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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인칼럼

한류(韓流) 열풍과 인간성의 회복

NEW 한류(韓流) 열풍과 인간성의 회복

  • 박성숙
  • 2008-07-16
  • 48897

최 근 일본 열도는 배용준의 ‘겨울연가’로 불어 닥친 한류 열풍에 의하여 흔들리고 있다. 일본 유력지인 아사히(朝日)신문은 2004년도 유행어(word of the year) 조사에서 ‘욘사마(ヨン樣)’가 1위로 선정되었다고 11월 17일 발표하였다. 배용준을 지칭하는 ‘욘사마’라는 유행어가 미국 프로야구의 스타인 이치로 선수와 고이즈미 수상을 제치고 1위로 선정된 것이다. 각종 일간신문, 잡지, 방송국 등에서 연말 결산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욘사마’ ‘한류’ ‘ 겨울연가’ 는 최고의 화두중의 하나이다. 

   지난 11월 말 배용준이 일본에서 개최된 사진전시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나리따공항은 6000여명의 팬들로 공항 개항 이래 최대의 인파가 운집, 대혼란이 야기되었으며, 니혼TV는 배용준의 일본방문을 인천공항 출발에서부터 나리따공항 도착까지 생중계하였을 정도이다. 미국의 Wall Street Journal, 영국의 BBC와 The Times, AP통신 등도 이런 한류의 열풍을 전 세계에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그뿐만 아니다. 일본 최대 방송인 NHK는 12월 19일 한류관련 특집 프로그램 ‘한국! 알고 싶다! 가고 싶다! 보고 싶다!’를 제작, 무려 8시간에 걸쳐 방송한다. NHK가 특정 국가의 문화에 대하여 이런 대형 특집을 만들어 방송하는 것은 처음이다. 또한 NHK는 12월20일부터 ‘겨울연가’를 더빙 없이 무삭제로 재방송한다. 이번 네번째로 하는 재방송은 시청자들이 직접 한국어로 말하는 ‘겨울연가’를 더빙 없이 봄으로서 한국어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다는 요청에 따른 것이다.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 인기

   한류에 힘입어 일본 대학에서 한국어 강좌 수강생이 폭증하고 있으며, 각 대학에서 한국 관련 학과나 강좌 개설이 증가하고 있어 학위과정을 마친 유학생들이 일본대학에 교수로 초빙되는 사례도 상당수 있다. 또한 한국어를 배우려는 일본인들을 상대로 한 유학생들의 한국어 아르바이트도 급격하게 늘었는가 하면, 한국식품점에는 김치, 고추장 등 한국식품을 찾는 일본인 고객들이 많아 장사가 잘되고 있으니, 한류가 유학생뿐만 아니라 교포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하다.

   일본의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서 한국관련 세미나가 열리면 논문 발표자들은 서두 또는 말미에 한결같이 한류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필자가 연구교수로 있는 일본 사학의 명문인 게이오대학(慶應義塾大學)에서 개최된 한일관계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한 나까소네 전 일본 수상, 주제발표를 한 게이오대학과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총장 등도 한류를 예로 들면서 대학차원에서의 양국간의 폭넓은 학술교류를 제안하였다.

   지난 11월 말 게이오대학에서 개최된 대학축제에서도 한류는 역시 최고의 메뉴였다. 세계 각국 음식축제에서 단연 한국유학생들이 오픈한 한국음식점이 가장 인기가 있었다. 대학의 문화관련 강의시 교수들이 한국을 소재로 하여 교실에서 직접 ‘겨울연가’와 같은 드라마를 감상하면서 토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세미나 후에 한국음식점에 가서 뒤풀이 하면서 한국노래를 부르는 것이 관행화되었다고 하니 그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한류의 열풍은 단순히 일본뿐만 아니다. 아시아 전역은 물론 아프리카 오지에까지 퍼지고 있다. 일본 대학에 연구차 방문한 미국, 영국, 중국 등 각국의 교수들이나 유학생들은 한국의 드라마나 배우 이름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며, 이번 겨울 방학 중에 한국을 방문하겠다고 한다. 멀리 아프리카의 가나에서까지 ‘겨울연가’가 방영되고 있다고 하니 가히 한류 열풍이 짐작된다.


한류열풍은 참된 인간성 추구에서

   한류 열풍이 일본 열도를 휩쓸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조명될 수 있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한류의 붐은 일차적으로 ‘겨울연가’와 같은 한국의 드라마와 이에 등장하는 배용준과 같은 배우들이 주는 이미지가 큰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또한 그 동안 한국의 문화산업이 상당히 발전하였음을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임도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한류의 저류에는 현대사회가 산업사회의 발전과 더불어 야기된 물질문명으로 황폐화 되어가고 있는 상실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인간주의적 흐름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겨울연가’를 비롯하여 아시아지역에서 한류의 열풍을 타고 있는 드라마들은 대부분 한국의 전통적 가치를 중심으로 진솔한 가족애, 우정, 사랑 등 정감이 넘치는 인간미를 주제로 한 내용들이다.

   ‘겨울연가’를 비디오를 통하여 무려 네번이나 감상한 일본의 교수는 말한다. 한류에 열광하고 있는 일본의 중년세대들은 그 동안 산업화과정에서 진솔한 삶의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물질문명의 포로가 된 이기주의적 인간이 되었다가 ‘겨울연가’와 같이 어려움 속에서도 순수한 우정과 사랑을 나타내는 참된 인간성을 추구하는 드라마를 통하여 자신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물질문명의 홍수와 경쟁, 이기심, 그리고 서로 비방하는 세파 속에 잃어버렸던 자신을 다시 찾게 하여 준 것이 한류에 매료된 이유라고 한다.

   한류는 한국적 전통과 가치를 드라마를 통하여 나타냄으로서 한국이 어떤 나라인가를 보여준 것이다. 미국의 할리우드 등 드라마산업이 한국보다 더욱 발전된 국가도 많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현대의 발전된 물질문명을 최대한 이용한 것이지 진실한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같은 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한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서 드라마를 통하여 전통적 가치를 회복하고자 하는 한국 드라마에 매료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대학은 공동체적 의식제고를 

   우리는 일반적으로 대학의 사명은 교육,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라고 한다. 서구를 중심으로 발전된 대학의 이런 전통적 가치는 오늘날에도 큰 변함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대학은 이를 통하여 사회발전에 중추적 역할을 하였다. 물론 앞으로도 이런 대학의 전통적 역할은 변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대학이 더욱 사회발전의 중심으로 자리매김을 하려면 대학이야말로 참된 인간성 회복을 통한 공동체적 의식을 제고시키는 역할을 해야 된다.

   요즈음 일본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최고의 첨단 산업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진솔한 인간의 모습을 추구하는 지성인을 키우려는 교양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회사에서도 정형화된 인간보다는 폭 넓은 교양과 사회적 경험을 한 창조적인 신입사원들은 더욱 선호하고 있다. 결국 회사도 정형화된 로봇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인간미 넘치는 사원들에 의하여 움직인다는 자명한 사실을 새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 한국사회나 대학에서 불고 있는 개혁과 변화의 몸부림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이 지나치게 실적위주, 물질위주의 현상만을 강조하고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적 행태만이 난무한다면, 이는 진정한 대학의 모습이 아니다. 대학이 인간성 회복을 통한 진솔한 삶의 가치를 함양시키는 공동체적 의식을 제고시킬 때, 대학은 한국적 가치의 상징이 될 것이며, 한류의 한국적 가치는 더욱 세계로 확산될 것이다.

 

아주대학교 종합정보지 '인간존중' 2005.1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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