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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감동이 있는 고유가대책을

NEW 감동이 있는 고유가대책을

  • 구자영
  • 2008-07-22
  • 31917

‘사상 최고수준의 기름값’은 이제 가치 있는 뉴스도 아니다. 5년 사이 5배 넘게 올랐다. 이러고도 250달러까지 더 오른다 한다. 글로벌 불황 차원을 지나 인플레와 불황이 동시에 오는 디플레이션이 걱정이다. 우리나라도 올해 4%대 경제성장, 5%대 물가상승을 장담할 수 없는 지경이다. 일부에서는 마아너스 성장과 두 자리 물가상승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6일 ‘휴일’에 ‘초고유가 위기관리대책’을 급히 발표하였다. 공공기관 차량 2부제 등 공공 에너지절약이 그 주요 내용이었다. 그러나 공공부문 에너지소비는 총에너지 소비의 4% 미만이다. 공공부문에서 30% 수송에너지 절약효과는 총에너지의 1%에도 못 미친다. 자칫하면 정부대책은 1970년대식 접근이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다.

그러나 고유가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민간의 자발적인 절약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면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위기 진전에 따라 불가피한 정부의 직접규제 가능성을 예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정부대책 발표를 계기로 민간부문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나설까? ‘감동할’ 수준의 효율적 추진전략이 없다면 만족할 만한 민간참여는 힘들 것이다. 예컨대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제조업의 에너지비용은 대부분 생산원가의 5% 수준이다. 따라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그 경영행태 변화를 강요할 수는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 실질 에너지가격 수준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질구매력 기준 국내 휘발유 가격은 G7국가 평균보다 95.3% 높다. 또 많은 경우 민간에너지 소비는 이미 최대절약 가능수준에 달해 있다. 더 이상의 절약은 소비 억제에 해당돼 사회후생 감축을 유발할 수 있다. 기술혁신과 자본투자 확대만이 추가 에너지 절약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이는 상당 부문 정부책임 영역이고 당장 되는 일도 아니다.

 

고유가는 결국 공공요금 인상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 경우 투입비용 증가로 인한 생산성 저하 뿐 아니라 모든 거래비용 증가를 유도하고 나아가 각종 사회인프라의 왜곡운용 가능성을 제기한다. 화물연대 파업, 어선의 출항포기, 농촌 비닐하우스 방치, 소규모 서비스산업 붕괴가 바로 그 대표적 사례이다. 모두가 고유가시대 비용전가 능력이 부족한 약자의 비극이다.

 

가장 확실한 수단인 가격 인상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일률적 가격인상은 절대로 안 된다. 그렇다면 다음 단계 위기관리대책의 내용은 어떠해야 하나? 무엇보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감동 요소’가 있어야 한다. 민간을 위해 먼저 희생하는 정부만이 감동을 준다. 소외계층 지원책을 우선 제시해야 한다. 유류세를 인하해서라도 경제적 약자들의 에너지비용은 줄여야 한다.

 

에너지절약 잠재력 확대에 필요한 재정 추가투입도 고려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정부 지출구조를 바꾸고 기득권자들을 설득하는 ‘민감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수요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에너지가격전략을 밤새워 만들어야 한다. 공공요금의 최대한 인상을 억제하는 정부 노력도 제시해야 한다.

 

민간에 대한 직접 규제가 불가피하다면 더 큰 감동이 필요하다. 경제부문별 국제경쟁력 변화를 세밀히 살펴보고 보완책을 사전에 제시해야 한다. 70년대식 정부규제로 나만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 민간 경제주체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 모두가 에너지문제 해결을 위해 ‘작은 정부’를 수용하는 큰 결단 없이는 안 되는 일들이다.

 - 한국일보 2008.07.10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