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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시급한 대학의 수월성 확보

NEW 시급한 대학의 수월성 확보

  • 구자영
  • 2008-07-22
  • 32732

외국 우수 학자들을 유치해 연구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대학 연구팀에 재정 지원을 해주는 `세계 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 사업`을 교육과학기술부가 추진하고 있다. 잘 연구하고 잘 가르치는 대학이 좋은 대학이고, 대학의 질은 교수의 질이 좌우하며, 수월성 추구가 고등교육의 핵심이다. 국내외 우수 연구진을 확보해 수월성을 추구하는 대학 연구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국가 차원의 시도는 비록 뒤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수월성을 가로막는 요인은 재정난만은 아니다. 미시간대학 듀더스탯 총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탐욕과 이기심, 정치, 반지성, 열등감, 무책임 같은 것들이 융합돼 평범함을 추구하는 `어둠의 힘`이 대학의 학문적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 우리네 대학들 중에서 세계적인 대학이 없는 이유도 이런 대학의 학문적 가치를 위협하는 `어둠의 힘` 때문이다.

 

WCU 사업은 우수 교수 유치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대학발전을 진작시키는 제도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도 커다란 계기가 되어야 한다.

 

우리네 대학이 우수 학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처럼 학문적 업적에 따른 보상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 경쟁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일부 교수들의 저항도 여전히 만만치 않으며, 좋은 조건으로 우수 교수를 유치하려고 하면 다른 교수들의 상대적 박탈감부터 걱정해야 하는 것이 우리네 대학의 현실이다.

 

그러나 외국 석학을 유치하는 조건 하에 정부 지원이나 기부를 받는 것을 대학 구성원들이 반대할 명분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학문적 업적에 대한 고액 보상을 외국 석학을 대상으로 우선 시작할 수 있다면 교수들이 탁월한 학문적 업적을 향해 경쟁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우리네 대학에도 정착할 것이며, 나아가 국내 석학에게도 탁월한 학문적 업적에 상응한 보상을 하는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네 대학이 안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소위 학원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다수가 원하는 평범함이 소수만이 추구할 수 있는 수월성을 능가하여 대학의 의사결정이 학문적 가치를 상실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다수의 평범함보다 소수의 수월성을 선택하는 아카데미즘이야말로 세계적 명문 대학들의 특성이다.

 

WCU 사업은 새로운 전공 과정이나 연구팀에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우수 교수들이 팀이나 과정 안에서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요구하고 있다. WCU 사업은 우리네 대학에 소수의 수월성을 존중하는 의사결정 모형이 정착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우리네 대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어둠의 힘은 부정직하거나 부정직에 대한 관용일 것이다. 우리네 대학에서 표절이나 데이터 조작은 오래 앓아온 고질병이다.

 

WCU 사업이 강조하는 연구의 수월성이란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일을 뜻하는데, 새로운 지식이란 만든 사람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고,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지식을 토대로 또 다른 새로운 지식을 찾아 나서기 때문에 연구의 수월성은 연구의 진실성과 동의어다.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감당할 대학이라면 학문 윤리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귀결이므로 WCU 사업은 학문 윤리 정착이라는 긍정적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 매일경제 2008.06.23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