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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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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부모 모습이 내 얼굴에 비친다

  • 커뮤니케이션팀
  • 2022-09-08
  • 1569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두어달 전 초여름 삼촌 문상 갔을 때 일이다. 먼저 와 계시던 이모가 내가 가까이 오길 기다려 대뜸 “형부가 들어오시는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 운을 떼었다. 나도 외할머니를 소환하며 가볍게 응수했지만 나이 들어가는 처남이나 처고모 얼굴에서 장인어른의 모습을 찾아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내 또래에 접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으리라. 스스로는 잘 느끼지 못하나 가족 이력을 잘 아는 사람의 인식 체계에 쉽사리 포착되는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일까? 


2018년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영장류 친족 선택을 연구하는 카젬 박사는 ‘나이가 들수록 부모 자식의 얼굴이 닮아가는 경향이 높다’는 논문을 영국왕립학회지에 실었다. 사람이 붉은털원숭이 사진을 보고 부모 자식을 짝짓는 실험이었다. 동물원에서 약 25년을 사는 원숭이 새끼의 경우 나이가 두 살 정도는 되어야 사람 평가자들은 원숭이 부모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찾아냈다. 나이가 들면서 그 정확도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갓 태어난 원숭이 얼굴에서는 부모의 모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듯했다. 실패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부모나 친척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자신의 유전자를 절반 소유한 자손에게만 오롯이 부모의 자원을 투자하는 일이다. 또 하나는 근친 교배를 피하려는 진화적 경향성이다. 사촌들처럼 유전체를 일부 공유한 집단뿐만 아니라 심지어 어려서 함께 자라난 또래들끼리 부부의 인연을 맺는 경우가 드물다는 이스라엘 키부츠 공동체 연구 결과도 발표된 적이 있다. 부모와 자식, 사촌들끼리 서로 닮는 현상은 이른바 ‘표현형 수렴’이라는 생물학적 근거를 가진 것처럼 보인다.


(하략)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09080300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