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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칼럼] 나이 0살로 되돌리기

  • 홍보실
  • 2022-12-29
  • 1823

[김홍표, 약학대학 교수]


태어나는 순간 우리는 너나없이 0살이었다. 예외는 없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생물학적으로 0살을 정의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합쳐져 곧 수정란이 될 난자와 정자가 부모만큼 ‘낫살’깨나 먹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구중심처에 고이 숨겨져 있다 해도 세월의 더께를 피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춘기에 약 30만개이던 난자는 37세가 되면 2만5000개로 줄어든다. 폐경기인 약 51세가 되면 그 수는 1000개 밑으로 떨어진다. 슬픈 얘기지만 주인이 살아있는 동안 자신의 기능을 멈추는 거의 유일한 인체 기관이 있다면 그것은 난소다. 


폐경기도 불현듯 찾아오지는 않는다. 30대 중반이 넘으면 난자에는 비정상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 유전체가 늘어난다. 여성에 비해 늦긴 하지만 남성도 40줄에 들어서면 정자의 운동능력과 수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렇게 다치고 늙은 두 세포가 만나 0살이 되는 마법은 어떻게 일어나는 것일까? 그것은 수단껏 생물학적 나이를 낮추어 ‘최초’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그래야 종으로서 인간 혹은 한 생명체가 오롯이 유지될 수 있다. 심지어 단세포인 세균도 시종 젊어져야 한다. 이들은 주로 분열하는 동안 손상된 유전자나 단백질을 한쪽 세포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회춘한다.


인간에게는 가짓수로 200종이 넘는 세포가 있고 그 수는 얼추 40조에 이른다. 조혈모세포나 끊임없이 피부를 재생하는 줄기세포가 있지만 세포 대부분은 고유한 자신만의 역할을 그저 수행할 뿐이다. 신경세포, 간세포, 생식세포, 다 마찬가지다. 이들은 하나의 수정란에서 비롯한 자손 세포다. 개별 세포가 물려받은 유전체 서열이 다르지 않다는 뜻이다. 인간은 이들에게 어떻게 개체성을 부여할까? 생물학자들은 유전체에 후성 유전학적 깃발을 꽂음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간세포 유전체에 꽂힌 깃발은 신경세포의 그것과 다르다. 그렇게 각각의 세포가 구분된다. 우리는 이들 세포가 분화했다고 일컫는다. 분화된 세포 연합체인 인간은 비로소 숨 쉬고 일하고 자식을 키운다.


(하략)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21229030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