었는 지 잘 이해할 수 있다. 지금은 많이 잊혀졌지만 과거 영국병의 실체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가 바로 이 스태그플레이션이었던 것이다.  

즉, 유가가 상승하거나 또는 생산성을 넘어서는 비용상승 요인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정부정책이 통화량 증가 또는 저금리를 통한 경기팽창을 도모하고 경직적인 상품 및 노동시장과 결합하게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의 상황, 즉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정리해보자. 수치적으로만 보면 한국경제는 분명히 스태그플레이션 상황도 아니며, 경제위기의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의 정의와 기원을 짚어가다보면 외환위기 이후 우리가 걸어왔던 모습, 특히 정부정책이 걸어왔던 길이 서서히 반추된다.

한 때는 과도한 저금리로, 또 한 때는 과도한 규제 강화로 스태그플레이션의 두 가지 원인이 이미 한국경제에 뿌리를 내려왔다. 다른 나라와 달리 국제 원자재가격의 급등이 우리 경제에 위협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정책처방이 금리인하나 환율절하 또는 가격 규제로 귀결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은 의외로 빨리 다가올 수 있다. 결국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정책대응이 불가피해 보이고 정책 리더십의 진면목이 요청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머니투데이 2008.07.24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