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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카오스와 복잡계 물리학

NEW 카오스와 복잡계 물리학

  • 박성숙
  • 2008-07-16
  • 49818
-뉴턴부터 아인슈타인까지 쉬지 않고 발전한 물리학

2500 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철학에 비하면 물리학은 역사가 400년 정도인 젊은 학문이다. 고전물리학을 완성시킨 뉴턴(1643-1727) 이래 서양에서는 물리학을 꾸준히 발전시켜 왔다. 반면 우리는 1970년대에 이르러 비로소 본격적인 물리학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30년 남짓한 기간에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과학 역사가 짧은 까닭으로 사회 분위기가 물리학을 기피하고 있어 이제 피어나기 시작한 물리학의 싹이 시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 난 400년 동안 물리학이 알아낸 사실과 그것이 인류에 끼친 영향은 엄청나다. 뉴턴은 천체를 포함해 물체가 움직이는 원인을 알아내 물체 운동을 예측하였다. 그 결과 우주선을 타고 인간이 달에  갔다 올 수 있었다. 1800년대에 시작한 전기와 자기 현상 연구는 1900년대 전기문명 시대를 열었다. 비슷한 시기에 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져 증기기관이 발명되었고 산업혁명이 일어나 생활수준이 향상되었다. 물리학에서 빛에 대한 연구도 빼 놓을 수 없다. 렌즈를 이용한 망원경, 현미경 등이 발명되어 우리 감각 능력을 엄청나게 확장하였다.


물 리학은 지금까지 한시도 발전을 멈춘 적이 없다. 1900년에 들어오면서 물리학자들은 원자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원자세계는 너무나 신기한 신세계였다. 원자의 성질을 이해하게 되면서 X선, 방사능, 원자력, 전자현미경 등의 이용이 가능해졌다. 양자론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물리학은 2000년대에 공학기술과 접합되면서 나노과학이란 새로운 분야를 등장시켰다. 머지않아 원자 크기의 장비가 등장할 것이다. 또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과 길이가 각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이 때문에 광속에 버금가는 속도를 가진 빠른 우주선만 있다면 수 만 광년 떨어진 곳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갈 수 있어 우주여행의 가능성이 열렸다.


-70년대 등장한 카오스, 그 충격과 깨달음

1970년대에 들어와 물리학에 카오스(chaos, 혼돈)라 부르는 새로운 분야가 탄생하였다. 카오스의 등장은 많은 학자들에게 큰 충격과 깨달음을 주었다. 카오스가 얼마나 대단한 것이기에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카오스는 동역학 연구를 하다가 발견되었다. 동역학이란 현재 상태를 관측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물리학 분야이다. 동역학이 하는 일을 설명해 보자. 어떤 물체의 위치를 측정해 보니 매초 1, 2, 3, 4m에 있었다고 하자. 그럼 다음 1초 후 이 물체의 위치는 어디일까? 당연히 5m이다. 그 다음은 6m, 다음은 7m일 것이다. 왜냐하면 과거 자료가 몇초 후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이게 뉴턴 이래 300년 이상 동역학 연구자들이 해 온 일이다. 정말 쉽지 않은가? 그럼 이런 연구가 무슨 쓸모가 있을까? 태양 주위를 도는 행성의 위치 예측부터 만유인력의 발견, 인공위성 발사, 우주여행 등이 모두 동역학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이 제 날씨 변화, 지진 발생, 주식가격 변동과 같은 좀 더 어려운 동역학 문제를 생각해 보자. 이런 문제는 행성이나 달의 운동보다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지만 잘 연구되어 있지 않다. 아니 어려워서 그동안 연구를 포기해 왔다. 우선 이들이 동역학 문제인지 알아보자. 날씨의 경우 측후소에서 매일매일 기온, 습도, 풍속 등을 측정한다. 과거의 기상관측 자료를 근거로 내일, 한 주, 한 달 뒤의 날씨를 예측해야 하니 동역학 연구라 할 수 있다. 날씨 변화, 행성 운동 모두 물리적 현상이지만 날씨 예측이 행성 위치의 예측에 비해 정확도가 한참 떨어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런 현상의 배후에 카오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카오스는 무엇인가? 정확히 말해 자연에서 나타나는 비주기적이고 불규칙한, 그래서 예측하기 어려운 현상을 카오스라 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카오스가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카오스 현상의 이면에는 카오스를 일으키는 자연 법칙, 즉 수학식이 존재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물체의 위치를 관찰하니 매초 5, 9, 0, 3, 8, 4, 9m에 있었다. 그럼 다음 위치는 어디일까? 그 다음, 다음, 다음 위치는 어디일까? 넌센스 퀴즈 같지만 1, 4, 9, 1m가 답이다. 이 값을 나오는 수학식을 찾아보라. 어렵지만 식이 존재한다. 이 예에서 본 것처럼 불규칙하게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원인인 수학식이 존재한다는 것이 카오스의 특징이다. 예측하기 힘든 카오스가 자연 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이 과학계에는 큰 충격이었다. 왜냐하면 자연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적인 존재가 카오스라는 것이 이전 학계의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카오스 연구 ‘복잡계 물리학’ 탄생시켜

카오스 연구가 발전하면서 카오스의 나비효과가 발견되었다. 카오스는 불규칙한 행동을 할 뿐만 아니라 초기조건의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급격히 커지는 나비효과를 보인다. 나비효과란 북경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원인이 되어 1년 뒤 허리케인이 뉴욕을 강타한다는 비유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1년 전 나비가 꽃에 앉아 있었느냐, 날고 있었느냐하는 사소한 차이가 1년 후 허리케인의 진로를 결정한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카오스의 원인인 수학식을 알더라도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 지는 지금 상태를 얼마나 정확히 아느냐에 달려있다. 기상청에서 초고속 슈퍼컴퓨터와 정밀한 기상 모델을 가지고 있더라도 각 관측소에서 정확한 기상자료를 기상청에 보내지 않으면 장기 기상예보는 허사가 되고 만다. 나비효과 때문에 오늘의 관측 자료가 약간 부정확하더라도 하루 뒤의 예보는 별 영향을 받지 않아 비교적 정확하지만 한 주, 한 달, 일 년 후 예보는 점점 더 부정확하게 된다.


-카오스 유발의 주요 원인인 비선형성 연구 중

본인도 지난 10여 년 동안 아주대에서 카오스가 생기는 원인을 연구하였다. 연구대상의 비선형성이 카오스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다. 비선형성이란 입력(input)에 대해 출력(output)이 직선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비선형성은 일반적으로 단순한 개체가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을 때 나타난다. 선형적인 개체를 여럿 연결하면 비선형성이 생기고 이 때문에 놀랍게도 한 개체에서는 관찰할 수 없었던 카오스가 나타난다. 단순 개체가 모여 개체에서 나타나지 않던 집단 특성을 보이는 계를 복잡계(complex system)라고 한다. 이 때문에 카오스 연구는 자연스럽게 복잡계 물리학을 탄생시켰고 현재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마 지막으로 카오스 연구가 우리에게 어떤 유익함을 주는지 한 가지 예만 소개하려 한다.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 법한 연구결과가 미국 대중과학지 Scientific American 2004년 11월호에 소개되었다. 카오스의 나비효과를 이용해 허리케인을 진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컴퓨터 시뮬레이션 단계이지만 이게 현실화된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보다 과학이 발전한 일본에서 카오스를 이용해 일본에 상륙할 태풍의 진로를 우리나라 쪽으로 바꿀 날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이래서 기초과학인 물리학이 중요하다.


아주대학교 종합정보지 '인간존중' 2005.1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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