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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살아야 죽는다

  • 홍보실
  • 2023-09-07
  • 1155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세포는 무척 역동적이다. 매일 약 2000억~3000억개의 세포가 죽는다. 또 그만큼의 세포가 새롭게 만들어진다. 성인 몸 세포 약 40조개의 0.5%가량이 매일 교체되는 셈이다. 그렇게 얼추 200일마다 우리 몸은 새롭게 태어난다. 하지만 이 말은 절반만 옳다. 세포에 따라 수명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심장근육 세포나 1000억개에 이르는 뇌 신경세포는 수명이 상당히 길다.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은 적혈구는 120일을 살지만 1초에 200만개씩 태어나고 죽어간다. 테니스장 넓이의 소화기관 상피세포는 4~5일마다 교체된다. 엄마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 세포는 쉼 없이 살고 죽기를 되풀이한다. 활성 산소 탓에 단백질이나 유전자가 상처를 입어서든 발생 과정에서 손가락 사이의 갈퀴를 제거하고자 세포 스스로 죽든, 이유는 다양하지만 우리는 죽은 세포를 깔끔히 처리해야 한다. 미적거리다 죽은 세포막이 터지면 면역계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원치 않는 면역 반응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리 보면 세포가 잘 죽는 것도 생명체로서는 복이다. 죽어가는 세포와 세포 시체 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세포(phagocyte)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시의적절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문 식세포는 배아 난황낭에서 출발한 줄기세포가 여러 조직으로 퍼져 분화한 것들이다. 본디 식세포는 세균처럼 ‘내 것 아닌’ 것을 보는 족족 잡아먹는다. 선천성 면역을 담당하는 식세포가 세균뿐만 아니라 죽은 세포를 먹어치우는 일은 무척 자연스러운 일이다. 어찌 보면 죽은 세포는 반쯤은 남인 셈이다. 


(하략)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30906202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