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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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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원하지 않았지만 이웃이 돼버린 모기

  • 커뮤니케이션팀
  • 2022-08-12
  • 1648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풀은 인류의 친구다. 양과 사슴 같은 초식동물의 먹이도 풀이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본격적으로 인간 집단에 들어온 밀과 귀리도 역시 풀의 한 종류다. 태양을 향해 높이 오른 나무와 달리 빠르게 멀리 퍼지는 습성을 지닌 풀은 거침없이 땅을 파헤치는 인간을 특히 좋아하고 따른다. 자못 비장한 차전자(車前子)라는 별명이 있는 질경이는 사람이나 소가 끄는 수레바퀴에 깔릴 때 씨앗이 튀어 나가 새싹을 틔운다. 놀랍다. 


불을 놓아 화전을 일구고 아름드리나무를 잘라 개간하는 인간을 쫓아 자신의 영역을 넓힌 모기도 인간을 따른다. 호젓한 산길을 걸을 때 윙윙 날갯짓하며 동행을 청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이때 우리는 거부하는 몸짓으로 팔을 휘젓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이런 동작은 열과 몸 냄새를 더 멀리 퍼뜨릴 뿐만 아니라 모기에게 옷으로 덮이지 않은 피부가 여기 있다는 시각적 지표를 제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모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릴 때 우리는 뇌염모기를 피해 밤마다 국방색 모기장 안에서 잠을 잤다. 전쟁 벌이기 좋아하는 인간은 아니나 다를까 모기와 전쟁도 불사했다. 모기가 바이러스와 기생충이 매개하는 질병을 운반하기 때문이다. 말라리아, 황열병, 뇌염이 대표적이다. 아프리카에서 스리랑카, 미국과 중국 남부, 베트남, 수에즈 운하 등 적도 부근 지역에서다. 박멸을 목표로 한 이 전쟁에서 인간은 아직 승리하지 못했다.


(하략)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811030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