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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소유와 존재

NEW 소유와 존재

  • 박성숙
  • 2008-07-16
  • 49739

아 주대학교 교양학부에서는 매주 목요일 오후마다 우리사회의 각 분야에서 공로가 많은 유명인사를 초청하여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이 특강의 주 목적은 대학이란 지식과 기술의 기능적인 면만을 배우는 곳이 아니라, 전반적인 교양을 갖춘 인격적인 사람으로서의 성장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인생철학이 있어야

2005 년 봄 학기의 첫 번째 인사로 시인 류시화씨가 초빙되어 강의를 하였다. 그 분의 수많은 저서들을 통해 마음을 비우는 욕심 없는 삶과의 만남을 가질 수 있었고 그만의 독특한 인생철학이 각박한 세상을 사는데 청량제와 같이 내게 다가왔기에 그 특강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너무나 반가웠다. 류시화씨의 인도 이야기는 화두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고 인도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날 나는 인생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웠다.

시 인은 북 인도 바라나시의 거리에서 한 노인 걸인을 만났다. 그 걸인이 돈을 구걸하기에 100원 정도를 주려든 것이 실수로 1천원 정도가 손에 들려 나왔고 노인은 그 돈을 냉큼 뺏어 가버렸다. 큰 돈을 뺏겼다는 생각에 한 동안 잃은 돈에 대해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그 런데 다음날 새벽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리의 아름다운 선율에 눈을 떴고 여인숙 창밖을 내다보니 어제 그 노인이 자신만을 위한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노인은 시인이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음악으로 아침을 깰 수 있게 해 주었고 세상에 1천원으로 자신만을 위한 음악연주를 들을 수 있는 행복을 어디에서 맛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인 도에 가면 바가지를 쓴다는 생각에 어느 날 한 가게에서 물건을 사는데 열심히 값을 깎아 부르는 값의 10분의 1로 그 물건을 샀다. 실컷 흥정 끝에 그 물건을 손에 쥐니 그 상인이 ‘그래 이제 당신은 행복하냐?’고 묻더란다. 그러면서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으니 당신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라는 말에 갑자기 부끄러움을 느꼈고 결코 경제적인 요인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당신은 행복한가?

사 실 행복지수는 경제적인 요인에 달려있지 않다. 재벌들이 행복하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고 오히려 부모가 많은 재산을 남겼을 때에 형제끼리 원수지간이 되어 싸우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이 세상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방글라데시라고 하니 정말로 경제적인 원인과 행복지수와는 동일하지 않은 모양이다.

우 리는 이 세상을 살면서 너무나 ‘갖는 것(to have)’에 치중하는 것이 아닐까? 더 많은 재산, 지위, 권력을 쌓으려고 허우적대다가 사실상 정말로 중요한 인간의 도리, 건강, 행복과 같은 존재(to be)의 의미를 잃는 것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항상 죽음의 가능성이 열려있다. 진정한 의미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어떤 삶이 목적(소유)에 이끌리는 삶이 아니라 존재에 이끌리는 삶인지 재정비해 보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된다.


경기일보 3월 31일자 칼럼 '교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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