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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봄은 붉다

  • 홍보실
  • 2024-02-22
  • 253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괄목상대(刮目相對). 이 나이가 되어도 눈을 부릅뜨고 볼 일이 생긴다. 한 보름 전, 설 즈음이다. 빌딩 옆이라 빛을 조금은 손해 보는 터에 자리한 매화나무 가지가 문득 붉다는 느낌이 들었다. 눈을 크게 뜨고 가까이에서 본 매화나무 삐죽한 우듬지는 과연 자줏빛으로 붉었다. 다른 나무도 그런가 살펴보았다. 아침저녁 나절 오가는 길목에서 부러 들여다본 나뭇가지도 붉은 게 제법 많았다. 이른 봄 전령사인 산수유도, 남천의 가지도 붉었다.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붉은 기운이 가지 끝에 집중되었다는 사실이다. 꽃도 잎도 없는 겨울 끝자락 나뭇가지는 왜 그리 붉을까?


소나무 가지에 달린 솔방울을 보면 한 해 세월이 또렷이 보인다. 가지 끝 솔방울은 몽글몽글하고 작지만 한 마디 아래 솔방울은 좀 더 크고 단단하다. 그러나 입을 다물고 있다. 그보다 더 아래 솔방울은 입을 열고 씨를 떨군 상태다. 그러므로 솔방울 씨앗이 익는 데 적어도 2년은 걸리는 셈이다. 지금 활엽수는 어떨까? 잎이나 꽃은 없다 해도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봄이 찾아와 빛이 들면 활약할 잎과 꽃이 눈(芽) 속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 눈은 작년에 이미 갈무리해둔 것이다.


잎눈에서 나올 잎은 장차 가지 끝에서 공기와 마주할 나무의 최첨단 기관이 될 것이다. 태양과 대기를 향해 잎을 한껏 펼쳐 널따란 광합성 공간이 전개된다. 그 잎을 떠받치는 가지에는 최소한 세 가지 기능이 있다. 지지, 운반 그리고 저장이다. 나무에는 세월이 살아있다. 가지 끝마디는 작년에 자란 흔적이다. 물관과 체관으로 물과 영양소가 들락거린다. 심부 줄기는 탄소를 저장하는 죽은 기관이다. 그렇기에 나무는 죽어서도 자란다. 그게 다일까?


(하략)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40221200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